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민주당을 지지했었고, 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1.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 이유
나는 어릴 때(여기서 어릴 때라 함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를 의미한다. 그 이전 기억은 솔직히 많지 않다.) '역사'라는 큰 관심사가 있었다. 꿈도 가졌었다. 우리나라 고대사를 공부해서 동아시아 3국 간의 역사 분쟁에 기여하는 꿈이 있었다. 지금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꿈보다 훨씬 선명한 꿈이었고,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지금은 물론, 현실적인 이유로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확실히 관심을 놓고 살다 보니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조금은 떨어졌다. 그래도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역사라는 과목이나 분야에 대한 진지한 지적 호기심이 있었고, 꿈이 유효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경제학이라는 분야로 오게 되었고, 지금은 로스쿨이나 CPA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역사를 좋아하던 내 모습이 가끔 그립기도 하고, 취미나 교양 정도로만 간직하고 있다. 사실, 대학에 오려고 입시에 대해서 알아볼 때, 내 성적으로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의 사학과를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깐 혹하기도 했다. 심지어 수시로 쓴 6개 대학 중 초반에 3~4개 대학에서 떨어졌을 때, 정시 전형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을 찾아보다가 역시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의 사학과를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지하게 진학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물론, 실제 진학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역사를 좋아했다는 것을 강조하려다보니 서론이 다소 길어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면, 역사와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의 해석을 두고 정치권이 갈등하기도 하고, 고대사 해석 차이로 인한 영토 문제로 인한 외교 분쟁의 해결 방안을 놓고도 갈등이 있기도 하다. 특히, 정치가 직접적으로 개입된 복잡한 근현대사는 가장 뜨거운 갈등의 소재가 된다. 따라서, 역사와 그 서사에 대한 나의 관심은 정치 세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지금의 정치관이 그때 형성되었다. 그 당시 가장 핵심적인 사건 두 가지가 바로 국정교과서 사태와 위안부 합의였다. 그 당시의 나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교과서적인(또는 이상주의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의 머리로는 도저히 위의 두 가지 사건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라는 것부터 이해할 수 없었기도 하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선한 목적이 악한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기준으로 항상 정치적, 사회적 사건들을 보려고 노력한다. 당시에도 같았다. 그래서, '독재를 통해서 경제 발전을 이루었으니 좋은 정부였다', '식민지였지만 발전시켜주었다' 식의 사고방식은 그때도,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같은 생각으로, '일당독재를 통한 공산국가 건설', '과정이 정당하지 못한 개혁' 모두가 잘못되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절차에 오류가 있는 성공은, 성공일 수는 있어도 정의로운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역사는 물론, 성공을 담아야 하지만, 정의로운 것이 무엇인지,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교과서를 통한 박정희 정부 우상화 작업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현실 사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교과서에서라도 정의로운 사람이 승리한다라는 단편적인 지식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이른바 보수 세력들을 지지할 수 없었다.
정책적인 면을 떠나서, 그들은 그 당시만 해도 과거사에 대해 떳떳하지 못했다. 민주주의 하의 정당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과거 권위주의 정부들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여전히 구시대에 머무르는 태도를 보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 건국절 문제부터 위안부 문제까지 떳떳하지 못한 그들의 모습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책에서 배운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는 역사도 물론 존재하지만,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이 분명히 정해진 문제들을 바라보면서 '악에서도 선이 있다' 또는 '선에서도 악이 있다' 식의 태도는 지켜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모든 구성원이 그러지도 않았고 모든 문제에 대해 그런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보수 세력은 여전히 반민주화 권위주의적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서 반민주화 권위주의적 이념이란, 대략 비합리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숙의와 토론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 대신 폭력과 권위를 앞세우는 것을 말한다. (사실, 2020년 황교안 체제의 미래통합당까지 그랬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그때로 돌아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립투쟁의 역사부터 민주화의 역사가 남아있는 근현대사를 고대사 다음으로 가장 인상 깊고 흥미롭게 공부하고 있던 나에게 이런 요소들은 절대 이 정당은 지지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남겼다.
