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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민 Dec 30. 2022

미국 연말 휴가는 이곳에서

엄마, 아빠가 아이들보다 더 좋아했던 건 안 비밀!

 미국 학교에 긴 겨울 방학은 없어도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휴가를 이용하거나 종종 주말을 끼고 결석계를 내 가면서 ‘세상을 배우는 여행’을 떠났어요. 아이들과 몇 달씩 세계 일주를 하는 부모님들도 계시던데, 선배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국내여행도 잘 못 다니던 자의 반, 타의 반 워커홀릭이었잖아요. 주말에는 소파에 늘어져 남편과 오래 누워있기 시합을 했더랬죠. "뭘 그런 걸 속상해해, 너 정도면, 일하면서 애들 잘 챙겼지." 선배님은 언제나처럼 그러실 테죠.


 4월 부활절 주간에는 워싱턴 National mall 투어를 하기로 하고,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따뜻한 플로리다에서 디즈니 캐릭터들을 만나기로 했어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제가 간 '디즈니월드'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즈니랜드'와 다른 곳이랍니다. 디즈니랜드는 디즈니월드의 반대편인 미국 서부에 위치하고 있고, 디즈니월드보다 15년쯤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답니다. 공통점은, 둘 다 놀이공원에서 탈피하여 숙박, 쇼핑, 레저, 관광 등의 요소를 더해가며 확장해 왔다는 것이에요. 제가 방문한 디즈니월드는 도시 몇 개를 집어삼킨 듯 광활한 부지에 자리하고, 2018년 말에도 여전히 무언가를 짓고 있던 '작은 나라'였어요.  


 미국인들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디즈니에 오는 게 '일생의 꿈'이라고 하더라고요. 늦여름부터 표 가격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고가였어요. 디즈니월드 안에 있는 리조트는 동선이 절약되어 좋기는 하지만, 취사를 전혀 못 한다는 것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어요.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도착하는 날, 로드아일랜드 주의 집으로 복귀하는 날을 제외하고 5일 동안 머물 건데, 느끼한 햄버거로 삼시 세끼를 해결할 수는 없었고 투숙비용도 비쌌거든요.


 리조트를 빼고 입장권만 예매하기 위해서 디즈니월드 공식 홈페이지로 갑니다. 따뜻한 플로리다의 겨울이라 해도 낮에는 봄 날씨 같다가 해가 저물면 쌀쌀하거든요. 여름처럼 물놀이를 할 것은 아니니 'Standard Theme Park Ticket'을 구입하면 되었어요. 'Select the Number of Days' 화면에서 공원에 방문할 날짜만큼 선택하고 'all parks available'인 기간을 선택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네 곳을 하루씩 도장 깨기 한 후, 마지막 날 '한 번 더 가 보고 싶은 공원'을 가기로 했거든요.


 'Select the Ticket Type'에서 '1 Park per Day'를 선택합니다. Magic Pass를 쓰더라도 놀이기구(attraction)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꽤 길고, 공원 간 거리가 꽤 있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생각하면 여러 군데 다니는 게 효율적이지 않아요. 물론, 한국에서 디즈니월드를 방문하기 위해 단기 여행을 왔고 짧은 기간 내에 모두 가 보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Park Hopper Option'을 선택해야겠지만요. 설이가 만 10살이 넘었기 때문에 어른과 동일한 가격을 지불해야 하네요. 2022년 12월 30일 기준 1,259달러(한화 159만 원)가 선배님과 설이 2명 분의 티켓 가격이에요.


 자본주의 왕국에서 고객님을 그냥 보낼 리가 없죠.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공원 곳곳에 위치한 사진사들이 사진을 찍어주고 사진 파일을 제공하는 'Memory Maker'를 선택할 거냐고 묻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추천합니다. 20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하지만 선배님과 설이 둘이서 여행을 한다면 둘이 나온 사진을 찍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Memory Maker'를 하면 스타워즈의 '츄바카'를 만나거나 '제다이 트레이닝'과 같은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신데렐라 성', 'Spaceship Earth'와 같은 명소 앞에서 사진사가 멋진 사진을 척척 찍어줍니다. 참고로, 이 짠순이는 남편과 서로 찍어주거나 셀카봉을 이용하여 해결했는데, 지금 선택한다면 20만 원 내고 인생사진을 남길 거예요.


