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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온도 Jul 24. 2023

저도 한번 빼보긴 했어요

4kg 정도

 다이어트에 위기를 느끼고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식이조절을 하기로 했다. 막다른 길이라는 걸 깨닫고 PT까지 결제했다(눈물의 거금). 두 달 뒤 제주도여행까지 어떻게든 살을 빼야 했다.


PT를 간 첫날 인바디에 분석된 나의 몸 상태는 처참했다. 과체중이라뇨. 복부비만이라뇨!!! 진짜일리 없다고 보고 또 보아도 난 과체중에 복부비만이었다. 그렇게 두 달 동안 다시없을 나의 열정(?)적인 다이어트가 시작되었다.




식이조절은 역시나 너무 힘들었다. 식이조절의 가장 큰 적은 엄마였다. 엄마 아빠는 ‘밥을 잘 먹어야 한다,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거다’라는 주의라서 늘 한식을 한상 제대로 차려 드신다. 일주일에 2-3일을 엄마집에 가는 나로서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밥뿐만 아니라 디저트, 과일, 미숫가루 등까지 챙겨주는 엄마집 한식 코스요리. 밥 한 공기 꽉 눌러 채워주는 엄마의 사랑. 다시 돌아가 억지로 밥솥에 밥을 반이상 덜어놓고 아껴가며 천천히 꼭꼭 씹어먹었다. 그리고 엄마집 거실을 뱅뱅 돌고 또 돌았다.


엄마집을 안 가면 내가 한 요리는 별로 맛이 없어서 힘들지 않았다. 가능하면 최대한 샐러드와 닭가슴살, 포케 같은 다이어트 메뉴를 먹었다. 그중에 가장 좋아했던 메뉴는 포케. 그나마 가장 먹은 것 같은 포만감에 소스가 맛있으면 꿀맛이었다.




살을 빼겠다고 아침 출근길을 걸어 다녔다. 공복에 유산소가 좋다 하니 일찍 일어나 직장까지 25분 빠른 걸음으로 걸어 다녔다. 가능하면 퇴근길도 걸어왔다. 많이 걷다 보니 무릎이 아파서 러닝화도 샀다.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하자라는 마음으로 걷고 또 걸었다. 그 덕에 나는 얼굴에 잔뜩 깨가 뿌려진 깨순이가 되었다.


PT도 열심히 했다. 빡세게 운동하는 거 싫어해서 천천히 쉬엄쉬엄(?) 무리하지 않고 운동하는 스타일인데 최선을 다해서 시키는 대로 했다. 물론 PT샘은 말도 많고 엄살도 심하고 더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나에겐 굉장한 최선이었다. 운동하고 시간이 있으면 유산소까지 30분 했다.


PT는 일주일에 두 번이었으니 나머지는 집에서 홈트를 했다. 그중 가장 좋아했던 건 유튜브 흥둥이였다. 춤 잘 못 추는 뻣뻣 그 자체이지만 그냥 잘 모르는 아이돌 노래에 춤을 추는 게 재밌었다. 가끔 남편이 몰래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긴 했지만 20분만 해도 땀이 뻘뻘 흐르는 게 좋았다. 길에서 나오는 아이돌 노래의 대부분을 아는 아줌마가 된 것도 뿌듯했다.




그렇게 두 달의 눈물의 시간이 지나고, 나도 살이 빠졌다. 4kg. 물론 소박한 숫자지만 굉장히 뿌듯했다. 아직 갈길이 멀고도 험난하지만 나도 한번 빼봤다는 성취감!


물론 그 이후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운동하는 선에서 그리고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식이조절로 천천히 살을 빼는 게으른 다이어터로. 여전히 나는 천천히 느리게 살을 빼는 중이다.



*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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