역사적 요소를 떠나서도 보수 세력을 지지할 수 없었던 이유는 존재한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울산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노동자들의 도시다. 울주군의 석유화학공단, 북구의 현대자동차, 동구의 현대중공업 등의 엄청난 규모의 공장들이 있는 울산시는 대한민국의 산업, 그 중에서도 제조업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노동조합인, 그 악명 높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있기도 한 곳이다. 부모님 역시 직업을 이유로 울산에 살게 되셨다. 울산에서 노동자들의 파워는 정말로 강력하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민중당 국회의원이 탄생하고 민중당 구청장이 탄생한 곳 역시 울산이다. 물론 PK지역이기 때문에 보수색채 또한 강해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보수정당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있는 도시인 만큼 다른 지역에서는 보거나 듣기 힘든 일들도 많다. 특히, 정말 수많은 사고들이 발생한다. 외국인 노동자들,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이 사고들은 정말 빈번하게 발생한다. 다만, 이런 일들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유는 언론이 이런 사건들을 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보상을 해주고 쉬쉬하고, 언론의 입을 막는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2030들 보다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를 보다 뼈저리게 느낀다. (물론, 대한민국의 노동조합들이 바르게 작동되고 있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한 해에 수 십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죽는 울산에서 자란 나는, 누군가 노동 중 사망했다는 소식은 어릴 적부터 익숙해져 있었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의 라틴어) 같은 격언은 산업 도시 울산에서 없는 말과 같았다. 그런 곳에서 자란 나는 그런 사람들이 조금 더 잘 사는 국가를 보고 싶었다. 적어도 일하다가 어처구니 없이 죽지는 않는 나라를 바랐다.
사실, 중공업과 석유화학은 그 어디보다 힘든 노동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1970~80년대에 울산에 유치된 석유화학공장들은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심하게 노화되어 매년 큰 사고를 한번씩 내고 있고, 중공업은 듣기만 해도 힘들 법한 일들만이 노동자들에게 요구된다. 여름이면 70도가 넘는 철판 위에서 두꺼운 옷을 입고 용접을 해야 하고, 대규모 선박의 조선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일들은 더 이상 정직원들이 하지 않는다. 하청업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들의 임금은 정말 안타까운 수준이다. 작년에, 대우조선해양에서 대규모 파업이 있었다. 물론, 정권과 노동조합의 극단적인 맞대결로 화제가 되었지만, 그 대결의 배경이었던 하청업체의 임금 수준은 참혹할 따름이었다. 민주당의 이탄희 의원에 따르면, 2020년에 20년 간 용접기술자로 일한 노동자의 월 급여는 약 20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였고, 대우조선해양의 부도와 법정관리로 인해, 성과급은 0에 수렴했기 때문에, 그들은 생업을 유지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동시에, 임원들은 2010년대 초반 정말 어려웠던 시절에는 1억 대의 연봉을 받았지만, 다소 안정이 된 지금에 들어서는 5억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충격적이지 않은가. 20년 간 일을 했다면, 40대 중반, 50대 초반일 텐데, 연봉이 3000만원이 안 되고, 그것도 아주 살인적인 환경과 사고의 위험이 잇다르는 현장에서 일해야 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이런 사람들은 조금은 더 잘 살아도 될텐데”, “적어도 죽음의 위협은 느끼지 않고 일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을텐데..” 정도의 아주 지극히 당연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정치가 할 수 있다고 배웠고, 정치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본 정부는 오히려 반대였다. 돈 많은 사람들은 돈을 더 벌 수 있도록 했고, 돈이 없는 사람은 더 적게, 더 힘들게 벌어야 했다. 기본 기조가 그거였다. 부자감세 서민증세. 심지어 기업가들은 법보다도 위에 있었다. 충격이었다. 내가 아는 국가와 정치와 달랐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박근혜 정권에서 이루어진 대대적인 중공업 구조조정이었다. 2010년대부터 중국의 빠른 성장으로 대한민국 중공업은 극심한 침체에 빠졌고, 그 책임은 경영자들이 아닌 노동자들이 지게 되었다.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대부분의 사무직들은 희망퇴직 형식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고, 노동조합에 소속되지 않았던 노동자들부터 회사를 떠나 하청업체 같은 곳으로 가야 했다. 특히나 사무직들에게 그 여파는 심각했다.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 관료들, 경영자들이 앞장서서 탄력근로와 쉬운 해고를 외치면서 나는 보수주의와 경제적 자유가 얼마나 무섭고 차가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노동자들에게 국가는 따뜻하지 않았고, 위기상황에서 경영자들이 그들의 자본금보다도 먼저 포기하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경제학의 차가운 논리 앞에 우리집도 언제 가장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지 모르는 상태가 몇 년 간 지속되었고, 두려움에 떨어야 햇다. 