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새들은 첫 비행을 하는 날 바람에게 구두를 주문한다
바람은,
여름에게서 구한 바람을 혹한의 바람 속에 숙성시켰다 바람은,
눈비에 매 맞고 얼었다가 녹아 하얗게 텄다가는 빨갛게 달아오르는
여름 바람은, 단련한지 꼭 열 번째 봄에 좋은 구두 가죽이 되었다
봄은 본에 발을 뜨기에 좋은 바람을 내주었다
아가의 발등을 입에 넣어 보는 엄마처럼 봄의 바람은,
새의 발톱과 발자국까지 오롯이 성형해 내었다
구두의 패턴은 가을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가을바람은, 훌륭한 웅변가여서 웅웅 설교를 하면
나무들은 뚝뚝 나뭇잎을 떨어뜨리곤 할 정도였으니
나뭇가지의 박수갈채와 우듬지의 요령도 도움이 되었다
다음 수계절의 재단으로 구두는 완성되고,
받아 든 구두에는 헤르메스의 샌들처럼
양 발목에 작은 날개가 달려있었다
그 작은 날개가 하늘이 새에게 내린 부름을
새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또각또각 걸어보는 새
신의 사자가 된 오늘 처음으로
새는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