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는 거도 체력과 부지런함이 있어야 한다. 물론 돈도 필요하고. 그리고 외적으로 꾸미는 거도 건강할 때나 가능하다. 요즘 빌빌대느라 휴식과 회복에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기침이 잦아들 즈음 남편이 얘기했다.
"네일 좀 받아 ~ "
남편은 참 이런 거에 관심이 많다. 오죽하면 화장한 아내얼굴을 좋아한다. 여름도 아닌데 페디까지 받으라고 한다. 네일을 받으면 손과 발이 이뻐 보인다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의 남편과 다른 사람. 즉 아내의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과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꾸미기를 내가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대충대충 살았겠지. 화장 못한다고 화장 잘하는 영상 좀 보라는 남편이 없으니 화장도 안 하고 살았겠지. (남편은 실제 페이스 오프 수준의 메이크업한 여자의 영상을 찾아 보내준다. 따라 해보라고)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 남편과 사는 건 장단점이 뚜렷하다. 장점은 예뻐지는데 투자하는 걸 이해한다는 거와 단점은 잔소리와 구박이다. 관리하는 여자가 되어야 하는데 뭐 그러기가 쉽나. 오죽하면 남편은 정관수술을 하기 전에도 이런 부탁 섞인 제안을 했다.
"더 예뻐지라고. "
그 이후엔 알겠다고 했는데 대체 언제 하는 거냐고 속았다며 질척됐다. 많이도 아니고 5kg만 빼보라며. 5kg은 여전히 빼지 못했고 남편은 이제 더 찌지만 말라고 한다. 맨날 약골에 빌빌대니 건강하라고 하면서.
나는 남편이 살이 쪄도 귀여워졌다며 한결같은데 남편은 아닌 것 같아 실망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예뻐지는 게 내 자존감도 올라갈 수 있고 나를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 잔소리를 해도 기분이 별로 안 나쁘다. (가스라이팅 당한 건가?)
남편의 유전자는 아들에게도 갔는지 두 아들도 예쁘게 꾸미기를 좋아한다.
"엄마는 강의 갈 때 화장도 하고 머리도 단정해서 예뻐. 엄마가 할머니 되어도 예쁘면 좋겠다. "
우리 집 남자 셋의 바람을 지키기 위해서 관리하는 여자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