당시 울산시 전체가 활력을 잃고 말았고, 문재인 정부 이후 조선업이 다시 호황을 맞기 전까지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큰 피해를 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돈의 논리에 대한 싫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 당시 통합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어진 야당만이 노동자들의 편에 섰고, 돈의 논리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처럼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생각했었다. 완전히 정책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경제적 약자들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우리는 보았고, 이론적으로 자유와 성장보다 평등과 복지를 외치는 야당을, 현실을 경험하지 않은 어린 나는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9년이라는 긴 야당 시절, 민주당을 책임진 손학규, 안철수, 문재인이라는 리더십이 외쳤던 '저녁이 있는 삶', '새정치', '사람이 먼저다' 라는 3가지 슬로건이 현실에 실제로 적용되는 사회를 상상하면서 그 당시 사회의 정치, 경제, 언론 전반을 장악한 세력에 대한 반발감을 키워가며, 그렇게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결국 내가 살아온 환경과 그렇게 살아오면서 보게 된 여러 가지 상황,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대적 사건들에 의해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 것이다. 고작 중학생일 뿐이었지만, 뭔가 엄청난 소명이 생긴 것 같았다. 나는 커서 정말 못 사는 사람들,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에야 밝히는 것이지만, 그때의 난 정치를 하고 싶었다. 70년 간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었던 거대한 담론들에 도전하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정말 강력한 자본주의 국가이다. 흔히 하는 말로는, 우리나라는 돈 많은 사람들은 그 어느 나라보다 살기 편하고 좋은 나라고, 돈 없는 사람들은 그 어느 나라보다 살기 힘든 나라이다. 안 그래도 좁은 나라에서, 인구의 절반이 나라의 12% 정도에 몰려서 살고, 동시에 이 체제의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또는 체제 위에 대대손손 서기 위한 경쟁은 그 어느 나라보다 심해졌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자살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되었고, 사교육비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다. 결국 돈이 학벌을 만들고, 학벌이 다시 돈을 만드는 세상이 되었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점점 부서져 갔다. 동시에 '강남불패'와 '대치동'의 신화가 이어졌고, 부동산과 교육 정책이 세상에서 가장 잘못된 국가 중 하나로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저성장 시대로 이어지며, 청년 실업 문제도 타올랐고, 고령화 사회가 이어지며 그나마 남아 있던 복지인 연금 제도, 건강보험 등의 시스템도 위태로워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면, 맞벌이 가정이 많기 때문에, 보육시설에 맡겨지지만, 그 보육시설들의 문제도 상당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온갖 사교육과 남들과의 비교와 경쟁에 맞닥드리게 된다. 중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의대와 SKY를 가야지 성공한다는 이유로 더 큰 규모의 사교육과 영재교육, 경쟁, 입시가 시작된다. 고등학교는 그 절정에 있다. 스펙을 쌓기 위한 전쟁으로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다. 입시 컨설팅 학원이 생활기록부를 만들어주고, 백으로 좋은 내용을 담는다. 좋은 학교에 가서 엄청난 경쟁을 이겨내며 선생님들이나 학원이 엄청난 노력으로 써준 생활기록부로 대학에 가게 된다. 아니면, 대치동이나 인강 시장에 몇 년씩 돈을 부어가면서 수능을 통해 대학에 들어간다. 그렇게 열심히 들어간 대학을 나와도 취업을 못한다. 그리고, 어렵게 취업을 해도 수 십년 간 자기 집도 없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인생과 사회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무분별한 갈등에서도 한 편에 서서 싸워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라면 그나마 봐줄 만 하다. 남녀, 세대, 지역, 학벌 등등, 이 갈등에서 그렇게 좋은 결론이 도출되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에게는 싸울 명분이 필요한 듯하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인구 밀도가 높은 것이 저출산의 가장 주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인구학적으로 인구 밀도가 높고, 그만큼 많은 개체들이 붙어있으면, 갈등이 늘어나고,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젊은 사람들의 상당 부분이 살고 있는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명으로 나머지 지역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취업하고부터 은퇴할 때까지 돈을 모아야 겨우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고, 출산율이 0명 대를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지금껏 이 사회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기성세대를 탓하면서, 우리 세대가 기성 세대가 되고 2060년 정도가 되어 내가 기성 세대의 끝에 설 즈음이라면, 우리나라는 바뀔 것이라고, 적어도 그때보단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그렇게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나는 이런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었다. 2060년에 미래세대의 누군가가 나라를 왜 이렇게 만들어 놓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래도 이렇게 안 만들려고,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은 노력하고 싶었다.
