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묘기증.
이름도 기묘-한 피부묘기증.
2018년 8월. 그동안의 가려움과는 다른 기묘-한 가려움이 내게 왔다.
종아리가 가려워 모기에 물렸나 싶었다.
정강이까지 번졌다 가려움이. 이건 모기를 물린 것도 아니고 샤워를 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얼마나 긁어댔을까. 긁은 부분이 불타는 듯하다. 살이 부풀어 오른다.
과속방지턱의 형체처럼 불룩하게 튀어 오른다.
'어- 왜 이래? 내 피부 왜 이래?'
정신없이 긁어대던 손을 잽싸게 떼고 지켜본다. 머지않아 이내 곧 사그라든다.
언제 긁었나 싶었을 정도로 멀쩡하게 사라진다.
하룻밤사이 에어리언의 살갗이 된듯한 놀라움.
벅벅벅벅벅-
여기저기 긁어대는 두 손이 정신없이 바쁘다. 가려워 긁고 있는데도 계-속 가렵다.
긁어대는 강도와 속도가 가려움을 이기지 못하는 듯하다.
효자손까지 동원되지만 가려움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왜 모든 아픔과 고통은 밤이 되면 더 극심해지는가.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깜깜해지면 더 가렵기만 이 증상은 도대체 뭐지. 밤을 새워가며 긁어대다 병원을 찾아 듣게 된 의사의 말.
"피부묘기증입니다."
2017년에 태어난 둘째는 뱃속세상, 바깥세상으로의 탄생, 자라면서 까지 크고 작은 이벤트를 겪게 해 준
이벤트의 여왕이다. 그런 그녀를 낳고 첫돌이 지나 돌 끝맘의 여유를 느끼며 살만함도 느끼고 긴장도 풀릴 때쯤 급발진처럼 나타난 이름도 묘한 묘기증이 찾아왔다.
딱히 밝혀진 원인도 없다. 그나마 알려진 건 스트레스, 면역력저하, 갑상선 질환, 당뇨병, 감염증과 같은 전신 질환이나 임신, 폐경기 등에 악화된다는 보고가 있다는 거 말고는.
언제 낫는다는 기약도 없다. 왔다가 금세 사라지기도,
평생의 짐인 뱃살처럼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고 한다.
내게 찾아온 원인을 굳이 찾자면 스트레스(육아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일으킨다죠.), 두 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원인이라고 불 수 있겠다.
'항히스타민제'를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복용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손톱만큼 작은놈이 온몸을 간지럽게 하는 걸 잠재운다니. 물과 함께 삼켜본다.
효과는 대단했다. 간지럼을 멈췄다. 작은 한 알이.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약을 먹고 나서
간지럽지는 않았지만 피부에 자극이 생기거나 무언가에 스치게 되면 덴듯한 벌건 자국이 피부 여기저기에 남게 된다. 그래도 간지럽지 않은 게 어딘가 싶어 이만하면
됐다 싶다.
정작 나는 괜찮은데 정말로 괜찮은데 우연히 벌건 자국을 본 주변인들은 과한 리액션과 함께 신기함의 눈빛과 어설픈 어루만짐을 시도하려 한다. 나 진짜 괜찮은데 말이다.
나와 같은 엄마들이 또 있나 싶어 네이버 검색을 해본다. 출산 이후 묘기증이 생겼다는 글을 여러 건 볼 수 있었다. 역시. 엄마가 되는 길은 이렇게도 고난이구나.
뭐 하나 쉬운 일이 없고 평범하지 않다.
아이를 돌보며 나까지 돌볼 체력과 관심을 비축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그럴 필요를 못 느꼈을 수도.
엄마가 되는 일만큼 다양한 여러 갈래길을 걷는 경우는
없을 듯하다.
변화무쌍한 엄마가 되어가는 여정. 인생에 딱 한번뿐이기도 한 세상에서 제일 긴 여정.
다행이다 싶었다. 묘기한 이 간지러움이 아이가 아닌 엄마인 나에게 찾아와서.
내 몸도 잘 돌보고 살라는. 긴 여정에 재정비할 수 있는
경고등 같았다.
그래. 나를 돌볼 관심도 남겨 두자.
완전한 예방은 불가능하지만 조심할 수 있는 생활 가이드가 있다. 꽉 조이는 옷이나 속옷은 피하고 가렵다고 긁는 행동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중 가장 좋은 생활가이드는 뽀얗고 보드라운 한주먹만 한 손이 무의식에 긁어대는 엄마의 손을 꽉 잡아주는 것이다.
또 간지럽기 시작 한걸 보니 약을 먹어야겠다.
뱃살이 사라질 때쯤 묘기증도 사라지려나. 아직 뱃살이 남아있어 묘기증도 함께다.
긁어대는 엄마 손을 꽉 잡아주는 뽀얀 손도 함께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네이버, 내사진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