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빈자리 탓일까?
다른 때와 달리 아빠는 집에 혼자서 계신다. 병원에서 퇴원하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엄마가 게실 땐 요양 시간도 6시간이지만, 지금은 아빠 혼자다 보니 아침 9시부터 3시간이다.
결국 점심도 원하지 않게 빠른 시간에 드셔야 했다.
나는 그런 아빠가 걱정돼 전화를 해 보았다.
"아빠, 점심은 드셨어요?"
"응"
"오늘 복날인데 혼자 계셔요?"
"응"
전화를 끊고 편하지 않는 마음에 그만 눈물이 났다.
요양원에 계시는 엄마도,
집에 혼자 계시는 아빠도 너무 안쓰럽기 때문이다.
옆에서 주은이가 말한다.
"엄마, 할아버지 오리백숙도 좋아하실 것 같아.
우리 그거 사가지고 할아버지한테 가자."
"그럼, 그럴까?"
그래서 오리 백숙을 포장해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친정집에 갔다.
아빠는 어린아이처럼 너무도 좋아하셨고,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괜히 뿌듯했다.
한 번씩 아직 힘드신지 방에 들어가셔서 쉬시곤 하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회복되신 게 다행이다.
집에 돌아올 땐 다시 아빠 혼자 계셔야 하니
마음 아팠지만,
그래도 말복날 뜻깊게 보낸 것 같아 다행이다.
다음날 토요일 아침,
계획대로라면 엄마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요양원 입소하신 지
어느덧 일주일이 넘었다.
그때 당시 잔뜩 목이 쉬었고
하필 비도 마구 쏟아지던 날이었지.
어떻게든 잘 지내고 계실까?
적응은 하실 수 있을까?
식사는 잘 하실까?
그 사이에 아빠와 큰오빠는
같이 면회를 다녀오신 모양인데,
우리도 요양원에 가려 했건만
하필 직전에 입소자분들 중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며 면회가 중단 되었다.
그래선지 괜히 더 속상하다.
우리 집에 계시다가 요양원 입소하시게 된 것에
죄책감이 나를 많이도 힘들게 한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주은이는
결국 요양원에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OOO어르신 손녀에요."
"네. 안녕하세요."
"입소자분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서
방문이 안된다고 들었는데,
그럼 언제쯤 가능할까요?"
"다음 주 돼봐서 더 이상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
그때 연락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게 엄마 보러 가기 너무 힘드네,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