그렇게 그들이 정권을 잡는 날을 수 년 간 기다린 끝에,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끝에 문재인 정권이 2017년에 집권하게 되었다. 그리고, 임기 초반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권력 개혁 드라이브와 당시 홍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에 대한 반발감으로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결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역대 최대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2020년 총선에서 연달아 역대 최고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 연이은 선거에서의 승리는 민주당, 그리고 대한민국 전반에 중대한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부패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된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더욱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사회 전반에 대한 대개혁이 시작되었다. 최저임금 인상, 검찰개혁, 언론개혁, 중대재해처벌법 등 수많은 개혁 시도가 이어졌다. 민주당 지지층 40%를 등에 업은 무분별한 개혁 시도는, 결국 모두가 알다시피 중도층의 이탈과 동시에 5년만에 정권 교체라는 한국 정치사에 전에 없었던 결과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2. 민주당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 이유
민주당의 패배 이유,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대한 수많은 칼럼, 인터뷰, 책이 존재한다. 민주당의 명시적인 패배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는 무려 28번의 부동산 정책의 역사적인 실패, 두번째는 이른바 조국 사태와 LH사태를 포함한 개혁 세력의 비도덕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의 강한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로 볼 수 있다. 여기서 3번째 이유인 한국 사회의 강한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는 문재인 정부가 피해를 본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불러일으킨 부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다. 쉽게 말해서 3번째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우선 그렇다면, 민주당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 여러 자료들과 오피니언들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선별하고 논리를 보충해서 내린, 민주당의 실패, 그리고 민주당에 대한 나의 지지 철회의 이유에 대한 나의 결론부터 말하겠다. 야당 9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민주당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사고방식을 버리고 아주 비합리적이고 위험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바로, "악당론"과 “지키자론”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에서 부패-선동-포퓰리즘의 비극적 순환이 시작되고 말았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형성되게 된 과정은 여러 비극적인 시대적 사건들과 강한 연결고리를 가진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그중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사건에서, 검찰과 언론 그리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모두 힘을 합쳐 이미 퇴임한 전 대통령에게 망신을 주고,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다. 결국, 전직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섰고, 얼마 안 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본인의 죄목이 아닌 가족들과 측근들의 죄였다는 것이 암묵적인 진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나는 이 사건이 한국 정치, 아니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최악의 비극을 만들어 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은, 엄밀히 말해서 민주당 지지층은 이 사건을 기점으로 강경화(强經化)되기 시작했다. 2009년 5월 23일의 그 사건은, 대한민국에게 일종의 정치적 참사였다.
