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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민 Nov 29. 2022

미국 주재원 가신다고요?

집 구하기, 아이들 학교 보내기

 선배님은 어쩜, 능력자예요. 저처럼 남편 덕도 아니고, 선배님 발령 덕에 아이와 미국 생활을 하게 되셨다고요. 벌써 4년 반이 지났지만 제 경험이 도움된다면 기꺼이 공유할게요. 기억이 가물가물 했는데 해 묵은 사진을 꺼내보니 새록새록 말씀드릴 만한 것들이 떠오르네요.


 일단 거주지 선택하는 게 가장 급하시겠죠. 요즘은 인터넷으로 안 되는 게 없어서, 그 지역에 도움받을 만한 사람이 없으면 한국인 부동산업자(realtor) 몇 명에게 연락해 보시는 걸 추천해요. 구글 리뷰도 살펴보시고 가급적 많은 사람이 좋은 평을 남긴 사람이면 더 좋겠지요. 주재원으로 가시는 것이니, 전임자가 사는 집을 물려받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 참, 그분이 쓰던 자동차도요.


 제가 살던 곳은 시골이었어요. 한국사람도 별로 없어서, 남편이 파견 간 기관의 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타운 하우스를 보지도 않고 계약해 버렸어요. 덕분에 호텔에 머물면서 집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었어요. 미국에 도착해서 2주 정도는 낮에 자고 새벽 2~3시에 깨는 바람에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집 구하는 일까지 신경 썼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가구가 갖추어진(Furnished) 집은 월세가 100만 원가량 비쌌어요. 1년 치 비용을 계산해 보니 1,200만 원. 현지에서 가구를 대여해도 800만 원이면 침대, 식탁, 책상, 의자, 소파 정도는 빌리겠더라고요. 볼 것도 없이 텅 빈(Unfurnished) 집을 선택했어요. 이 참에 '아이키아(IKEA)' 가구를 써 봐야겠다, 들뜬 마음으로요. 제가 쇼핑 좋아하잖아요. 이케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아직도 제가 샀던 물건들이 있네요. 1년 쓸 거니까 가장 싼 걸로, 침대는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깔자. 대충 살다가 헐값에 중고로 팔고 가자. 가구에 쓸 돈으로 여행을 한 번이라도 더 가자. 이런 마음으로 산 것들이랍니다. 한 번 보세요.


출처 : IKEA 홈페이지


 얼추 500~600만 원에 가구랑 이불, 식기류까지 샀어요. 정말 짠내 나죠? 선배님이 무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에 따라 선택하시면 돼요. 가구가 완비된 집에서 편히 지내시는 것도 좋아요. 저처럼 가구 조립 좋아하시면 소파까지 조립하는 일생일대의 경험을 하실 수도 있고요.


 TV는 페이스북의 지역 커뮤니티에서 중고로 30불에 샀어요. 세탁기는 근처 중고샵에서 가장 기본형 whirlpool 통돌이로 사고요. 건조기 대신 건조대랑 빈 붙박이장 옷걸이봉에 옷을 걸어 말렸어요. 이불은 빨랫줄 쳐서 말리고요.


 남편이 헌 자전거를 하나 사서 출퇴근용으로 썼고, 저랑 아이들은 현지에서 산 Ford 중고차로 장보고 등하교하고 YMCA에 운동하러 다녔고요. 아무리 내부 청소를 해도 빠지지 않는 찌든 냄새가 진동을 했는데 창문 열고 환기시키면 참을만했어요.


 시골이라 그런지 대중교통이 변변치 않았어요. 제가 대중교통 이용하는 방법을 잘 몰랐을 수도 있지만, 현지 사람들도 자가용으로 다니는 걸 봐서는 차가 필수였던 거 같아요. 차량은 1년 동안 써야 하다 보니 렌트보다는 중고를 사는 게 나았어요. 중고 딜러가 수수료 받아서 그 돈이 아깝긴 하지만, 돈 떼일 일도 없고 물건이 잘못된 거면 변상받을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지요.


 샌 안토니오는 주거 여건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파트보다는 주택에 살아보시는 게 어떨까요? 평생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에서 복작거리며 살았는데, 탁 트인 뒤뜰에서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고 눈싸움도 할 수 있는 주택 생활을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이었어요.



 사진을 보니 이때가 정말 그립네요. 에고, 추억팔이 하느라, 제일 중요한 걸 아직 말씀 안 드리고 있었네요. 설이가 지금 5학년이죠? 12월에 미국에 도착하면 학년의 중간일 시기라서, 아마도 5학년이나 6학년으로 편입하겠네요. 제일 중요한 건 설이의 생년월일이에요. 저희는 7월 방학기간에 도착했고 9월 개학할 때 저희 애들 둘 다 생일이 지난 시점이라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한 학기 월반했답니다.


 한국에서 거주지 계약을 하신다면, 지역 교육청에 주소를 기준으로 배정받을 학교를 문의해 두세요. 한국에서 가져가야 할 영문 서류가 있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저희는 한국 학교에서 가져와야 할 서류는 없다고 해서, 집 계약서와 예방접종 영문증명서만 현지 교육청에 제출하고, 간단한 영어 테스트를 받고 거주지 근처 학교에 배정받았어요. 시험이라니 저희도 바짝 긴장했지만, 못 봐도 상관없었어요. 아이의 현재 상태를 보는 것일 뿐이라서 학교 배정에 영향이 없었답니다.


 공립학교마다 나름의 외국인 반이 운영되기도 해요. 영어 시간에는 영어가 서투른 아이들끼리 모여서 수업을 받기도 한답니다. 아이들 영어 실력에 따라 얼마나 그 수업에 자주 갈지 담당 선생님이 판단하셨어요. 사립학교를 선택하신다면 전혀 다른 절차로, 밀착 관리를 받게 되시겠지요. 미국 동부의 사립학교 교육비는 이 짠순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저는 큰 고민 없이 공립학교를 선택했어요.


 미국 공립학교 선생님은 봉사직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우리나라 선생님들처럼 공무원으로 신분을 보장받는 직업이 아니랍니다. 선생님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YMCA에서 체조나 수영 강사를 하시기도, 교육과 무관한 다른 벌이를 하시기도 해요. 선생님의 부캐를 만나시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학교도 마찬가지 개념입니다. 어쩌면 미국인과 우리의 생각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현지인들은 공립학교에 많은 것을 요구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 것 같았어요. 부모들은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학교 행사 등 학교에서 제공되는 것만 잘 활용한다는 태도예요. 더 많은 걸 원하면 당신이 사립학교 보내면 된다는 거죠.


 외국인 부모들만 학교 프로그램에 대해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것 같았어요. 한 번은 저랑 친하게 지낸 그리스 주재원 엄마가 외국인 학생을 위한 영어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학교에 불만을 제기했는데, 학교 운영비가 부족해서 안 된다는 완곡 하면서도 단호한 답변을 받았답니다.



 참, 아이들 도시락통을 준비하세요. 선배님도 요리 못 하신다고 했지만, 그래도 학교 급식보다는 엄마의 집밥을 더 좋아하게 될 걸요. 각기 다른 학교에 다녔던 두 아이가 학교 생활 중 가장 싫어했던 게 바로 성의 없는 급식, 특히 잼만 덜렁 바른 퍽퍽한 샌드위치, 비린 내 진동하는 이름 모를 소스가 뿌려진 샐러드였답니다. 우리나라 급식은 천상계 음식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대요.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드릴게요. 다음에는 저의 짧았던 사교육 경험에 대해 말씀드려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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