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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민 Dec 05. 2022

YMCA Summer Camp (미국 여름방학 캠프)

미국 생활 3주 차, 10년 아이 교육에 대한 반성

 애들 교육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네요. 제가 사교육 관심 많은 거 아시죠? 하하. 미국 학교들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여름방학이 3달이나 돼요. 저희가 도착한 시점이 7월 초였으니, 시차 적응 기간을 빼더라도 1달 남짓 시간이 있었어요. 미국 도착하기 전에 여름방학 캠프부터 알아봤어요. 영어유치원 다닌 애들이니 몇 마디는 알아듣고 차차 적응하겠지 싶으면서도 외국은 처음이니 학교 가기 전에 분위기 파악은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역시 엄마가 극성이었죠.


 그 당시에 갈 수 있는 자리는 사립학교들,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 아동 청소년 센터에 있었어요. 아쉽게도 사립학교에서 운영하는 캠프는 기존 학생 혹은 입학 예정인 학생에게만 열려 있어서, 주 단위로 등록할 수 있었던 YMCA 캠프를 기본 프로그램으로 선택했답니다.


 지역 아동 청소년 센터에서 여는 캠프는 로봇 만들기, 과학 실험 같은 프로그램이었는데 3~4일 이하로 단기간 운영되고 오전 혹은 오후 몇 시간만 진행되기도 해서 YMCA 중간에 1,2번 끼워 넣었어요. 이런 단기 캠프는 아이가 직접 고르도록 했었고요. 도서관에 가시면 지역에서 열리는 캠프 정보를 얻을 수 있답니다. 시차 적응하시면 곧바로 도서관에 가 보세요.


 그러면 이제 YMCA 캠프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우선 캠프 비용은 제가 대전에서 지불했던 영어 유치원 캠프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반나절은 수영, 양궁, 피구, 장애물 타기 등 스포츠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그림 그리기, 만들기 등 실내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1~2주에 한 번은 주변 지역으로 해적선 파크 체험, 텃새 관찰, 해변 수영도 가고요.


출처 : https://newportymca.org/camp/


 우리나라 캠프 수준의 밀착관리는 기대할 수 없었어요. 미국에 간 이방인은 '기본 원칙에 매우 충실한' 그 나라 법을 따를 수밖에요. 워낙 다양한 인종,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그 목소리를 다 들어주기는 어렵고 법대로 정책대로 기본만 철저히 따르는 거죠.


 YMCA 운영진 대부분은 방학기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 대학생이었고, 일부 성인 직원들이 총괄을 맡았어요. 어린 학생들이 조금 더 어린 학생들을 돌보는 식이었으니 말은 다 했죠. 미국에서는 만 12세 이하 아동을 집에 혼자 두면 고발당할 수 있기에, 일하는 부모들이 방학기간에 아이들을 혼자 둘 수 없어서 선택하는 궁여지책이었던 것 같아요. 캠프 끝나는 시간에 가 보면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새까맣게 타 있는 낯선 모습의 우리 아이들을 발견하고 깜짝깜짝 놀랐답니다.


 아무리 그 나라 방식에 순응한다고 해도, 따돌림(bullying)까지 참을 수는 없죠. 그 당시만 해도 솜털 보송한 한국 토종 순둥이 초식남인 9살 큰 아이가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Chinese'라며 놀림받고 물건을 뺏기는 수모를 당했어요. 아이가 하원길에 씩씩거리면서 그 사실을 저에게 얘기했고 자기 그룹을 담당하는 학생 봉사자에게도 알렸는데 그 몹쓸 놈들에게 따끔히 주의를 주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다다음날 또 괴롭힘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참으면 엄마가 아니죠. 속으로 씩씩거리며 제가 직접 캠프 총괄자에게 얘기했죠. '미쿡식' 리액션으로 "Ooh!" 자기는 몰랐다, 확인해 보고 조치하겠다고 하더군요. 그 사이 큰 애가 직접 따돌린 아이의 할머니에게 당신 손주가 날 괴롭힌다며 항의(혹은 번지수 잘못된 고자질)를 했답니다.


 YMCA 캠프에서 우리 아이들이 얻은 교훈은, 소수자로 살아남기 위해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같은 캠프에 아시아 혈통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소수였고 그나마도 미국 국적까지 아닌 아이들은 우리 애들 뿐이었거든요. 나무판자 벽을 친 동그란 흙구덩이에 들어가 공으로 몸을 맞혀 'out' 시키는 'Dodgeball'을 처음 해 보고 그게 미국 아이들의 '피구'라는 걸 며칠이 지나서야 알았으니, 그곳 아이들의 문화도 잘 모르고 말도 어눌한 제대로 된 이방인이었던 거죠.


 저도 그곳 부모 문화에 적응해야 했어요. 매일같이 선생님들 찾아다니며 우리 애들 좀 잘 돌봐 달라 그럴 순 없잖아요. 이미 따돌림 항의 건으로 신입 아시아인 엄마 신고식은 충분히 잘 치렀으니까요. 아이들은 YMCA 뒤뜰 야외 스포츠장 뙤약볕 아래서 홀로 도시락을 먹고 갈매기에게 잔반도 도둑맞으며 그 뜨거운 여름을 보냈고, 저는 그걸 담담한 척 지켜봐야 했어요.


 대전 살 때 일이 떠올랐어요. 차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초등학교 2개가 있었어요. 같은 동네인데도 아파트 값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 두 학교의 평판이 완전히 달랐고 억울하게 평가절하당한 학교는 이상하게도 학생 수가 나날이 줄어 폐교 대상으로 논의되는 운명에 놓였어요. 탈북민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에서 태어났다고 철저하게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우스운 일이, 다음 세대의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배움 현장에서 일어났어요.


 제가 앞장서서 편을 가르지는 않았다고 해도, 잠재적 가해자 중 한 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에게 그런 편 가르기가 얼마나 비겁한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놓고, 제가 좋은 엄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자, 이번에는 네가 한 번 당해봐, 하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아이들만 교훈을 얻은 게 아니었지요. 교육비 한 푼 안 내고 귀한 걸 배웠으니 YMCA에게 고마울 따름이지요. 덕분에 미국 생활 이후의 삶의 태도가 많이 바뀌게 되었어요.


 선배님도 아름다운 남부 도시에서 아이에게 많은 걸 경험하게 해 주세요. 그게 무엇이든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기존의 방식이 아니면 어떤가요. 모험을 해 보세요. 불편함은 잠시이고 낯선 땅에서 얻은 교훈은 왠지 더 강렬하고 때로는 우리 가치관을 바꿔 놓기도 하더라고요. 선배님도 좋은 거 알게 되시면 저한테 꼭 알려주세요.


*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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