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지원사 선생님을 못 받았던 건
그동안 마음이 많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두 손을 모아
같은 믿음을 갖고있는 분이 오시길
간절하게 기도했다.
혹시 그러면 조금은 편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함 때문이었다.
어느 날, 복지관에서 전화가 왔다.
다른 선생님이라도 받는 것이 어떠냐고.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알았다고 대답해 버렸다.
결국 다음 달 초에 첫 출근을 하시기로 했다.
그런데
선생님을 만나기 전인 7월 마지막날,
딸과 함께 외출하려다 그만
장애인콜 기사님의 실수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다.
부분적 인대 손상이라 하여
6주 진단이 나오고 말았다.
나는 걸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주은이는 바로 보건소에서
휠체어를 한달 대여 해왔다.
그 덕에 지원사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심상치 않았다.
첫 출근하시던 날
"안녕하세요."
"네. 오셨어요."
발이 탱탱부어 깁스한 내 모습을 보고
지원사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내게 다가와 말 하셨다.
"어머 발이 왜이래요? 다쳤어요?"
"네, 사고가 좀 났었어요.
당분간 병원에 매일 치료 받으러 가야할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가요? 이동하기도 어려워 보이는데"
"지금 주은이가 휠체어 대여하러 갔어요."
지원사 선생님은 첫 출근 하자마자
시각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주게 되었다.
이후 설거지부터 해 주셨고,
같이 티브이도 보고 했는데
선생님은 내게 말씀하신다.
"시각장애인을 케어 하는 건 처음이에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네요."
그런 선생님에게 난 그냥 미소로 대답할 뿐이였다.
특별히 뭐라고 해 드려야 할지,
당황스러워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왜 복지관에서는 장애인 교육을 안 하신 건가?
아님, 시각 장애인 교육을 안 하시는 건가?
여러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열정적인 분이셨다.
우리 집 베란다가 많이 지저분하고,
곰팡이도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그러시며 옷을 갈아입고 열심히 청소하고 계셨다.
그러고 보니 이전 생각이 난다.
나는 혼자 지내게 되면서
두려운 마음 때문인지
문을 쉽게 열지 못하며 지냈다.
그러다 보니
집에 곰팡이가 생기는 줄도 모르며 살아왔다.
아니, 치울 엄두를 못 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선생님이 열심히 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은 밥을 차려 주셨다.
젓가락질을 어려워한다는 걸 알고
포크로 바꿔주신 덕에
편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밥을 먹고 난 후 차도 마시고,
티브이도 같이 보았다.
나도 '자연인이다'를 좋아하는데,
선생님도 그러신가 보다.
시간은 얼마나 흘렀을까?
선생님의 퇴근 시간이 되었다.
"언니, 내일 봬요."
"네. 선생님 수고하셨어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
쉬고있던 주은이가 말한다.
"엄마 카페 갈래?"
"어떻게 가"
"휠체어 타고 가면 되지,
하루 종일 못 나가 답답하잖아.
카페라도 가자."
"응 알았어."
길도 좋지 않은데,
주은이는 내 휠체어를 밀어서 카페로 갔다.
우여국절로 차도 마시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행복이라는 거 별거 아니었구나 라는걸
새삼 느끼는 그런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