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r
나는 시를 잘 모른다. 그런데 시를 읽고 생각하는 건 좋아한다. 그런데, 학창시절 시험에서 시가 영역은 틀렸던 기억이 선명하다. 선생님도 의아 해 하셨던 기억이 있다.
내가 참으로 애정하는 시인이 있다. 나태주 시인이다. 온국민이 다 아는 시인 풀꽃으로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인생의 계단을 오르면 오를 수록 무릎을 탁 칠정도의 통찰이라는 생각이 든다.
10여년 전부터 눈여겨 보던 블로거들이 있다. 온라인 상이였지만 정서적 친근감을 느낄 정도 였다.
오랜만에 그들의 블로그에 입장하였다. 오랜 친구와 놀이동산에 온듯한 느낌이다. 너무 설레였다.
서로 각자의 삶에 집중하느라 나누지 못한 말들이 블로그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가 걸어온 삶을 미주알고주알 읽는 포스팅마다 따라다니며 그 글이 포스팅되는 상황을 수다스럽게 알려 주고 있다.
그들은 세상에 유명함을 위한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블로그에 시작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좋아하는 일을 계속 이어나갈 뿐이다. 그 좋아하는 경험이 쌓여 주변에 나누고 있을 뿐이다.
진정 giver(기버)이다. 그 경지에 오른 그들은 삶에 대한 충만함이 있다.
고등시절 수학을 잘 하는 친구가 있었다. 혼자서 일주일동안 끙끙대던 문제도 그 친구손에 가면 5분이내 솜사탕 풀어지듯 해결이 되었다. 그 친구는 우리반을 넘어 우리 학교 수학 과외선생님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쉬는 시간, 자율학습시간 등 혼자 공부하는 시간에 그 친구 주변엔 항상 수학문제집을 들고 있는 친구들이 가득했다. 선생님들도 공부하는 거니 사실 큰 제지는 없으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입시준비에 졸릴까봐 냉방에서 공부하고 서서 공부할 만큼 시간을 아껴야 하는 시간에 자신을 위한 공부가 아닌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내 주면서 짜증한번 내지 않고 거절한번 하지 않은 그 친구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다. 진정 giver(기버)이다.
어제 아들과 대화를 나눴다. 진로와 진학을 위해 고민하는 아들에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니 내릴 수가 없었다. 나의 이 글과 마음이 닿지 않을 것 같지만 나는 그렇게 먼저 살아 보려고 한다.
인생을 살다보니 내가 잘해 온 것들도 나의 능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능력을 발휘할 환경이나 도운 이들이 더 많다. 난 그저 나의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내가 그렇게 도움받아 지금껏 살아가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면서 작은 꿈을 꿔 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조금씩 '축적'해 보기로...
그렇게 나를 자세히, 오래, 꼼꼼히, 세심하게, 꾸준하게 들여다 보기로...
그 블로거들처럼, 그 수학천재 친구처럼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이들이 있다면 기꺼이 giver(기버)가 되기를 꿈꿔본다.
타인을 위해 주는 것이 결코 나의 것이 소진되는 것이 아님을 인생의 여러 경험을 통해 이제는 안다.
타인을 위해 주는 것이 내가 채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