2002년, 참여정부가 탄생한 대선을 설명하는 많은 단어들이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대역전극'이다. 단, 2~3%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던 노무현 후보가 "연설"이라는 정치의 핵심이자 본질적인 소재를 통해 빠르게 상승해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만들어내며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으로 불린 강력한 야당 후보 이회창,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고 완벽한 성공을 거둔 센세이셔널한 후보 정몽준, 여당의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던 이인제를 모두 제치며 대통령에 올랐으니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라는 말이 최근에도 선거를 할 때마다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정치 팬덤"의 탄생이다. 노무현의 엄청난 대역전극 뒤에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줄여서 '노사모'라는 노무현 팬클럽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노무현의 인격, 연설, 개혁적 성향, 그리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싸우는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보면서 기존의 정치인들과 다르고, 이 사람이 진정한 대통령 감이다라는 '자발적인 판단'으로 모인 팬덤이었다.
그 당시, 과거 학생 운동을 주도했던 20대, 30대의 젊은 세대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이때의 2030은, X세대라고 불린 70년대생들과 386세대라고 불린 당시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들이다. 196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부터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대한민국의 베이비부머 세대인 동시에, 대한민국 역사 상 가장 진보적인 세대이다. 이들이 대학을 다니는 시점인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전두환 정부와 가장 강력했던 학생운동, 그리고 6월 민주항쟁이 있었고, 그 이후에도 그 학생운동을 이어받아 노태우 정권, 그리고 3당합당까지 모두 극렬하게 반대했던 세대이다. 심지어는, 1997년 대선 이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 복귀를 선언하고, DJP연합이라는 단일화를 통해 첫 민주당 정권을 이루어냈을 때에도, 보수적 야합이라며 저항하고 반대한 세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IMF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이를 헤쳐나가기 위한 해법을 밝히며 자신의 인생의 철학이라고 밝힌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아주 개혁적으로 문제를 찾아나가되, 퇴로를 열어주고, 안정적이고 타협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말에서 “상인의 현실감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타협적 문제 해결을 주장하며 정부에 반대했던 세대 역시 이 세대이다. 그만큼 진보적인 세대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의 고착화된 체제에 변화를 꾀했고, 일부 성공하고, 일부 실패한 세대가 되어버린 세대이지만, 대한민국 정치사에 가장 큰 영향를 주었고, 지금도 전 세대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며 선거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기능하는 세대이다.
그렇게, 3당합당과, 타협적 문제해결, 중도정부라는 제도권 정치의 용어에 싫증을 느끼고 있던 이들에게 마치 혜성처럼 등장한 정치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이미 그는 유명한 정치인이었다. 고졸 출신, 판사 출신 인권 변호사, 5공화국(전두환 정부) 청문회 스타, 재벌 개혁의 아이콘이었고, 대선주자를 만들어내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에서 지역주의를 해소한다고 부산으로 출마한,그야말로 반 기득권, 개혁의 상징이었다. “제도권 정치”라는 것에 환멸을 느끼던 청년 세대에게, 노무현이라는, 과거의 행적부터 정치 활동까지 모든 면에서 가장 ‘정치인스럽지 않은 정치인’은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핵심적으로,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은 충분히 그들을 포섭할 만한 강한 연설 능력이 있었다. 그렇게, 젊은 세대는 노무현을 서로 밀고 당기면서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정권에게 정권 초기부터 놓인 과제는 너무나 현실적이고, 차가운 힘의 논리에 놓여 있었다. 많은 개혁들을 성공시켰지만, 이라크 파병, 한미 FTA 같은 굵직한 과제들을 두고 번번히 노무현 대통령과 지지층은 분열했고, 그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 당시까지 가장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으로 남아버리고 말았다. 김대중 정권과 똑같이, 현실적 문제 해결 방안이 젊은 세대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이념에 기초한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건드려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되는 결과를 맞고 말았다. 그렇게 부동산을 사기 힘들어진 젊은 세대들은 더욱 더 강도 높게 당시 정부를 비판했다. 이른바 '아마추어 정부론'이 이때 등장한 것이다. 얼마 전 칼럼들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진보 학계에서도 노무현 정권은 실패했으니 대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정부의 지지층도 이른바 '비판적 지지'와 신영복 당시 교수의 '성찰적 진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쉽게 말하면, 정부를 지지는 하지만, 현 정부에 일부 잘못이 있고, 우리 안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당시의 젊은 세대는 본인들이 만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분노와 정치가 만나면 얼마나 강한 시너지를 내는지 아는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도, 독일 나치의 히틀러를 만든 것도 바로 이 '분노'라는 정서와 정치가 결합한 것이다.
