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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민 Dec 26. 2022

미국에 태블릿 학습기 가져갈까

미국 체류 중 한국 초등공부 계속하기

 1년 후에 돌아올 텐데, 그 사이 학습결손이 생기면 어쩌나. 이게 제가 초등 1, 3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나가기 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에요. 선배님도 지금 5학년인 설이가 돌아올 때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을 테니 이 부분이 많이 고민되실 거예요.


 저에게는 '온라인 학습'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어요. 저희는 한국인이 많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되어서, 한국 커리큘럼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이나 학원을 찾을 수 없었어요. 미국까지 가서 과외를 시키고 싶지도 않았고요.


 코로나19 시대를 지나오면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e학습터(https://cls.edunet.net/), 에듀넷·티-클리어(https://www.edunet.net/nedu/main/mainForm.do) 같은 사이트를 알게 되었지만, 2018년에는 저에게 그런 정보가 없었어요. EBS 사이트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제가 아이들 시간표를 짜고 학습을 관리하는 부분에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태블릿 학습을 제공하는 회사들은 해외에서 기기 고장 시 수리 등 지원이 안 되는 점을 들며, 해외에 기기를 가져가지 말라고 해요. 소비자 입장에서도 학습에 지장이 생길까 봐 꺼려지고요. 그래서 저는 태블릿 학습 대신 인터넷 기반 학습을 선택했어요.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현지에서 A/S가 가능한 기기로 접속하여 인터넷 학습을 하는 것이죠.


 출국 전에 여러 회사의 서비스를 비교했어요. 2주에 한 번, 같은 학년 친구 여러 명과 함께 하는 화상수업이 제공되는 곳을 선택했어요. 2주 간 공부했던 내용 중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같이 문제를 풀거나 발표를 하는 수업이었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어요. 어차피 해야 하는 학습이라면,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요.


 시차가 있어서 시간표 조정이 잘 되지 않았던 날은 아이들이 새벽에 일어나 수업을 들어야 했어요. 그러나 화상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태블릿 학습기와 동일하게 학습 시간표가 제시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 학습이 제공되어서 대체적으로는 만족했습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장애물이 있었으니, 바로 인터넷 속도였습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 환경이 얼마나 좋았는지 피부로 느끼게 되었지요. 동영상 콘텐츠를 재생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서는 선생님이 제시하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멈춰 있기 일쑤였어요. 인터넷은 지역회사 상품 중 가장 비싼 옵션으로 하고, 서비스 점검을 받았는데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한국으로 복귀할 시기가 다가오자 한국 초등공부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여, 동생에게 부탁해서 한국 교재를 배송받았습니다. 한국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해외배송으로 한국 교재를 받을 수 있었지만 배송비가 비싼 건 마찬가지였어요. 미국에서는 책뿐만 아니라 물건을 배송받을 때 포장과 운송 비용을 별도로 지불해야 해서 더 비싸게 느껴졌어요. 활용을 잘했다면 그 비용이 아깝지 않았을 텐데, 복귀 전 어수선한 시기라 생각보다 배송받은 교재를 잘 쓰지 못했답니다.


 인터넷에서 학습지를 출력하는 방법도 있지요. 이 경우 프린터와 종이가 필요합니다. 교재를 구입하는 것과 학습지를 출력하여 쓰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을지 생각해 보셔야 해요. 참고로 미국의 문구류는 상품의 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어요.


 만약 제가 아이들과 지금 출국하게 된다면, 저는 EBS 초등 AI추천학습 사이트(https://ai.ebs.co.kr/pri/)를 활용했을 것 같아요. 학년, 단원, 문제 난이도, 문제 수 등을 선택해서 직접 시험지를 만들 수 있고, 출력하지 않고도 인터넷에서 문제를 풀고 채점까지 할 수 있어요. 물론 출력하거나 파일로 다운로드할 수도 있고요.


