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일하고 적게 벌어서 여윳돈은 별로 없지만 여유 시간이 많아진 덕에 난 취미부자가 되었다.
그전에 바쁘게 일할 때는 일상이 빡빡하고 힘들다 보니 단 하나의 취미를 갖기도 어려웠다. 일하고 집안일하고 육아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탈탈 털려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었다. 잠깐의 시간이라도 생기면 소파에 누워서 쿨쿨 자기 바빴으니. 내가 뭘 좋아했고, 지금은 뭘 하고 싶은지 나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주 4일로 일하고 일찍 퇴근하는 삶을 살게 되니 자연스럽게 하나씩 하나씩 취미가 늘어났다. 독서, 글쓰기, 캘리그래피, 운동, 영어책 읽기 등등 어느새 취미부자가 되어 있었다.
제일 처음으로 시작했던 취미는 캘리그래피이다. 독학으로는 잘 늘지 않아서 쉬는 금요일 오전에 캘리그래피 클래스에 나갔다. 캘리도 배우고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도 하며 보내는 시간들이 힐링이었다. 사부작사부작 쓰고 그리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지금은 배우러 다니지 않지만 책을 읽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소소하게 캘리로 기록하고 있다. 대학생 시절부터 책을 읽으면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적어두었었는데 그걸 캘리로 남길 수 있어서 기쁘다.
캘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책 읽기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책을 직장생활 시작과 동시에 손에서 놓아버렸는데 남는 시간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틈틈이 책을 읽게 되었다. 예전에는 책 소장욕구가 커서 책을 사서 책장 가득 보관했었는데 지금은 2주마다 도서관에서 아이책 8권, 내 책 2권을 꾸준히 빌려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읽고 빌리는 일들이 즐겁고 소박한 일상이 되었다. 책 읽는 풍성한 기쁨을 아이도 알기 바라며 아이책도 열심히 함께 고르곤 한다.
그 외에도 브런치에 조금씩 내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하지 않던 운동도 꾸준히 하고(특히 유튜브 흥둥이에 빠져서 일주일에 3-4번은 춤추는 중), 싫어했던 영어랑 조금 친해지고자 영어책 읽기도 하고 있다. 이런 나의 소박한 취미들이 대단한 결과를 이뤄내길 바라는 건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사부작 거리는 시간들이 나를 진짜로 쉬게 하고 새로운 에너지들로 채워주는 것 같다.
빡센 직장생활에 힘드신 분들도 주말에 소박하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한 가지 정도의 취미를 가지면 잔잔하게 나를 채우는 시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물론 그때는 나도 누워서 자는 게 제일 힐링이었지만) 모두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또는 어떤 틈틈의 순간들에 자신만의 힐링의 시간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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