2004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집권 2년차를 맞은 지지율이 낮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시도한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의 여당이 잘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이 선거개입이라는 이유였지만, 그 속으로는 아마 지지율 낮은 대통령을 흔들어도 국민들이 오히려 좋아할 거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응은 한나라당의 생각과 달랐다. 국민들은, 특히 청년 세대는 잘하던, 못하던 간에 본인들이 만든 대통령을 어떻게 국회가 쫓아낼 수 있냐며 들고 일어났고, 바닥을 기던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은 크게 반등했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결과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안은 기각되었고,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은 6개당 체제에서 152석을 차지하는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었다(2020 총선의 더불어민주당 180석 이전의 가장 많은 의석, 당시 한나라당은 200석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탄핵에 대한 분노가 이 정도였다. 물론, 그 이후 다시 지지층과 대통령은 분열했고, 낮은 지지율과 정권 교체라는 결과를 맞았다.
그런데, 2008년 새로이 출범한 MB 정부는 검찰, 국정원, 그리고 언론까지 총동원해 '노무현'이라는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는 개인을 공격했고, 결국 검찰의 포토라인까지 세웠다. 그 뒤, 모두가 아는 그 사건이 일어났다. 탄핵에 대한 분노가 47석의 여당을 152석의 거대 정당으로 만들었는데, 동일한 인물의 죽음에 대한 분노는 어떨지 상상해 보기 바란다. 이는 대한민국 정치 판도를 180도 바꾸어 놓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대선에서는 "친노는 멸족이다"라는 자기비판이 무색하게 그의 친구가 대선에 나왔고, 8년이 지난 대선에서는 바로 그 그의 친구가 대통령이 되었고, 13년이 지난 뒤의 대선에서는 여야 모든 주자들이 '노무현 정신'을 외치며 선거운동을 하였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은 완벽하게 복권되었고,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직 대통령이자, 진보계에서는 기득권 개혁의 상징으로, 보수계에서는 타협과 서민 정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렇지만, 나는 이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을 지지했던 그 세대의 분노는 '악당론'과 '지키자'라는 두 가지의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어젠다를 던졌고, 대한민국 사회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수도 있는 극단적인 양극화 속으로 들어왔다. 죽음에 대한 분노는, 그 죽음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증오로 이어졌고, 그들이 모두 와해되기 전까지는 그 증오는 멈추지 않을 듯하다. 이 정치문화를 '팬덤 정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한 개인을 넘어선 이러한 지지층의 형태는 '팬덤'을 넘어서서 어떤 객관적으로 근거가 없다시피한 믿음과 신념에 기초했기 때문에 점차 종교의 영역으로 닿고 있다고 생각한다. '악당론'은 국민의 힘, 검찰 등을 악당으로 규정하고, 악당들을 궤멸시켜야 하는 논리이고, 이는 대한민국 기득권 전반을 겨냥한다. 대략적인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민주당과 개혁 세력에 반발하는 세력들을 대부분 악당으로 몰고, 그들에게 기득권을 빼앗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수정당-재벌-검찰-법원-보수 주류 언론 등이 모두 강하게 유착되며 연결되어 있고, 이들이 국민들의 눈을 속여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 다음이 틀렸다. 이들의 특히 언론에 대한 분노는 '뉴미디어'의 시대와 함께 '민주 언론', '민주 스피커', '진보 스피커'라는 이름의 새로운 미디어를 창조해냈다. 그 대표 주자가 바로 김어준이라는 언론인이다. 김어준과 그 주변인물들의 진영논리를 통한 상황 해석과 적절한 조작, 모략을 통해 민주 진영은 바로 그 상대편이 지난 수십년 간 해온 공작의 역사에 발을 담그았다. 군사 독재 시절, 그리고 그 이후까지도 국가 주도의 조작으로 민주 진영과 운동권 세력들이 얼마나 당했는가. 민주 진영은 그것을 갚아주기 위함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들이 그렇게 믿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그렇게나 비난하던 악당들과 같은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마치 보수정당이 6.25 전후의 북한에 대한 증오를 사용해 정적을 제거한 자유당 정부와 군부 독재 정권들처럼, 보수세력에 대한 증오를 조작과 음모론과 함께 폭발시켰다. 이 악당론은 결국 보수세력은 현재 우리 사회의 높은 위치를 모두 차지하고 있어 그들은 투표도 조작할 수 있고 (2012 대선 조작론), 천안함 (천안함 자작극설), 세월호 (세월호 고의침몰설) 같은 한국 국민들에게 트라우마 같이 남아 있는 사건들을 저지르고 조작할 수도 있고, 여성들을 돈으로 사서 미투 정도를 충분히 공작할 수 있는 나쁜 사람들이라는 극단적 악마화를 통해 위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합리적 의심'으로 포장하며 주장한다.