 한국에 돌아온 후 집 근처 학교로 편입하기 위하여 미국 학교 교육 이수 서류를 제출하는 날, 아이들은 교무실에서 국어, 수학 시험을 봤어요. 해외 파견 근무 1년 간 아이가 미국의 공립학교에 진학한 것이어서 '인정유학자'로서 취학의무를 면제받았고, 귀국 후 편입할 때 교과목별 이수인정평가를 받는 것이었지요. 학교나 교육청마다 평가 세부사항이 다를 수 있으니 출국 전에 확인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2, 4학년이어서 편입 시 평가에서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설이는 초등 6학년이 되어 복귀할 예정이니, 미국에서도 한국 학습을 꼼꼼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국 학습 이야기는 이쯤 하면 충분할 것 같고요, 현지 학습을 열심히 하는 게 한국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몇 가지를 보태고 싶어요. 영어를 배우러 일부러 미국으로 연수도 가잖아요. 미국에 갔으니 영어 학습에 집중하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죠. 그중 책 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집 근처 공립 도서관은 미국.도착 후 빠른 시일 내에 등록하시고 책을 많이 빌려서 읽히셔요. 학교 도서관에도 책이 많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어요. 저희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영어 몰입 교육을 받았는데 영어책 읽기가 국어책 읽기, 국어 문해력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영어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문해력 훈련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국어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도 키워지더라고요. 아이들은 영어책에서 배운 개념을 토대로 국어책에 나온 개념을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 Barnes & Noble 서점이 크고 잘 되어 있어서 자주 이용했어요. 출판사, 주제별로 널찍하고 쾌적하게 전시되어 있어서 그런지, 책이 눈에 잘 들어왔어요. 서점 행사도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신간 독서회는 물론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쿠키를 먹으며 polar express 같은 동화책 읽은 후 산타에게 카드를 쓰는 행사도 열렸어요. 자본주의를 이끄는 나라의 서점답게, 부모 지갑을 잘 열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더랬지요.


 도서관에서 읽었지만 아이들이 집에 두고 매일 같이 보고 싶다고 하는 책만 서점에서 구입했어요. 책 값이 꽤 비싸기 때문에 일부러 책을 구입해서 한국에 들여오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마음에 드는 책은 한국에 돌아온 후 동방북스 같은 수입 판매처를 통해서 할인가로 구매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Captain Underpants, Dog Man 같은 그 당시 또래들에게 최고 인기였던 Graphic Novel을 사 달라고 해서 집에 들였는데, 킬킬거리며 수십 번도 넘게 읽은 것 같아요. 엄마 마음에는, 역사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Ranger in Time, Magic Tree House를 더 읽었으면 했지만, 현지 친구들과 공감대 형성하는 데는 Dog Man 쪽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본인들이 읽고 싶은 책을 읽게 두었습니다.


애증의 ‘개사람‘과 ’빤스대장‘

 

 5학년 설이에게는 Jeff Kinney, Roald Dahl의 책이 더 맞을 것 같아요. 특히 Jeff Kinney의 Diary of Wimpy Kid는 미국 아이들의 생활 모습과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어서,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이해하고 또래관계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수학은 한국 학년보다 쉬운 수준이었지만, 한국 수학을 복습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서 도움이 되었어요. 저희 아이들이 'Math Wizard'와 같은 별명을 얻으며 어깨에 힘주고 다닐 수 있게 해 주는 고마운 과목이었어요. 아이들도, 저도 수학이 이런 측면에서 유용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답니다. 역사, 사회, 과학 공부도 한국 공부와 연계되는 부분이 있으니, 미국 학교 교육에 충실하면서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하여 한국 교육을 병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국 공립학교 과제 예시 : (순서대로) 태양계 모형 만들기, 오대호와 아마존강에 대한 에세이 작성, 위인 조사 프로젝트, 중요 어휘로 작문하기


 거의 매일 학교 숙제가 있었다는 게 한국이랑 크게 달랐던 점이에요. 저희 아이들은 영어가 서툴러서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숙제를 하면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보고 추가 학습을 할 수 있었어요. 엄마 입장에서도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미국 태동기 사건들, 태양계, 지형의 변화 등 다양한 내용을 배우더라고요. 아마존강, 알렉산더 해밀턴 등 아이들이 선택한 주제를 연구하여 발표하기도 했답니다. 5학년이라면 더 심화된 내용을 배우겠지요. 학원의 도움 없이 스스로 모르는 것을 찾아보고 연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겁니다. 생각보다 얘기가 너무 길어지는데, 아이들에게 유용했던 사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 드릴게요.


* 참고 :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 해외유학자 출국 시 학적처리 및 귀국 후 편입학하기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699&ccfNo=4&cciNo=2&cnpClsNo=2)

** 사진 출처 : Pixabay (Sofía López Ola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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