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병원에서 퇴원하시자마자
바로 다음날 아침에 전화 하셨다.
"오늘 네가 집에 와서 엄마 보는 걸 좀 도와줄 수 있니?"
"네... 그렇긴 한데 무슨 일 있으신가요?"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
"알았어요. 요양사 선생님 퇴근 시간에 맞춰
주은이와 같이 갈게요."
마음이 참 무거웠다.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 급하게 퇴원하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퇴원하신다고 할 땐 많이 좋아지신 줄 알았는데
다시 입원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빠와 통화를 마치고 나는 화장실에 가려는데
갑자기 손에 땀이 가득 차고 그만 어지러웠다.
생각해 보니 어제 저녁에
정신과 약 먹는 것을 잊었다는 게 이제야 기억났다.
안방에 들어가 필요시 약을 챙겨 먹었건만
쉽게 안정이 되지 않자
그걸 본 활동지원사 선생님은 내 등을 쓸어내려 주셨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께 더 잘해 드리고 싶었던 그 마음이
나에겐 버거웠던 건 아닐까 싶다.
도우미 선생님이 퇴근하신 후
주은이와 같이 장애인 콜을 불러 친정집을 향했다.
현관문을 열자
엄마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계셨고,
아빠도 여전히 힘겨워 하고 계셨다.
"엄마, 우리 기저귀 갈까?"
"몰라."
"엉덩이 찝찝하지 않게 해줄게.
우리 엄마 이쁘지."
그렇게 달래고 주은이와 간신히 기저귀를 갈아드렸다.
반찬은 있는지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의외로 많았다.
아마도 둘째 언니가 그새 다녀간 모양이다.
엄마와 저녁을 같이 먹고, 치우고
다시 장애인 콜을 불러 집에 왔지만
무거운 마음은 지워지질 않는다.
그다음 날 아침,
밤새 꿈자리가 뒤숭숭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빠는 다시 입원하게 되었고
엄마도 우리 집에 다시 오시게 되었다.
젊어서 건강하실 땐 바빠서 못 오시곤 한 게
오히려 서운했던 시절도 있었건만
아빠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는 바람에
엄마도 그냥 걱정이 된다.
내가 끝까지 잘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 때문에 말이지.
"엄마, 딸집 오니 좋아?"
"몰라."
"아버지 보고 싶어?"
"그치."
한 번씩 엄마가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하시는 아빠를 위해
영상통화를 해 드리곤 했다.
다른 사람은 기억 없어도 오롯이 아버지 사랑은 잊지 못하는 우리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