더 문제는, 이를 믿는 민주당 지지층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민주 진영의 강성 인사들이다.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음모론에 기초한 부정확한 사실과 무리한 해석 등을 민주당 지지층은 믿는다. 김어준을 비롯한 '범진보 스피커'들은 근거는 미약하지만, 그들의 '악당론'에 근거해서 '직관'과 '추리력'을 더해 사건의 이면을 다룬다. 그들이 생각하는 사건의 이면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당연히 돈을 쥔 재벌들이 맨 뒤에 서고, 그들의 영향 아래에 있는 보수정당, 보수정당과 재벌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검찰, 보수 성향이 가득한 법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벌의 소유 아래에 있는 언론들이 친일, 반민주, 권위주의, 재벌 중심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민주 진영을 악마화하고, 그들의 잘못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 진영의 인사들은 선거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 그런 방송에 출연하여 강경 발언을 서슴치 않으면서, 결국 민주당과 '진보 스피커'들은 하나가 되고 말았다. 결국, 악당론이 지지층과 '뉴미디어 시장'을 타고 민주 진영 전반에 뿌리 내린 것이다. 물론, 그들 중 진짜 악당도 있겠지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너무하다 싶은 음모론이다. 다음은 현재 김어준을 통해 시작된 음모론으로, 민주당의 인사들과 강성지지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믿고 있는 허무맹랑한 거짓들이다.
18대 대선 조작설
천안함 자작극설
세월호 고의침몰설
2022 민주당 대선 경선 신천지 개입설(강성개혁파 이재명 후보에 반대하기 위해서 이낙연 후보가 신천지를 경선에 끌여들였다는 주장)
조민 관련 옹호 논란 (증거, 점수, 판결문까지 무시하거나 조작하며 방송, 대학의 입학 취소)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배후 주장(당시 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횡령죄를 폭로한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가 보수세력에 의해 조종당했다는 음모론)
김경수 지사 판결 음모론(재판부가 보수성향이고, 삼성과 보수진영과 유착되어 증거를 김경수 지사 측에 불리하게 인정해 김경수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는 음모론 - 당시 대법관 4인 모두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였고, 재판에서 진보 재판관이 다수였음.)
미투공작설 +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채널A 사건 음모론 (채널A 이동재 기자와 검찰이 유착해서 선거를 유리하게 하려 민주 진영에 대한 편지와 녹취록을 들었다고 주장. 후에 녹취록 공개되었지만, 그런 내용 없었음. 그러자, 뒤에 '큰 조직'이 있고, 이들이 숨기고 있다고 주장.)
