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영민 Jun 16. 2024

빨리 낫는 법 읽어내기

약 봉투와 처방전, 그 너머의 건강정보

  의사에게 약을 처방받게 되면 처방전이 나와요. 약국에 가서 처방전을 내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기다리니, 얼마 후 저를 부르네요. 약값을 계산하고 포장된 약을 받습니다. 약사가 “하루 세 번, 식후에 드세요. 약 드시고 좀 졸릴 수 있어요.”라며 약 봉투를 줍니다.


  ‘약제비 계산서 ․ 영수증’ 부분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별지 제11호 서식]에 정해져 있지만, 약 봉투는 약국마다 다르게 생겼어요. 위의 약 봉투에는 1회 투약량, 1일 투여 횟수, 총 투약 일수, 약 정보, 복용 시 주의사항 등 다양한 정보가 있지만, ‘내복약’이라는 문구와 수령인 이름만 있는 약국 봉투도 있지요.     



  내가 받은 약 봉투에 자세한 정보가 없고, 약국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처방된 약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 확인해야 할까요? 바로 '처방전'입니다. 처방전 양식은 의료법 시행규칙 [별지 제10호 서식]으로 정해져 있어요. 처방전에는 환자와 발급한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 질병분류기호, 처방 및 조제 내역 등이 기재됩니다.


  대학병원 키오스크에서 처방전 발급 버튼을 누르니 약국 제출용 1부와 환자 보관용 1부, 총 2부가 출력되어 나옵니다. 의원에서는 약국에서 약을 지을 때 필요한 약국제출용 처방전만 주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환자보관용 처방전이 필요하시면 추가로 요청하세요. 지금부터는 처방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함께 살펴볼까요?

                                                    


  처방전에 있는 ‘질병분류기호’(노란 음영)를 이용하여, 내 질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질병명 대신 기호만 입력되기 때문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드 및 질병명 검색’ 사이트 혹은 검색 포털을 이용하여 질병명을 확인해야 하지요. 잠깐의 번거로움을 감수한다면, 내가 어떤 질환으로 약을 처방받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어요.



  얼마 전 귀에 염증이 생겨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진료를 봤어요. 처방전을 받아보니 ‘H609’와 ‘J359’라는 질병분류기호가 쓰여있더군요. 질병분류기호를 검색해 보니 ‘상세 불명의 외이도염’과 ‘편도 및 아데노이드의 상세 불명의 만성질환’으로 진단을 받았다는 걸 알았어요. ‘외이도염’, ‘아데노이드’라는 키워드를 국가건강정보포털 검색창에 입력했더니, 귀의 해부구조와 기능, 증상(이명, 귀의 통증과 분비물 등), 질환(외이도염, 중이염 등) 정보를 보여주네요.



  귀의 구조를 이미지로 보니 외이, 중이, 내이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내 증상이 이 질환에 딱 들어맞네요. 외이의 염증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중이로 퍼질 수도 있다니, 먹는 약과 귀에 넣는 약을 용법대로 잘 투여하고, 다음 진료도 예정대로 잘 받아야겠네요. 이번에 치료가 잘 되고 나면 절대 귀를 후비거나 억지로 귀지를 긁어내지 말아야겠어요.


  처방전의 질병분류기호를 이용하여, 짧은 진료 시간에 듣지 못한 외이도염의 원인, 증상, 치료와 예방 정보를 차분히 탐색하고 자가관리를 잘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귀 염증’과 같이 부정확한 키워드로 블로그나 유튜브를 찾아 헤매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답니다.     


  처방전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초록 음영)를 살펴볼 차례네요. 이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받은 약은 무엇이고, 어떻게 복용해야 할지 확인해야겠지요. ‘처방 의약품의 명칭’을 약학 정보원의 ‘의약품 검색’ 창에 입력합니다. ‘페니라민정’을 검색하니 아래와 같은 결과를 얻었어요.



  약 봉투에 들어있는 노란색 알약이 ‘페니라민정’이었군요. 검색 결과 리스트에서 제품명인 ‘페니라민정’을 클릭했더니, ‘의약품 상세정보’ 창이 열립니다. 약의 성분, 함량, 첨가제부터 효능과 효과, 용법과 용량, 사용상 주의사항, 복약정보 등 약에 대한 세부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약물 정보는 물론, 복약 안내문을 따로 출력할 수도 있네요.



  귀 안이 무척 가려운데 긁어선 안 되니, 피부 가려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 약을 처방한 거였군요. 한 알이 2mg인데 하루에 13알 이상 쓸 수 없대요. 저는 1일 3회 한 알씩, 총 3알을 처방받았으니 문제없어요. 약을 먹고 나서부터 나른했는데 바로 이 약 때문이었어요. 졸음이 올 수 있다니 이 약을 먹는 동안 운전하지 말아야겠어요.


  상호작용 화면에서 이 약을 먹는 동안 피해야 하는 음식과 약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페니라민정’을 먹는 동안 입이 마를 수 있어서 물을 자주 마셔야 하고, 졸음이 심해질 수 있어서 술을 마시지 말라네요. ‘페니토인’이라는 약물을 이 약과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1회 투약량’은 한 번에 몇 알의 약을 먹어야 하는지, ‘1일 투여 횟수’는 하루에 몇 번 먹어야 하는지, ‘총 투약 일수’는 며칠 동안 약을 먹어야 하는지, ‘용법’은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의미해요. 일련의 정보를 토대로, 약이 올바로 포장되었는지 확인해 볼 수도 있겠지요. 아래와 같이 약을 처방받았다면, 약이 어떻게 포장되어야 할까요?                         



  3일간 하루 3번 먹을 약이, 봉투 아홉 개에 나뉘어 담겨 있겠지요. ‘아침’ 봉투에는 A 2알과 B 1알, ‘점심’ 봉투에는 B 1알, ‘저녁’ 봉투에는 A 2알, B 1알과 함께 반으로 쪼갠 C가 담겨 있어야 한답니다.


  약이 봉투에 이상 없이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하니 마음이 놓이네요. 아침, 점심, 저녁 표기를 잘 확인하고, 때에 맞는 약 봉투에서 약을 꺼내 먹어보아요. 나를 낫게 하는 법을 잘 아는 당신, 아플 때 하루 빨리 나으시길 빕니다. :)


*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의 선택적 초점 촬영' 사진: Unsplash (freestocks)

이전 01화 건강 문해력은 왜 중요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