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굳은 결심과 함께 시작했던 1시간 PT는 한번 체중감량 이후로 의지가 시들시들해졌다. 몸무게가 야금야금 다시 쪄도 시들시들해진 의지는 다시 굳건해지기 어려웠다. 한 시간 동안의 운동시간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일하고 아이를 돌보며 운동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운동을 하긴 해야 한다는 저 마음 깊숙한 곳의 양심의 불씨를 겨우 살려, 고민 끝에 30분으로 PT 시간을 변경해서 계속 운동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정도, 딱 그 정도로 일주일 2번 30분씩 겨우겨우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내가 운동을 한다고 하면 모두 깜짝 놀라며 묻는다. "아니, 아직 운동을 계속하고 있어?" "응 억지로 억지로 내 몸을 겨우 끌고 가고 있어" 나이가 들며 신체의 쇠약해짐(?)을 느낄 때, 또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건강하게 오래 아이 곁에 있어주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지만 사실 쉽지 않다. 매번 운동을 가야 할 때마다 운동을 가지 않을 핑계가 내 마음속에 100개가 넘게 솟아나고, 혹시 PT샘이 일이 있으셔서 못한다는 연락이 오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가지며 핸드폰을 들여다보곤 한다.
운동하고 싶지 않은 게으른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운동장소에 도착하면, PT 샘의 잔소리 폭탄이 시작된다.
"식단은 도대체 왜 안 하시는 거예요?"
"올 때는 천천히 겨우 시간 맞춰서 오면서, 갈 때는 어쩜 그렇게 재빨라요?"
“살이 왜 안 빠지는지 모르겠어요? 전 알겠는데”
아하하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잔소리를 뒤로하고 재빨리 자리를 피한다.
운동을 시작하면 너무 힘들어서 이번에는 내 입에서 멈출 수 없는 말대꾸가 쏟아져 나온다.
"무게가 너무 무거워요, 어지러워요, 죽을 것 같아요, 이러다 근육 너무 많이 생기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PT 샘도 조목조목 반박을 시작하신다.
"무게는 전혀 무겁지 않고, 이 정도 해서 사람이 절대 죽지 않고, 근육이 많이 생기는 건 지금 상태로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렇게 나는 30분 동안 여러 핑계를 대 보지만, PT 샘 잔소리에 밀려 겨우 운동을 완수하곤 한다. 무리하지 않고 조금씩 운동해서 천천히 살을 빼겠다는 나의 의지와 열심히 해서 어서 살을 빼라는 샘과의 팽팽한 시간이랄까.
아직 운동의 기쁨? 땀 흘린후의 개운함? 그런 건 전혀 모르겠다. 그저 운동했으니 내 마음의 양심의 가책을 조금 덜어낼 뿐. 그저 오늘 내가 한 고생만큼 조금이라도 살이 빠지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뿐. 언젠가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운동의 기쁨을 알게 되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오길 바라며 꾸역꾸역 겨우겨우 오늘도 운동을 갑니다.
*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