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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이 Feb 13. 2023

길고양이

2월 2일 적었던 짧은 글

오늘 외근 나가는 길에 치즈 고양이를 보았다.

자전거 안장 위에 앉아 햇빛을 쬐는 고양이​. 바람이 너무 차서 아무리 해를 쬐도 추웠을 것이다​.


치즈냥이는 바람이 거세지자 안장 안으로 몸을 웅크려 비닐 아래에 몸을 숨겼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 비닐이 계속 펄럭거리는 바람에 추위를 피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상한 인간(나)이 자꾸 얼씬거리기까지 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나의 외로운 마음이 긴 겨울을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생활과 다소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온기를 기웃거리다가 호되게 상처받거나 차가운 길바닥으로 한순간에 내몰리는 것 같은 슬픔.

사랑받고자 애쓰면서도 순식간에 튀어나온 방어기제로 주변 사람들을 할퀴어서 사람들을 떠나게 만드는 모난 마음.

피할 수 없는 한겨울의 추위,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 혹은, 내 마음을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무심한 한마디. 인생의 크고작은 굴곡. 누구나 견디는, 그러나 나는 견디지 못하는 모든 것들.

죽음으로 하루하루 내몰리는 것과 같은 삶.

고양이와는 다르게 나는 따뜻한 패딩을 입고 따뜻한 집에서 겨울을 나는데도 왜 남들보다 더 추워야 할까.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왜 남들보다 덜 행복하고 더 슬퍼야 할까. 실제로 그런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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