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산처럼 오뚝한 코
프랑스 문화 이야기
만약 어떤 프랑스인 이성이 당신에게
"아름다워요 / 예뻐요 / 귀여워요."
혹은
"멋있어요 / 잘생겼어요 / 귀여워요."
라는 표현을 쓴다면 99% 당신에게 사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프랑스에서는 정말 친한 친구 혹은 가족이 아니고서는 외모 혹은 신체와 관련된 언급은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언급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대방의 외모와 신체와 관련된 언급을 하는 것은 마치 금기사항처럼 느껴진다.
만약 이를 어긴다면 나를 유혹하려는 사람 혹은 매우 무례한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남편이 한국에서 살 때 가장 곤혹스러워했던 것 중에 하나가 사람들이 남편을 만날 때마다 하는 첫마디가 "오 더 잘생겨지셨어요!" "미남이시네요"와 같은 외모와 관련된 언급이었다. 어느 날은 내 남편을 보자마자 "어깨가 정말 넓네요!!" 하며 남편의 어깨를 덥석 잡았던 분도 있었다.
다행히 남편은 이를 좋게 받아들였지만 그래도 누군가 자신의 외모에 관한 언급을 하는 것에 매우 어색해했다.
우리는 첫 만남의 어색함을 풀기 위해 혹은 상대방을 칭찬해 주기 위해 외모와 신체와 관련된 언급을 쉽게 자주 한다.
프랑스에 와서 그 문화를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 분들이 어색함을 풀기 위해 혹은 더 친해지기 위해 프랑스인에게 외모 혹은 신체와 관련된 칭찬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예를 들어 토종 한국인이신 내 아버지가 약 10년 전 프랑스에 오셨을 때 우리와 같이 쇼핑을 하며 한 안경점에서 선글라스를 구경하고 계시다가 그 점원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모습에 고마우셔서 영어로
"코가 아주 에베레스트 산처럼 오뚝하시네요!"라고 말하셨다.
당시 나와 남편은 순간 너무 당황해서 그 점원의 반응을 살폈는데, 점원의 얼굴이 잠깐 살짝 굳어지더니 "pardon?" (죄송하지만 뭐라고요?)라고 말하며 자기가 영어를 잘 못 알아 들어서 그런 건가 하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아버지는 위 문장을 또 반복하려고 하셨는데.. 우리가 애써 상황을 수습하고 서둘러 아버지를 모시고 매장을 나오게 된 진땀 흘린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는 누군가 내게 코가 오뚝하다고 칭찬해 주면 기분이 좋을 일이겠지만, 여기서는 무조건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프랑스 사람들은 상대방의 외모나 신체와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외적인 면모를 칭찬할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같이 일하는 동료 혹은 비즈니스 미팅 자리 등...
프랑스 사람들은 상대방의 외모나 신체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그 사람이 입은 스타일, 옷 색깔, 액세서리 등
'그 사람의 선택'에 대해 칭찬을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회의가 있었는데, 내 동료가 나를 보자마자 "오 머리 짧게 단발로 했네? 너랑 잘 어울린다."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엊그제 학교에 갔더니 다른 동료교사가 내게 인사를 하고는
"오늘 초록색으로 깔맞춤 했네. 굿!" 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럼 나는 "고마워"라고 말하고는 웃음으로 화답을 하며 서로 기분 좋게 안부를 묻는다.
만약 프랑스인 누군가의 외적인 모습을 칭찬해주고 싶다면, 앞으로는 그 '사람의 선택'을 칭찬해 주기를 권한다.
만약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졌다면 그때 그 상대방에게 당신은 아름답다고, 멋있다고 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