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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컬러스 Nov 28. 2022

바닷가 앞에 집이 갖고 싶어졌다.

매년 아이들과 찾던 바닷가가 있었다.


유명한 해수욕장이 아니라서 7,8월 성수기에도 전세낸듯 놀 수 있던 바닷가.

그 곳의 치명적인 단점은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없다는 것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런 불편한 점 때문에 사람이 없는것이였다.)


아이들이 화장실이 급하거나 물놀이, 모래놀이가 끝나면 차로 10~15분 거리에 있는 시댁으로 젖은 아이들을 수건으로 싸매고 이동을 해야 했다.


“오빠~ 나 여기 땅 사고 싶어. 매번 차에 모래 범벅되서 애들 씻기러 가는거 너무 힘들어”

“니 우리가 무슨 재벌이가? 애들 화장실 가고 씻길라고 땅을 사고 집을 사게~”

그래. 내가 말하고도 그건 너무 억지였다.

애들 화장실, 씻기려고 몇천, 몇억이 하는 시골집을 산다는게 말이 되는가.

우리는 이미 살고 있는 집에도 대출이 가득인데.




그.러.던 어느날.

코로나가 찾아왔다.

조심스런 맘에 아이들 학교도 유치원도 보내지 않고 집안에서 꽁꽁 끼고 살았다.

평소에도 "육아는 안맞아."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두 아이와 24시간 붙어있으려니 내가 먼저 미칠지경이였다.



그러던 어느 여름 다시 찾은 그  바다.

마스크로 답답한 일상을 지내던 우리에게 거기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숨통이 트이는 곳이였다.

“오빠~ 나 바닷가 앞에 집이 사고 싶어. 너무너무 사고 싶어”

회피형 인간인 나는 그냥 툭~ 한마디 던지고 만다.

해결형인 신랑은 그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주고 싶어 혼자 방법을 찾는다.




포항을 내려갈때면 수시로 바닷가 땅을 보러 다녔다.

포항부터 영덕까지.

때로는 언니랑, 때로는 친구랑 해안도로를 따라 마을마다 빈집을 찾아 헤맸다.


바닷가를 다녀보면 의외로 빈집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바닷가 바로 앞, 흔히 말하는 바다 1열에도 빈집이 꽤 많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내가 원하는 땅과 집을 살수 있을것만 같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개인 소유가 아니라 나라나 시 소유의 빈집이  많다.

이런집들은 구매가 거의 불가능하다.


등기부등본에 나오는 주인들의 주소로 매매의사가 있음을 알리는 우편물을 보내본다.

열에 아홉은 읽씹을 당한다.


가끔 연락이 오는 집들은 내가 구매할수 없는 수준의 금액을 부른다.

바닷가에 빈집은 많아도 내가 살 수 있는 집은 없다.




부끄러움이 많아 모임에 나가도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 나인데

목표가 있으니 서스름없이 동네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게 된다.


주민이 적은 바닷가 마을.

그것도 코로나 시국.

엎친데 덮친격으로 계절은 추운 겨울.


마을골목길에 사람들을 마주치기가 힘들다.

마을 회관도 코로나로 굳게 문이 잠겨있다.

어쩌다 사람이라도 보이면 뛰어가 “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네는 친근감 만렙이 되었다.

“여기 바닷가가 너무 예뻐요^^ 혹시 마을에 빈집 나온게 있나요? “ 말을 건네본다.

“젊은사람이 여기 집사서 머할라꼬?

여 파도가 얼마나 무서븐지 아나~

우리는 태풍오면 집앞에도 안나온다. 무서버가~

사지마라~ 이거 말라꼬 사노~” 걱정해주시는 동네 할머니.



“내 이거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물려받은 집인데, 나도 집이 멀어서 여름에만 민박하고 관리가 너무 힘들다.

내 여기 보일러랑 싹~ 고쳤는데,  우리집 사라”  추천해주시는 어머님까지.



나는 집에서 뻥 뚫린 시원한 오션뷰를 바라는게 아니였다.

내가 원하는 조건은 2가지

1. 아이들이 물놀이 할 수 있는 모래사장, 해변이 있을 것

2. 차도를 건너지 않고 아이들이 바닷가까지 걸어서 갈수 있을 것


나는 과연 우리가족에게 맞는 집을 찾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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