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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 Dec 22. 2022

야, 너두 쓸 수 있어!

나를 마주하는 글쓰기를 다짐하는 출사표.

12월이 시작되면 돌이켜본다. 나의 열두 달을.

어쩌면 11월부터 성찰과 반성, 자책의 시간을 시작했을 거다.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했을 뿐 실상은 한해도 말아먹었네 하는 신세한탄이다.

에효효효. 나는 뭐 했나, 내 인생은 왜 이러나, 또 이렇게 나이만 먹네.

젊음 한 잎이 아깝게 시들었네. 기타 등등 쩜쩜쩜.



쳇바퀴 돌 듯 어지러운 생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뛰어내려 볼 참이지만 쳇바퀴는 제자리를 돈다.

쉬지 않고. 더 빠르게.






도망치기만 해서였다. 도망치기 바빴다. 도망칠 기막힌 타이밍만 하이에나처럼 노렸다.

나이-쓰. 모든 게 완벽한 도주성공. 피하고 나면 일단은 편하니 그 방법만 고수해 왔다.

인간관계도 내 기분도 해보고 싶어 도전한 일들도.

아뿔-싸. 이제 습관이 돼버렸다. 한번 들이기도 고치기도 힘들다는 습관.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으로 생뚱맞고 희한한 끌림에 시작된 글쓰기.

욕심이란 게 추가된다. 쓰면서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섭외전화 불나게 하고 싶을 만큼 탐나는 잘 쓰고 말 잘하는 그런 사람.(되고 싶다. 저런 사람)

작가만이 쓸 수 있는 '브런치'에서 진심으로 축하하며 모셔간 '빛나리작가'가 됐으니 실현되는 일은 따놓은 당상이겠지.



그냥 쓰면 되는 줄 알았다.(무지했다. 글에 대해)

감동시킬 한 줄 명언, 읽었던 책 속의 멋진 구절, 좀 더 근사한말을 알려줄 네이버국어사전이 내겐 있으니 여기에 내 생각 조금 가미해 잘 끼워 맞춰 적으면 누군가를 울리고 감동시킬 공감을 끌어낼 글쓰기는 술술술 적힐 거라 생각했다.

쓰기만 하면 한눈에 잘 뜨일 줄 알았다. 일명 떡상이라고 하지. (나를 모르는 건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같은 자신감인가.)

그래서였을까.

글 써보겠다 판깔아준지 3주 차밖에 안 됐는데.

도망쳐야 할 시간이라고 습관이 댕댕댕 알람을 울려댄다.

백일장 수준의 글짓기실력, 욕심과 자만, 관념으로 가득 찬 허황의 부푼 꿈의 연료는 순식간에 타버리고 바닥을 드러냈다. 불안하고 불편해지려고 한다. 글쓰기가.

견뎌내기 힘든 알람을 끄기 위해 익숙한 방식을 써야겠다. 아무도 날 모르니. 내가 안 쓰면 그만이니. 세상은 내게 관심 없으니. 자-때려치우고 도망가자꾸나.





고막을 때려 박는 알람을 끄지 않아 본다. 처음으로.

처음 겪어보는 방식에 어리둥절해할 나를 질질 끌고서라도 가보려 한다. 글 쓰는 삶으로.

그곳은 어떤 곳인지 자세히 스며들어 보려 한다.

못한다 나자빠지고 잘 쓰는 사람들 틈에 껴서 쭈구리가 될지언정 질질 끌어볼 테다.

약해빠진 나를 토닥이며 생각지 못한 용기를 발견해 낼 나를 끌고 가보련다.

잘 쓰고 말 잘하는 사람이 되어 유퀴즈에 출현하는 내가 될 때까지.(그러니 유퀴즈 장수해 주오.)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왜 이렇게 글을 못 쓸까'라는 생각이 들어 쉬이 우울해지거나 위축되고 소심해집니다. 우리는 다 비슷해요. 거기서 꺾이지 마세요. 지금 내가 그 수준이 아닌 건 분명하지만, 글쓰기를 매일 반복한다면 내게도 그런 일이 생기고야 맙니다.
<오후의 글쓰기-이은경 지음> 66.67P 중  형광펜 줄 쳐가며 간직하고픈 구절 일부.





피하는 삶에서 마주하는 삶이 되기로 한 나의 출사표이다. 이 글은.

다행이다. 23년 1월이 아니라 22년 12월에 던지게 되어.

연말이니까 신년이 다가오니까 으레 하는 다짐이니까.

그래서 던지는 출사표.


-매주 목요일 발행

-매주 책 한 권 읽고 생각정리

-남은 5kg 감량(이전 글 '오마이걸이 될 수 있을까?' 의 버리지 못한 미련의 다이어트.)

-인스타그램 개설하기(비교지옥이 싫어 멀리했지만 이젠 발을 들여야겠다. )



더 쌓여갈 약속들이 나를 지켜줄 날을 기대하며.

야, 너두 쓸 수 있어!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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