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ringsnow Mar 26. 2023

아이의 사춘기를 맞이하는 엄마의 자세

그래, 그 길도 함께 가보자!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고학년으로 향하고 있는 큰 아이의 새 학기 준비가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낯설긴 마찬가지다.

작년보다 급격하게 늘어난  과목뿐만 아니라 새로 준비해야 하는 좁은 간격의 공책들.

수업도 더 딱딱해지고 지켜야 할 규칙도 많아졌다는 아이의 말에 괜스레 안쓰러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준비해야 할 것은 공책이나 사인펜, 풀 가위 등의 준비은 아니었다.  사실 그것들은 돈으로 가서 한 바구니 담아 오면 끝나는 이니 일도 아니다.


순간순간 날카로워지는 아이의 표정과 말투가 엄마인 나를 한 번씩 긴장하게 만든다.

이제 서서히 시작되는구나. 아니, 어쩌면 이렇게 예고의 일침을 한 번씩 날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풍처럼 덮치려나..

걱정되고 무섭지만 덤덤해야 한다.

아이의 사춘기.


유난히 아침잠이 많은 아이니 특별한 일정이 없 주말이면 늘어질 만큼 자고 일어나도록 우지 않는다.

10시가 넘어서야 문을 열고 나와 늘어진 문어마냥 거실 바닥에 한참을 어있는 아이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침식사 후 마트가자는 말에 아니나 다를까 짜증 섞인 소리가 돌아온다.

"왜~ 집에 있고 싶은데!"

새 학기 준비물도 마저 사야 하고 동생 신발도 사야 하니 나가자는 말에 이의 예민함이 극도로 올라오고 있음이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두 아이를 키우며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복 받으셨어요~"라는 말이다.

아기 때부터 부산스럽지도 고집스럽지도 않은 정말 순한 아이들이었다. 일을 하는 엄마를 둔 에 두 아이 역시 엄마의 일상에 맞춰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긴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런데도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현관문 앞에서 엄마의 기운을 빼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엄마가 퇴근해서 자신을 데리러 오는 저녁 6시, 유치원 거실에 우리 아이의 가방만 홀로 남겨진 것을 볼 때마다 엄마의 마음은 짠했지만 아이는 그런 엄마 얼굴을 보고 그저 해맑고 반갑게맞아주었다.



누구보다 바르고 순했던 내 아이의 눈꼬리가 올라가 시작했다.  앞서 사춘기가 시작된 자녀를 둔 주변분들의 당스러운 일상 들으며 내 차례가 돌아온다면  덤덤한 침묵으로 대하리 마음먹고 있었지만,

막상 내가 그 문에 들어서려니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버릇없어 보이는 행동에 부화가 올라오고 저대로 두면 밖에서도 뾰족한 아이가 될까 엄마의 앞선 조급함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덤덤하기는커녕 아이를 꺾기 위해 더 큰 일침을 아이를 향해 매섭게 날려버린다.

그러고는 돌아앉아 있는 아이의 등 뒤에서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아이의 기나긴 여정에서 엄마인 나는 아이의 적이 아닌 동지로 함께 하고 싶다. 다시 마음을 정돈해겠다.


아이의 본색이 변한 것이 아니다. 커가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 것이다.

엄마는 아이가 이 과정을 겪을 것이라는 것을 익숙하게 듣고 알고 있었지만, 아이는 자신이 이런 감정의 폭풍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준비 없이 겪고 있을 테니  답답함은 엄마의 곱절이겠지.

자신도 모르게 벌컥벌컥 올라오는 감정들을 다스리는 것이 만만치 않을 테니.




이제는 마냥 투정 부릴 수 있는 어린아이아닌 나이가 되어  이 커다란 세상 자리를 잡아가야 될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뭔가를 과감하게 할 수 있을 만큼 경험이 많지도 않고. 

주어진 틀을 벗어나는 불편함은 피하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한 힘을 갖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나.

사춘기 청소년.. 어쩌면 가장 연약하고 두려운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은 본디 자신이 약하다 느낄 때 더욱더 이해할 수 없는 억지스러움으로 버티기도 하니까.



사춘기 자녀와 한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분들을 만날 때면 그분들에게 드리는 당부가 하나 있다.

아이돌아올 자리를 남겨놓으라는 것.


어른들이 싸우면서 자랑처럼 내뱉는 부끄러운 말이 하나 있다

"난 한 번 아니면 아닌 거야!"

"난 한 번 아닌 사람은 절대 안 봐"

살다가 문득,  다시는 안 보겠다는 그 사람의 어느 조각도 그립지 않을 것이라 어찌 장담할 수 있는가

마주 앉아 웃고 함께했던 그 얼굴을 다시 바라보고 싶지 않을 것이라 어찌  못  박을 수 있겠는가. 하물며 모든 것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내 아이가 아닌가.

더 나가려는 감정을 붙들고 잠시만  내 안에 머물게 두어야 한다. 그래서 품고 있는 본인의 가시를 견디지 못해서 뱉어버린 말들이 내 아이에게 상처로 가지 않도.

아이가 아픈 마음을 안고 밖에서 헤매지 않도록.  

지칠 때면 언제든 부모의 품으로 돌아와 한 숨 돌릴 수 있도록 부디 그 자리를 남겨 두시라고.

아이에게는  이미 부모가 세상에서 가장 큰 존재일 테니 내 아이에게까지 당신의 잘남을 내세우지 시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래, 10년 동안 열심히 세상을 받아들여주고 이만큼 잘 커줬으니 이제는 좀 더 주체적인 인간으로 가보겠다는 너의 신호에 엄마도 용기를 내볼게.

지금까지 키우면서 엄마의 조급함과 부족함으로  많은 말들을 쏟아내며 너를 이끌려했다면, 이제는 네가 향하고 싶은 길 따라 한번 마음껏 헤매고 느껴볼 수 있도록 뒤쫓아가 볼게.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아직은 알 수 없는 세상에 겁이 나고 잠 쉼이 필요하다면 엄마에게는 자존심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

든든하고도 조용한 배경으로 기다리고 있을게




큰 아이의 투덜거림에 답답해하는 남편의 고개를 몇 번 돌리게 하면서 겨우 장보기를 마쳤다.  집에 들어가기 전 서로 기분  풀 겸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갔다.

자신의 것은 혼자 먹고 싶다는 아이.

그래, 그것도 존중. 그래도 이 시기가 지나면 같이 나눠먹


언니가 아이스크림을 내주지 않는 것을 보고 8살이 된 둘째도 자신의 아이스크림에 아빠의 스푼이 들어오려는 것을 강력하게 막아낸다.

'넌 아직 아니지 않니?'

작가의 이전글 마흔, 세상에 한번 휘둘려 볼 만한 나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