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이 된 순간, 아들의 방을 만들어주고 독립시켰다. 그때까지 단 하루도 떨어져 자 본 적이 없던 아들에게 세뱃돈으로 침대를 사자며 구슬렸다. 떨어지기 싫은 마음과 자기 침대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서 고민하던 아들은 침대를 선택했고 침대가 도착한 날부터 꿋꿋하게 혼자 자기 시작했다. 가끔은 무섭다며 칭얼대기도 했지만 같이 자고 싶어도 싱글침대라 둘이 자기엔 버거웠다.
드디어 혼자 편안하게 잘 수 있겠구나 후련한 마음이 드는 한 편, 이제는 저 아이와 다시는 같이 못 자겠구나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인생을 한 편의 소설로 본다면 한 챕터가 끝난 것만 같았다. 어차피 끝내야 하는 이야기였지만 끝맺고 나니 이상하게 섭섭했다.
그렇다고 다시 같이 자고 싶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저도 나도 혼자만의 잠자리에 익숙해졌고 이젠 잘 자라고 인사하면 아주 씩씩하게 잘 자라고 인사하니 그저 잠자리 3단 인사를 하고 문을 닫고 나오면 나 또한 금세 혼자만의 세상에 안착하고 만다.
오늘은 며칠 동안 별렀던 내 방 가구 재배치를 했다. 가장 그럴듯한 위치임에도 괜스레 맘이 붕떠서 이도 저도 되지 않은 한 주를 보내고 나니, 일요일이라 조금 여유롭게 쉬고 싶으면서도 급기야 커다란 책상을 슥슥 밀고 있다. 워낙 오랜 시간 가구를 옮겨온 탓인지 하나를 움직이면 테트리스 맞추듯 다음 가구가 착착 따라붙는다. 생각보다 일찍 자리를 잡고 원하던 곳에 자그마한 매트리스를 놓았더니 혼자 자취하는 아가씨의 방이라도 된 듯 산뜻하다. 책상 위치를 바꾸길 잘했다 싶을 만큼 만족스럽다.
새로운 방에 앉은 나는 이것저것 들쑤시며 잠을 못 이루는데 느닷없이 아들이 이불과 베개, 큰 인형을 안고 내 방으로 온다. 작은 여자 하나 눕기에도 자그마한 매트에 나만한 아들과 둘이? 안된다고 해도 엄마랑 자고 싶다며 막무가내로 누워버리는 아들을 뿌리칠 용기가 없다. 아니,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는 걸 직감했으므로 애써 뿌리치지 않았다. 방 중앙에 놓인 책상에 앉으니 맞은편에 누워있는 아들이 보인다. 엄마는 무얼 하길래 안 자냐고 묻지만 책상에서 아들을 바라보며 책도 좀 읽고 아들이 듣는 음악도 듣고 하는 이 시간이 꿈결 같다. 살구빛 은은한 조명으로 오래간만에 분위기 나는 방에 있으니 내일이 월요일인 것도 망각한 채 잠을 미루게 된다.
그나저나 나는 저 매트에서 아들과 부대껴가며 잘 수 있을까? 껴안지 않아도 어깨가 딱 붙게 될 텐데... 어쩌면 더위를 많이 타는 아들이 엄마와 자겠다고 이불 싸들고 온 걸 후회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