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내려 인솔 가이드와 잠시 미팅을 가지고 입국 절차 설명을 들었다. 어머님들을 위한 세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뭐 이런 세세한 설명까지. 빨리 입국장으로 가자.
발길을 옮기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말을 걸어온다.
"혹시 임영웅 콘서트 오셨어요?"
"네"
"저도 임영웅 콘서트 보러 왔어요"
알고 보니 청년은 임영웅 팬으로, 혼자 LA에 왔단다.
대단한 청년일세. 너무 멋지잖아.
청년이 수줍게 가방에서 응원봉을 살짝 꺼내자, 뒤따라 오시던 어머님들의 환호가 잠시 이어졌다.
영웅시대만 봐도 임영웅을 만난 듯 좋아하시는 어머님들.
귓불이 화끈화끈. ㅋㅋㅋ
쪼르르르 무리를 따라간 입국장은 대만원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입국심사 대기줄은 생각보다 길었고 입국심사대에선 꽤 많은 대화가 오갔다. 영어로 뭔가를 많이 물어보는 듯했다. 가이드가 미리 준비해 준 서류가 있어 별 무리는 없어 보였지만, 미국 입국 심사대는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한 시간 여를 기다린 끝에 드디어 두근두근 우리 차례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영어 동시통역사인 뚱이가 있다.
유창하게 심사관과 농담인 듯 대화를 몇 마디 주고받으니 가볍게 통과가 된다. 훈훈하군.
캐리어를 찾아 입국장으로 들어가니 현지 가이드가 나와 있었다. 그리고 속속 영웅시대분들이 한 무리를 이루기 시작했다. 하루를 뜬눈으로 지새운 얼굴들엔 피곤함과 초췌함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아침이다. 우린 이틀을 하루인 듯 지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51명이 다 채워지질 않았다. 어디선가 정보가 흘러 들어온다.
"어떤 사람이 육포를 가지고 들어와 입국이 지연되고 있대요"
육포! 아니 누가 음식을 싸들고 왔어. 그것도 깐깐하게 금지하는 축산물을.
기다리는 시간이 두 시간을 넘어갔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 이동하시죠."
육포, 그분은 다른 가이드에게 남겨진 채, 우린 커다란 캐리어를 밀고 드디어 밖으로 나갔다.
햇빛이 무척 따뜻했다. 입고 있는 옷이 갑자기 후덥지근하게 느껴질 만큼.
한참 캐리어를 밀고 나가니 엄청나게 긴 버스가 우리를 기다린다. 이제 저 버스를 타면 우리의 일정이 시작된다. 짐을 싣고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생소한 LA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담자 담자 눈에 담자. 졸린 눈을 비벼가며 열심히 풍경을 주워 담았다.
한눈에 들어오는 건 여기저기 길쭉하게 솟아있는 야자수였다. 팜트리.
이국적이다. 미국에서 이런 나무를 만나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버스는 우리를 시내로 데려간다. 풍경이 시시각각 바뀌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길에 사람은 없고 자꾸 길거리에 텐트가 보인다. 뭐지.
우리가 버스에서 내려 처음 발을 디딘 곳은 LA한인타운의 한 식당이었다. 점심 메뉴는 설렁탕. 식당의 이름은 해마루. 이때만 해도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으로 기억되는 곳.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아니 뭐야. 임영웅 디너쇼인가 싶을 만큼 임영웅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ㅋㅋㅋㅋ
언제 피곤했냐 싶게 어머님들은 임영웅이라도 만난 듯 환호를 지르시고 노래를 흥얼거리신다.
4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뜨끈한 국물에 깍두기를 먹으며 여독을 풀었다. 맛은 그다지. 분명 24시간 정성들여우려낸다고 쓰여있었는데.
버스를 타고 이동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리피스 천문대로 간다. 그 유명한 영화, 라라랜드의 배경이 된 장소란다. 음. 라라랜드 나도 봤지. 그 둘이 노래를 한 장소에 간단 말이지.
그리피스 천문대에 도착하니 저 멀리 LA 시가지가 넓은 평야인 듯 한눈에 펼쳐지고 그 유명한 HOLLYWOOD사인이 떡하니 산 정상에 걸려있다. 찰칵찰칵 사진을 찍기 바쁘다. 넓은 공원에 한 무리 나타난 동양인 아줌마들에게 순간 모든 눈이 쏠린다. 그것도 부담스러운데 어디선가 대형 현수막이 나타났다.
I love you every moment
임영웅 LA콘서트 설렘으로 왔어요
나와 뚱이는 저 안에 없다. 저기는 영웅시대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