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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Jul 12. 2024

모모처럼

정서적 재충전

2005년으로 기억하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책이 한권 있다.

모모!

김삼순이 하는 대사에서 모모라는 아이의 매력에 빠져 책을 읽어갔다. '책속의 모모'는 '드라마에서 묘사된 모모'보다도 훨씬 근사하고 닮고 싶은 아이였다.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커다랗고 까만 눈으로 말끄러미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러면 그 사람도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을 떠 올리는 것이었다.
-마하엘엔데의 모모 중-

잔잔한 감수성을 가지지 못한 나에게 모모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모습으로 살고 싶게끔 하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어제 누군가를 만났다. 삶의 여러 통과의례들 가운데 참 어둡고 힘들고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지만 긴 시간 대화를 통해 느껴지는 그 속에 보이는 '모모'와 같은 따뜻함과 단단한 용기.

어렵고 힘든 시간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참 경청 해 주었다. 그 경청 속 따뜻함이 마음에 쌓였다.

모모처럼 커다랗고 까만 눈으로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은 채 물끄러미 지긋히 바라본다. 곧이어 내 속에 있던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실타래처럼 조심스레 엮어 나온다. 그이는 자책하는 듯 보였지만 그의 정원 속 어딘가에 숨어있던  따뜻함으로 나는 안정과 '넓고 깊은 한걸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정원은 여전히 꽃도 피고 있었고 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새가 깃들고 연못의 물고기들은 자기들을 내고 있었다.

각자의 정원에서 각자에 걸맞는 꽃을 피우며 연못을 조성하며 나무의 자리를  재정비하며 울면서라도 뚜벅 뚜벅 걸어가는 아름다운 것이 인생이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굽히지 않고 뚜벅 뚜벅 걸어가는 용기를 보여주었지만 결코 자만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타인과 발 맞추어 가는 모모처럼 그이도 나도 이 시기를 잘 견디며 버티며 그 날이 올때까지 꿋꿋이 일상을 잘 살아 내주었으면 좋겠다.

모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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