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러빔 하나님의 열심

길 잃어 지친 영혼 돌아보라 나의 품으로 안기어라

by 초아


대학시절, 크리스찬인 수에게는 큰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던 적이 있다. 연극 대본을 쓰던 수는 전공과목 외에도 시간을 할애해 노트북 앞에 자주 앉았다. 외로운 것 같으면서도 성실하고 굳건하게 글을 써내려 갔고 그 글을 사람들 앞에 펼쳐보았다. 그를 보면서 저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학교를 다니는 피로감으로, 나의 실력을 비하하고 남들과 비교하는 자신에 머물러있던 나는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수가 부러웠다.


집을 구하고 나선 자연스레 수를 따라 한인 교회에 갔다. 밝은 얼굴로 새 신자를 맞이하는 권사님과 인사하고 높은 건물의 널따란 예배당 중간 자리즈음에 섰다. 처음 기도하는 그 순간 맞잡은 두 손이 꽉 쥐어쥐며 저항 없이 눈물이 흘렀다. 신의 존재여부를 물을 시간도 없이 목사님을 입을 타고 흐른 모든 말들이 마음을 두드렸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지, 왜 이리 외로운지, 함께 하는 사람마저도 낯선 의지할 곳 없는 게 서글퍼져서 한 3주간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닦아냈다. 단단히 세워진 마음의 벽은 기도 속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나약한 존재를 드러냈다. 교회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활이 넉넉지 않아도 목사님과 함께 독일로 넘어오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신 사모님, 몇 년째 생물학을 전공하며 청년들을 위로하던 청년부 회장님, 바이올린을 위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는 20살 지혜로운 동생까지.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 땅에서 신과 이웃을 사랑하며 이곳에서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해내고 있는 그들은 고독해 보이면서도 단단했다. 수에게서 느낀 그런 것들이었다.


믿음은 어느 순간 갑작스레 찾아온다.

일을 가기 위해 새벽 4시 50분에 집에서 나갔다. 기차를 타러 가는 길은 캄캄하고 스산했다. 길가에 어둠을 간신히 밝혀낸 가로등만이 보인다. 집에 나오기 바로 직전 항상 한쪽 이어폰을 장착하고 빠른 걸음으로 이 어두운 길을 힘차게 걸었다. 어느 날은 찬양을 틀고 집문을 나섰다. 신기하게도 캄캄한 새벽이 더 이상 어둡지 않게 느껴졌다. 가난하고 불안한 내 마음이 든든해졌다. 찬송의 모든 단어들과 찬송을 부르는 이들까지의 에너지까지 나의 길을 밝혀주었다.

독일에 오면서 아버지와 연락을 많이 하게 됐다. 아버지 그늘을 떠나 독립하고 나서는 세상과 고군분투하느라 연락을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7시간의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이곳은 부녀의 안부를 더더욱 묻게 만들었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들도 전화기 너머로 가능케 했다. “타지에서 부모 도움 안 받고, 알바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지.” 조금 놀랐다. 아버지는 지금의 나를 귀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곳에 온 건 온전히 나를 위한 건데, 20대 후반이 다 되도록 벌어 놓은 돈도 없고 번듯한 직장도 없는 자랑할 것 하나도 없는 그런 딸인데. 그런 나를 자랑스러워한다니. 그러면서 나 스스로를 믿지 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수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네덜란드의 학교를 지원해 떠났고 오로지 혼자가 되었다. 독일을 오기 전과 난 사뭇 달라져 있었다. 두 아버지의 나를 향한 근거 없는 믿음이 나 스스로를 믿게 했다. 보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수가 떠난 후로는 교회를 가지 않았지만 가끔 두 손 모아 기도를 한다. 하나님께 안부 인사를 하고 내 주위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간절히 간청한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을 때에도 간절히 기도하겠노라고 전한다. 자주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 내 믿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힘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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