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남자 1호 남편은 꾸미는 거에 관심이 많다.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20대 시절 회사에서 그의 별명은 '샤이니'였다. 당시에 "누난 너무 예뻐~ " 라며 샤이니가 인기가 많았다. 얼굴은 샤이니와 거리가 매우 멀지만 패션만큼은 못지않았다.
컬러풀한 색깔의 옷을 다양하게 입는 샤이니 같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검은색 아니면 베이지색 바지만 입는 대부분의 남자들과 달랐다. 하늘색, 청록색, 파란색, 주황색 등 쨍하고 선명한 채도 높은 색 옷을 입었다. 너무 과하지 않게 화려한 바지를 입으면 위에 옷은 차분하게 입었다. 남자는 '핑크'라는 신조로 분홍색 옷도 자주 입고.
지금은 결코 아니다. 나와 같이 4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블랙맨인가 싶을 정도로 블랙 아니면 화이트다. 대신 목걸이나 팔찌 같은 아이템에 관심이 많다. 목걸이나 팔찌의 디자인이 매우 힙하다. 적당한 굵기의 체인 목걸이에 펜던트도 다양하다. 두꺼운 은반지를 걸기도 하고 하프모양인 여자 펜던트나 초승달 모양 펜던트 날개 모양 펜던트 등 화려하다. 남편이 남자로 태어났으니 이 정도지. 여자로 태어났으면? 아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관리하고 신경 썼겠지. 그의 말을 빌자면 남자이니 꾸미는 것도 한계가 있단다. 그러면서 꾸미는 관심을 나에게 쏟았다. 연애시절부터 그랬다.
20대 연애시절 소녀스러운 옷스타일을 입었는데 남편이 스타일을 바꿔줬다. 여성스럽고 성숙하면서 시크한 패션. 예를 들면 h라인 스커트나 A라인 원피스 등등. 꾸미는 거에 관심이 많으니 딸을 낳고 싶어 했다. 바란다고 될 일이 아니니. 아들만 둘이다. 고로 나를 꾸미고 싶어 한다. 내가 꼭두각시 인형도 아니고. 안 꾸미고 칙칙하게 있으면 구박도 서슴없이 한다. 화장을 너무 못한다고도 하고. 옷 좀 신경 쓰라고도 하고. 처음에는 옷스타일을 바꾸려고 하는 그를 못마땅해했지만 점점 적응했다. 다행히 그런 말을 들어도 요즘은 발끈하지 않는다.
남편이 올리브영에 자신의 화장품을 사다가 검은 매니큐어를 집는다. 내 손에 발라보라고. 손사래를 치며 매니큐어 잘 못 바른다고 했다. 그래도 산다고 한다. 자기가 손수 발라줄 거라고 하면서. 사줘도 안 바를게 뻔하니. 데싱디바 사준 적은 있어도 매니큐어를 발라준 적 없는데. 한 번도 안 해본 그에게 내 손을 맡겨도 될까?
다른 색도 아니고 새까만 색깔이라 잘못 바르면 티가 확 날 텐데. 그래도 남편이 검은 매니큐어 바른 손을 보고 싶다길래 남편에게 손을 맡겼다. 남편은 잔뜩 긴장한 채 조심스럽게 바른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이건 더 섬세한 작업인데. 한 번도 발라본 적 없으면서. 바르면서는 네일 하는 사장님처럼 장난도 친다.
남편 : "고객님 예쁘게 발라드릴게요 ~ "
얼마 전 남편이 나에게 크게 잘못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더 오버하는 거 같다. 잘 바르고 싶다는 욕심과 달리 매니큐어는 삐뚤빼뚤이다. 얇게 펴 바르고 말리면서 진하게 덧칠하는 걸 알리가 있나. 너무 많이 발라 살에도 잔뜩 묻고 난리다. 그렇게 완성한 모습
원래 더 삐뚤빼뚤 난리였는데 삐죽 튀어나온 부분은 아세톤으로 급 지웠다. 아주 예쁘진 않지만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니. 그리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남편이 크게 실망할 게 뻔하니.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불만족스럽다고.
발라준 지 일주일이 되니 끝이 벗겨지고 이상해졌다. 그런데 왠지 아세톤으로 지우고 싶지 않다. 지우기 귀찮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남편이 처음으로 직접 발라준 거라 그렇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이렇게 글을 쓰며 그 마음 오래오래 간직해야겠다. 츤데레 남편의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