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아무 잘못이 없다.
그런데 나는 한동안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난 5년간 9월을 아주 미워했었다.
9월을 달력에서 없앨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내 기억 속의 9월을 모조리 지우고 싶었다.
내가 원래부터 9월을 미워한 건 아니었다.
9월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달이었다.
더위가 한춤 꺾이면서 데이트하기도 좋고 근교로 드라이브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높고 파란 하늘은 답답했던 가슴도 뻥 뚫어줄 만큼 광활하다. 아침저녁의 선선한 공기가 기분 좋게 하는 달이다.
심지어 내 생일도 9월, 결혼기념일도 9월이다.
내가 9월을 미워했던 날보다 예뻐한 날들이 넘치도록 많았었는데, 나는 왜 9월을 미워하게 됐을까.
5년 전, 9월 11일 나는 암 진단을 받고 환자가 되었다.
그때였다. 9월이 이토록 싫어진 건.
그날은 기점으로 나의 모든 상황은 바뀌었다. 9월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9월이 모든 걸 망쳐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를 너무 미워할 것 같아서였을까.
그 후로 9월이 돌아올 때마다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8월까지도 멀쩡했던 내 심장이 요동을 쳤고 마음이 진정이 안 됐다. 그러다가 10월에 접어들면 다시 고요해지기를 지난 5년간 반복했었다.
뭐가 그리도 서러워 울렁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마치 사람이 북적거리는 시장에 엄마 손잡고 간 어린아이가 엄마 손을 놓쳐 버린 기분이었다.
엄마를 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누구한테 도움을 청해야 하나 막막하고, 이러다가 엄마를 영영 잃어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아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하던데 나는 이상하게도 아픔은 철저히 나의 몫이더라.
그렇게 5년이 지났고 올해 9월 산정 특례 기간이 끝났다. 이제는 정말 9월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면 미워할 이유보다 사랑할 이유가 더 많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9월이 좋은 이유를 새롭게 만들고 싶다. 이제는 9월을 다시 좋아할 마음의 준비가 된 것 같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는 노래 가사처럼 지나간 9월은 보내주고 새로운 9월을 반기고 싶다.
사진-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