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Feb 14. 2024

2월이 되면 하고 싶은 이야기

2월은 다른 달에 비해 고작 2-3일이 적을 뿐인데도 그 존재가 유독 작게 느껴진다.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구나. 2월은 잘 살아봐야지' 함과 동시에 설 연휴가 지나고 나면 2월을 다 산 느낌이 드니 말이다.


팔다리 짧은 귀여운 인형이 생각나기도 하는 달. 팔다리가 짧아도 할 것은 다 할 수 있는데 안 해 못 해를 연발하는 달. 봄이 온 줄 알았는데 그래서 이제 좀 옷정리라도 해볼까 하면 물러갔던 추위가 어김없이 비와 눈으로 몰려오는 달.


갑작스러운 추위가 몰려오면 하던 일도 제 자리에 슬며시 내려놓고는 뜨끈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은 달. 한마디로 요약하면 흐지부지가 되는 가엾은 달 2월.


2월 1일이 시작되고 나면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4일이다. 4일 정도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이번 달도 망하는데. 명절 전까지만이라도 알차게 지내보자 싶지만 아직도 한창인 아이의 겨울 방학은 별 다른 계획을 못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안간힘을 써봐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그저 그런 달. 이렇게 써놓고 보니 2월에게 미안하다. 2월을 그런 식으로 다루고 있는 내가 이상한 걸까.


마음은 이미 3월에 가있으니 2월은 있으나 마나 한 달이 되어버리고 만다. 흡사 동굴과도 같은 달이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아직은 추우니 어둠 컴컴한 동굴에서 조금만 더 참아보자, 이런 생각을 하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꼴이랄까.


어떻게 해야 2월을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런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하루는 소중하고 하루의 길이는 같고 하루는 공평하지만 내 맘속에 있는 하루는 각각 다른 크기와 의미와 존재를 가지고 .


하루 차별주의자이자 변온동물로 태어난 나는 차라리 2월 내내 동굴에 들어가 잠이나 실컷 자고 나와 산뜻한 봄을 맞이하고 싶다. 추위를 많이 타 겨울잠을 자야 한다는 파충류처럼 마지막 겨울 한 달을 기억에서 삭제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