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 처음 도착해서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의 긴장감이 많이 수그러 들었다.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없는 시골지역을 며칠간 돌며 인공첨가물이 가미되지 않은 순수한 모로코의 모습들을 접하니 서서히 정이 들어간다. 모로코 여행이 종반으로 진입하면서 한번은 역사적으로 지리학적으로 주요한 도시를 방문하기로 했다. 모로코의 북단 지르랄터 해협을 바라보고 있는 도시 Tanger. Tanger는 바닷가에 위치한 관광도시여서 경관 또한 뛰어나다. 은근 기대를 하게 된다.
전날 숙소 주변을 구경하며 여행에 필요한 간단한 물건들도 사고 여정을 정리하며 휴식을 취했다. 다시 기대되는 여정을 떠나본다. Tanger로 가기 위해 다시 Casa Voyageurs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역에 입점한 맥도널드도 모코로 환경에 맞게 작은 사이즈의 에스프레소를 판매하고 있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하며 기차시간을 기다린다. 이번에는 지난번 기차와 달른 고속 열차를 타보기로 했다. 거리상으로는 지난번 방문했던 Sidi Kacem보다 멀지만 고속열차를 타니 여행시간이 오히려 2시간 10분 정도로 짧아졌다.
기차가 Rabat란 도시를 관통할 무렵 거대한 건물이 나타난다. 아직은 건설 중이지만 이 건물이 완성되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될 거라 한다. 주상복합 건물로 호텔, 아파트, 사무실이 들어선다는 이 빌딩은 모로코의 가능성과 지리적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2시간여 만에 도착한 Tanger Ville 기차역.
기차역에서 나와 본 Tanger의 첫 모습은 관광도시답게 잘 정비된 도로와 깨끗하고 반듯하게 올라간 빌딩들이 인상적이었다. 여태 발길을 내딛었던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계획이 잘 짜인 대도시의 모습이었다.
탕헤르테투안 지방에 위치한 Tanger는 바다 건너 스페인과 불과 27km 떨어진 곳으로 맑은 날에는 스페인땅을 볼 수 가 있다. Tanger는 예로부터 아프리카와 유럽 두 대륙간의 문화와 교역이 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주요 도시로서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바닷가 주변의 도시로 경관이 뛰어나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관광 도시이다.
모로코가 스페인과 프랑스의 지배하에 분할되었을 당시에는 이 두 나라뿐만이 아니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영국 등의 여러 유럽국가들에 의해 공동으로 관리되는 국제관리 구역이었으며 그 시기에 많은 유럽인들이 들어와 아랍, 유대, 유럽인들이 어울려 사는 다양한 문화의 도시가 되었다. 현재는 유렵과의 무역의 중심지이며 모로코에서 상당한 규모의 공업도시로서 많은 유럽 기업들도 진출해 있으며 있다. Tanger의 도시모습은 여태 봐왔던 모로코의 도시들과 달리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어느 도시처럼 유럽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기차역에서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모로코의 Cap Spartel이라는 바닷가 공원으로 향한다. Cap Spartel은 아프리카 대륙의 최 서북단에 위치한 경관이 뛰어난 바닷가 공원이다. 모로코 여정이 절반을 지나가며 슬슬 휴양지 관광을 해본다. 아마도 모로코 현지인보다는 가까운 유럽에서 건너온 관광객들을 본격적으로 마주치는 시간일 거라 예상을 해 본다. 가는 길에 나타나는 바닷가 옆 고층 아파트와 주택들은 그야말로 럭셔리함이 느껴진다. 골목을 지나는 길에 보이는 웅장한 주택들 입구엔 경비원들이 서 있고 뭔가 큰 권력과 자본을 소유한 자들만 사는 비범한 동네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지난 며칠간 지내며 보아왔던 모로코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어느 나라를 가든 빈부의 격차가 있듯, 모로코에서 처음으로 엄청난 빈부의 머나먼 거리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Cap Spartel에 도착했다. 말로만 듣던 지브롤터 해협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사막, 무더위, 평야만 상상했던 아프리카대륙에서 이런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를 보게 되다니 감동과 놀라움의 순간이다. 이곳에서 배를 타코 바다를 건너면 스페인땅을 만날 수 있다. 전망대와 산책로가 잘 갖춰어져 한 바퀴 걷기 좋은 곳이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나처럼 사진을 찍고 산책을 하고 있다.
지브롤터 해협이 한눈에 보이는 경치 좋은 전망대애는 돈을 내면 모로코 전통 장신구와 옷을 빌려주고 나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게 해주는 상인도 보인다. 나귀 아저씨를 포함해 전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더니 노려보며 돈을 내야 한다는 몸짓을 하는 나귀 주인아저씨... 돈 대신 미소를 보내드렸다. ㅎㅎ
자연경관을 최대로 해치지 않고 바닷가를 구경할 수 있게 산책로와 목재로 만든 안전울타리가 이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관광이 주요 수입원인 나라답게 관광객이 많이 몰려오는 지역은 철저한 관리의 손길이 느껴진다. 10월 말로 향하고 있지만 날은 덥다. 몇 km를 걸었더니 배낭을 멘 등에는 땀이 차고 가져온 물 한 병을 다 마셨다. 이곳 바닷가에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들고양이 한 마리는 나른한 오후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주변에 동료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이 넓은 동네에 혼자서도 일광욕을 즐기며 도도함을 잃지 않는 이쁜 고양이다.
배가 고프다. 검색을 해보니 걸어갈만한 가까운 거리에 식당이 하나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타일 요리를 하는 레스토랑이다. 바닷가 관광지에 위치하고 있으니 가격은 꽤나 하겠지만 이미 모로코의 고급식당 가격을 학습한 겪어본 이후로 부담을 내려놓고 들어간다. 훌륭한 점심이었다.
훌륭한 음식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나와 Tanger에 미리 예약한 호텔 근처로 이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