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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좋은그녀 Jul 22. 2023

글 써서 돈 벌어 보셨어요?

만원의 행복

글 써서 돈 버는 날을 상상만 아니 상상도 못 했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라고 호기롭게 내뱉긴 했지만 사실 퍽이나 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막막했고 막연하게 일기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글들을 의무감에 하나 둘 써서 발행버튼은 눌렀지만 끝없는 자기 검열로 인해 더 작아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수준이 아니고 남들은 다 떡인데 나만 쌀가루이고 차라리 계속 쓰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던 그 오만함이 좋았다는 생각도 들고 마음이 복잡해지더라고요. 

모든 순간이 글감인데 어느 날부터 자꾸 외면하고요. 

이게 무슨 글이 되겠어 싶다가 

안될게 뭐람 짧게 쓰면 되지 싶다가 

정신 차려 네가 하상욱인줄 아니 하면서 비난으로 끝나더라고요.

자기비판 말고 자기 자비만이 자신을 발전시킨다는데 이렇게 비판만 하다가 발전은커녕 후퇴하게 생겼네요. 게다가 저는 슈퍼스타는 커녕 아직 점하나 찍기도 전인데 왜 이리 생각이 많은 건지.


아이는 더 이상 제 손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고 아이 친구 엄마들은 하나둘씩 일을 시작하는데 저만 여전히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나 싶어 자존감은 없어졌고요. 마음이 그래서 그랬는지 몸도 아팠고 털고 일어날 수 있을 줄 알았던 장장 몇 개월을 우울증인데 아닌척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헤드라잇을 알게 되었죠. 그래, 살아갈 힘을 얻을만한 뭔가가 필요해. 브런치를 시작할 때처럼 말이죠. 

전업주부로만 살다가 브런치 작가라는 호칭을 얻으니 엄청 업그레이드된거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땐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작가신청에 번번이 탈락하고도 일기보다 못한 걸 쓴다고 새벽 4시까지 안 자면서도 행복했어요. 


그렇게 다시 한번 엉금엉금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드디어 만원 남짓한 돈을 벌었다는 화면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만원.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던 돈 만원이 살아갈 이유만큼의 의미를 주었습니다. 

출산과 동시에 일을 접었기에 딱 십 년 만에 번 돈이네요. 얼마가 되었든 돈을 벌면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요. 이 돈으로는 아무것도 못할 거 같네요. 저한테는 희망이고 살아갈 이유이고 감동의 눈물이고 자존감이 되었거든요. 


고마워요 브런치 감사해요 헤드라잇


이 마음이 얼마나 유지될지 모르겠지만 왈칵하는 이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쓰레기라고 부를 수도 없는 끄적임을 계속해서 한번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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