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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민 Dec 29. 2022

미국 방과 후 교육

초등 아이들 방과 후 돌봄, 체육 교육을 활용해 보세요.

 지난번 현지 학습에 충실하면 한국 교육과정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드렸지요? 현지 학습에 충실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상당히 어려울 수 있어요. 바로 언어 장벽 때문이죠. 아이들이 네댓 살일 때부터 영어유치원, 영어학원에 다녀가며 엄청난 시간, 돈,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현지인만큼은 언어가 될 리 없었어요. 한국에서는 집, 학교 등 일상에서 영어를 전혀 쓰지 않았으니까요.


 '학교만으로 부족하다.'

 미국에서까지 영어 과외의 필요성을 느끼는 게, 참 해도 해도 끝이 없구나 싶었어요. 그러나 학교생활만큼은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미국 학교 등교시간이 빨라서 늦어도 8시부터 2~3시까지는 학교에 머물렀는데, 그 긴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낸다면 아이가 얼마나 괴롭겠나, 그런 이유에서요.


 많은 대안이 있었겠지만, 아이가 이동하는 동선이 가장 절약되면서 고생하지 않는 추가 영어학습은 방과 후 학교였어요. 과학실험, 로봇 만들기, 천체 관측과 같은 방과 후 수업을 듣게 했어요. 학교 내 과학실험실, 활동실에서 학교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 적응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또 하나, 지역 YMCA가 학교 식당과 체육관을 이용해서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체육활동을 제공하기도 했어요. YMCA 방과 후 프로그램은, 학생 또래로 보이는 직원이 학교 숙제도 봐주고 보드게임, 레고 조립, 농구 등 놀이 활동을 제공하는 돌봄 성격을 띠고 있었어요. 그 당시 4학년이었던 큰 아이에게 물으니 학교 숙제를 하면서 모르는 것을 돌봄 선생님에게 물어보고 도움을 받았다고 하네요


 미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교육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체조(gymnastics)’였어요. 우리나라 태권도처럼, 미국에서 대중화되어 있는 체육 교육 중 하나인 것 같아요. YMCA 센터에서 소위 '헬스장'보다 더 크고 장비가 잘 갖추어진 곳, 수영장만큼 투자가 많이 된 공간이 바로 '체조 교육장'이었어요.


 아이들이 한국 영어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결혼 이주한 캐나다인 체조선생님께 유아 체조를 배웠었는데, 훈련하는 내용을 보니 흡사 제가 배우는 필라테스 같아서, 아이들 근력발달이나 자세교정에 매우 도움이 되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수강생이 적어서 체조 선생님께서 한두 달 만에 그만두시는 바람에 무척 아쉬웠었거든요.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체조 수업을 보내는데 총력을 다했어요. 우리나라 부모가 자녀교육에 열성적이라고 하던 가요? 제가 목격한 미국 부모들이 농구, 미식축구, 수영, 체조 등 체육 교육에 쏟는 열정은 한국의 교육열 못지않았습니다. 시골마을이었는데도 아이들을 매번 차로 실어 나르고 수업 내내 지켜보고 등록이 시작되기 무섭게 마감이 되는 그 대열에 저도 끼어들었지요.


 참고하시라고 덧붙이자면, 미국 학교에서 하는 스포츠 클럽은 단순한 동아리 활동 이상이랍니다. 학교 스포츠 클럽은 적어도 초등시절부터 소질이 있고 실력을 갖춘 아이들을 중학교, 고등학교 때 선발해서 구성합니다. 대학 체육 관계자의 눈에 들면 체육 장학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체육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부모들이 많았습니다.



 YMCA 체조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은 올림픽 종목인 마루, 링, 평균대, 안마, 도마, 철봉, 이단 평행봉 운동에, 텀블링까지 골고루 경험할 수 있었답니다. 저를 닮아 운동신경이 없어서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고, 그래서 힘들고 가기 싫었을 법도 한데,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녀 주었던 아이들이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었죠. 너는 여기 애들과 달리 처음 배우는 거잖아, 그거 치곤 잘했어, 오늘 정말 멋졌어, 브라보! 를 연발하며 격려해 주었답니다.


 역시 수영도 제가 더 신나 하며 보냈습니다. 물이 좀 차갑긴 했어도 국제 경기를 할 만큼 잘 갖추어진 규모에, 3미터 수심인 쪽에서는 다이빙도 할 수 있었어요. 서두르지 않고 수영을 가르치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수영 선택과목을 같이 들었던 동기들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대학시절 얘기하다 보면, 급하고 강압적이었던 수영 강습 방식을 욕하곤 하는데요. 큰 애도 초등 1학년 때 여름방학 수영 강습을 하는데 역시나, 팔 돌려, 킥, 킥,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아주 학을 뗐다고 했답니다. 요즘은 소규모로 천천히 가르치는 곳도 많다지만, 그 당시 배웠던 방식은 ‘스파르타식’이었던 거죠.


 미국 시골마을의 YMCA 수영장에서 본 풍경은 좀 달랐습니다. 임신한 부부 수영, 부모와 함께 하는 영아 수영, 유아기부터 시작하는 수준별 수영 클래스를 두루 볼 수 있었어요. 수준별 수영을 가르칠 때도, 물과 친해지는 것이 우선입니다. 머리를 물에 넣어 보게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떠 보게 하고, 다이빙도 경험하며 물과 먼저 친해지는 거지요. 흔히 알고 있는 정형화된 영법도 가르치지만 입영, 물에 빠진 사람 구하기 등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도 익히도록 합니다.



 수영 트라우마가 있던 큰 아이, 수영을 전혀 모르던 둘째 아이가 자발적인 수영을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어요. 미국에서 여행할 때 수영장이 있는 호텔로 가자고 졸랐고 호텔에 머무르는 동안은 수시로 수영장에 가서 둘이 수영 시합도 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한국에 돌아오고 얼마 안 되어 코로나19가 시작되는 바람에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수영장을 많이 그리워했고 드디어 요 근래부터 삼부자가 주말 수영을 다닌답니다.


 미국 집 구하는 것부터 아이들 학교와 방과 후 학습까지 말씀드렸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어요. 이번에 선배님께 정보를 드리려고 글을 쓰면서 아이들과 미국 생활에 대해 대화를 많이 하게 되어서 무척 즐거웠어요. 중학생이 된 큰 아이에게 "미국에 가는 5학년 동생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어?"라고 했더니 "나는 외국인인데, 하며 움츠리지 말고 친구 많이 사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여행 많이 다니라고 하고 싶어요."라고 하네요.


 선배님 보여드리려고 사진을 뽑다 보니, 여행 사진이 80%는 되는 거 같아요. 저희가 살던 로드아일랜드 인근으로 캠핑을 자주 갔었고, 오대호, 퀘벡(캐나다), 그랜드캐년, 디즈니월드(플로리다)와 같은 명소에 갔었어요. 아빠는 일하느라 바쁘니, 아이들과 저, 이렇게 셋이서 런던, 시카고, 뉴욕 같은 대도시에 '배우는 여행'을 테마로 열심히 다녔어요. 가장 아쉬운 건, 아이들 데리고 비행기 갈아타는 게 만만치 않아서 서부는 못 가 봤다는 것이죠. 다음부터는 아이들과 함께 했던 여행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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