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문을 열고 들어가면 뒤가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놓인 8월
그림자 없는 정오는 비로소 안식을 찾았을까
나는 아무 의자에나 앉았다
눈이 바깥과 안을 구분하기 시작하면
벽과 벽 사이의 삐걱이는 이음새에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가 곤란하게 걸려 있을 것이고
오래된 가구가 내뿜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
부염한 하늘이 흩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다시 아무 의자에 앉았다
간혹 시간을 줍기도 했다 그러다
예고 없이 약동하는 고백처럼
소나기에 붙들린 창가를 만나기도 했다
나는 멀리로 돌아 가장 구석에서 시작했다
남는 건 굶주린 밤이거나 들여다보는 얼굴이었다
들어서거나 나간 흔적 없이 완벽한 어제와 같은 모습 그대로
그때까지 가만히 유지되어야 할 것은 나의 집
그 외에는 필요하지 않은 이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