 숙소는 Priceline과 같은 숙박 사이트 몇 군데에서 비교해 가며 찾았어요. 평점이 높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건 기본이고, 취사가 가능하면서 디즈니월드로 직통 셔틀을 운행하는 곳을 선택했어요. 아쉽게도 제가 갔던 호텔은 접이식 소파 베드가 고장 난 데다, 방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곳이어서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차피 디즈니에서 12시간 이상 보내고 숙소에서는 씻고 쓰러져 잤기 때문에 디즈니월드에 대한 추억을 오염시킬 정도는 아니었어요. 대도시와 달리 디즈니월드 주변 호텔들은 시설과 서비스 면에서 격차가 커 보이더라고요. 평점이 좋으면서 가격은 너무 싸지 않은 곳으로 선택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디즈니월드 여행에서 자동차는 빌리지 않았어요. 올랜도에서의 일정은 온통 디즈니월드였기 때문에, 차량을 운행할 필요가 없었어요. 숙소에서 운행하는 셔틀은 밤 11시쯤 종료되는데, 매직킹덤의 불꽃놀이를 안 보고 갈 순 없어서, 우버(Uber)를 이용해서 편안하게 숙소로 돌아갔답니다. 우버를 타기 위해 주차장까지 나올 때는 공원 내에서 무료로 탈 수 있는 모노레일을 이용했고요.


 디즈니월드 테마파크는 Magic Kingdom Park, Epcot (Experimental Prototype Community of Tomorrow의 줄임말), Hollywood Studio, Animal Kingdom 이렇게 총 4개의 공원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언젠가 더 생길지도 모르겠지만요. 5일 간 투어 중 한 번 더 가기로 한 공원은 바로! Magic Kingdom Park이었어요. 연말이라 더 그랬는지 불꽃놀이와 야간 조명 쇼가 성대했고,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좋은 곳이라 온 가족이 만장일치로 2번 방문했어요.


Magic Kingdom Park (좌), 실험적 미래도시 Epcot (우)


 Magic Kingdom Park는 공주, 미키 같은 전통적 캐릭터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어요. Epcot은 '디즈니가 과학자들과 함께 제대로 작업을 하고 있구나,' 피부로 느끼게 만든 곳이었고요. Hollywood Studio는 인디아나존스, 스타워즈, 토이스토리, 라이트닝 맥퀸 등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는 영화를 테마로 조성되어 있었어요. Animal Kingdom은 라이언킹, 니모 등 동물 캐릭터뿐만 아니라 자연과 동물을 테마로 하고 있고, 상상 속의 외계 자연인 아바타(Avartar)를 재현한 놀이기구도 있답니다.


 이 중에 한두 곳만 꼽으라고 하면 저는 못 하겠어요. 디즈니월드 여행은 적어도 일주일 이상 계획하셔서 하루에 한 곳씩, 4개 공원을 모두 보고 오시는 걸 강력히 추천합니다. 주변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레고 랜드가 있어요. 해리포터 팬이라면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꼭 가야 한다던데, 아빠 직장과 아이들 학교가 동시에 쉬는 기간에 다녀오느라, 눈물을 머금고 디즈니월드에만 집중했답니다.


 "우리 여기, 꼭 다시 와요. 저기 짓고 있는 건 뭘까요?"

 "그러게, 뭘까? 나중에 오면 또 새로운 게 있겠네."

 여행이 끝나면서도 아빠, 엄마, 7살, 9살 아들들은 한 마음으로 참 설렜답니다. 참, 캐릭터를 만나면 사인이라도 받으려고 디즈니 캐릭터 사전을 샀는데, 이건 디즈니 덕후에게만 추천합니다.


 그 당시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스타워즈 전편을 여러 차례 돌려보고 제다이에 빠져 있었답니다. 애들이 이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Hollywood Studio에서 어린 제다이가 되어 robe 자락을 펄럭이며 악당 Darth Vader와 칼싸움을 하는데 심취해 있었어요. 이처럼 공원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거든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셔서 티켓을 등록하시고 미리 이벤트도 예약하세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있어서 예상보다 더 즐거웠던 Hollywood Studio


 Epcot에서는 Space Mission을 꼭 해 보세요. Orange와 Green Mission이 있는데, Orange가 매운맛이에요. 조종사들이 받는 소위 '통돌이' 훈련, 즉 전투기가 급상승할 때 느끼는 중력 가속도를 견뎌내는 훈련이 생각났어요. 제가 생도 때 체험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Orange Mission은 눈의 초점이 흐려지면서 안구가 흔들리는 것 같이 어지러운 정도였답니다. 통돌이 훈련이 생각나서 속이 울렁거리고 식은땀이 좀 났지만, 딱 한 번 정도는 해 볼 만했어요. 설이가 혹시 조종사, 우주인에 관심이 있다면 이 놀이기구를 추천합니다.


 언제쯤 다시 가 볼 수 있을까요? 작은 아이가 수능을 보고 나면 반드시 다시 갈 거예요. 그때는 갑자기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로 가고 싶을지도 모르겠어요. 선배님 덕에 이 글을 쓰면서, 디즈니의 추억을 맛있게 냠냠, 꺼내 먹으며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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