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뚜리 Aug 31. 2024

서로의 빈자리

처음 엄마를 모셔왔을 땐 사실 두려웠다.

치매가 오래 되시기도 고, 때때로 자신의

감정 표현을 바르지 않게 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딸의 집이라서 그런가 잘 보내시는 듯하다.

무엇보다 주은이가 때마침 기말시험을 마쳤고 방학 기간이라 해도,

마음이 싫으면 모든 건 불가능한 일인데

쉽게 받아준 덕에 편하게 엄마를 어 할 수 있었다.


아빠는 장염으로 주일 동안 입원하실 예정이지만

더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두 가지 걱정이 들었다.

첫째는 아빠 연세 때문에 더 걱정했고,

둘째는 주말에 어떻게 어를  해야할지 걱정되었다.

요양사 선생님,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모두 주말엔 출근을 안 하시기에

혼자 어떻게 어를 하지 싶었다.

그래서 사실 금요일에 퇴원하시길

하루하루 간절히 소망했다.


새벽 6시, 요양사 선생님 출근.

엄마와 나에게 아침을 챙겨주시고,

엄마를 씻기고,

운동시켜 주시면 눈 깜짝할 사이 그냥

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러고 9시에 바로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출근하신다.

나와 엄마를 같이 어 하시는 활동지원사 선생님.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오후 2시 퇴근 하신 이후에도

주은이와 내가 같이 기저귀 갈아 드리고,

밥도 먹여 드리고,

같이 노래 부르며 지내다 보면

시간이 아쉽게 훌쩍 지나간다.

하루가 이렇게 짧은지는 처음 알았다.

중간중간 기저귀를 주은이와 내가  갈지 못하면

요양센터장님이 오셔서 도와주기도 했다.


그리고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아빠의 퇴원, 바로 이번 주 목요일에 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아빠가 빨리 엄마를 보고 싶어서 억지로 나오시는 듯하다.

그 덕에 센터장님이 다시 바쁜 걸음으로

우리 엄마와 나, 그리고 주은이를 차에  친정집으로 데려다 주셨다.

그런데 아빠의 몰랐던 사연을

센터장님으로부터 우연히 듣자 옛날 생각이 난다.

엄마가 처음 치매 판정 받으셨을 때, 우울증 때문에 많이 우셨지.

근데 지금 아빠도 그러신 모양이다.

아빠가 입원하기 전 날,

센터장님이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는 게 좋겠다고

접수까지 하셨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빠는 절대 안된다며, 당장 취소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죽을 것이라고까지 말씀 하셨었다고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하실 정도의 우울감이

평소에도 자주 있었다 하시니 걱정이 많이 된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장애인콜을 불렀다.

주은이는 침대에 누워계신 할아버지에게 말을 한다.


"할아버지, 나 이쁘게 키워줘서 고마워요."


그러게 우리가 친정 엄마, 아빠를 많이 의지하며

함께 생활하던 때가 있었지.

세월이 참 빠르다.

장애인콜도착했지만,

부모님을 두고 나오는 발걸음이 참 무거웠다.

그래도 주은이가 고마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양사 선생님과의 첫 만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