생태탕, 페르가모 음모론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 중 오세훈 시장 비리 관련 음모론)
윤석열, 김건희 X파일, 녹취록 음모론 (20대 대선 기간 중 김건희 여사 유흥업계 종사 음모론, '진보 뉴미디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후, 후에 레거시 미디어에서 검증 후 일부 파일들을 공개했지만, 어떤 범죄 행위나 유흥업계 관련 의혹 중 그 어떤 것도 사실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 불륜, 사생아 의혹
소위 '진보 스피커'라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음모론들을 주장한다. 이렇게 굵직한, 틀린 음모론을 레거시 미디어에서 했다면 진작에 퇴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뉴미디어의 특성상 그러지 않는다. 이른바 "합리적 의심", "본질을 꿰고 있다" "무학의 통찰"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이런 주장을 정당화한다. 자세히 들어보면, 정말로 "비합리"의 극치이며, 허술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어 '이용수 할머니 배후설'의 근거는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 할머니가 쓴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 냄새가 난다"였다. 이게 언론인의 주장이고, 이 주장을 못해도 대한민국의 약 20%는 일단 믿고 본다고 한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21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2020년 4월 8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당시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을 향해 "천박하고 주책없는 당, 저열한 정당, 토착왜구."라며 그야말로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을 하였다. 2020년 11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은 김경수 재판부를 향해 "억지 판결이다. 야비하다."라고 하기도 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집행정지 결정이 나자 "검찰과 사법의 법적 쿠데타"라고 하기도 하고, 조국 재판에서 정경심 씨가 법정 구속되었을 때에는 "기득권의 반격이다. 재판 이전에 결론이 나 있었다. 그게 유죄면 그 시절 부모들 다 감옥 간다. 검찰개혁에 대한 법원의 보복이다."라고 했고, 미투 때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작이다."라고 했다. 자신들이 싫어하고, 자기 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거대한 악마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사람들의 내면에는 보수세력과 재벌, 언론, 검찰, 법원 등등등등 대한민국의 권력층에 있는 '본인들이 싫어하는 사람들'은 마치 <어벤져스>의 빌런들처럼 일제시대 때부터 친일파 상류층으로 활동하며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방탕하게 살고, 국익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본인들의 기득권을 위해서라면 사람들을 선동하고, 사실을 숨기고, 민주 진영을 탄압하는 나쁜 짓을 서슴치 않는 하나의 집단인 것이다. 특히, 레거시 미디어와 검찰에 대한 이런 신념을 '언론중재법'과 '검수완박' 입법 시도 과정이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거를 진보와 보수의 정책과 인물 대결보다는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참된 시민'과 일제 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사회부패를 유지하려는 '부패한 기득권'의 투쟁으로 본다.
내가 국가를 배우고, 사회를 배우고, 정의를 배운 책을 쓴 매우 유명한 작가이자, 대한민국 진보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유시민 전 장관도 이와 같은 악마화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유감스럽기도 하다. 그는 채널A 사건과 한동훈 장관 관련 음모론을 제기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데에 대한 재판에서 사과문을 제출했다(후에 유죄 판결이 났다). 그 사과문이 참 인상 깊었다. 사과문에서 유시민 전 장관은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했다."라고 공개적으로 고백했다.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른바 '진보 스피커'들은 잘못된 사실인지 알면서도 "선동"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왜일까? 너무나 쉽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고, 그 믿음이 표가 되고, 후원금이 쌓이니까 그런 것이다. 제발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하나는 명심했으면 좋겠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과 사실이 다를 때에는, 믿고 싶은 것이 진실이 아니라 사실이 진실이라는 것. 이렇게 극히 당연한 사실을 왜 까맣게 잊고 있는가. 물론 유시민 전 장관과 다르게, 가장 영향력이 큰 김어준씨는 저런 사과문은 쓰지 않는다. 틀렸을 때 오히려 더 비범하게 나온다. "TV조선을 너무 많이 보신 것 아닌가. 무슨 조선일보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라고 한다.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다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라는 정치적 선동법의 아주 교과서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이런 레토릭은 편가르기를 통해 그 청취자 또는 시청자에게 다시금 악마론을 강화하면서, 자신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매우 심각한 궤변임에도 불구하고, 기저에 깔린 증오와 분노, 그리고 악마론으로 인해 이를 그럴 듯한 반론으로 여기게 된다.
진보 진영의 지식인들과 언론인들도 이러한 행태에 분명히 비판을 가하고 있다. 최승호 전 MBC 사장은 "김어준은 현상에 대해 '취재'하기보다 상상, 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치다가도 반박이 나오면 무시한다. 대중은 김어준의 이런 행동 방식에 매우 관대하다. 그는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 같다."라고 했다. 손석춘 교수는 "김어준 시사 프로그램은 노골적인 진영 방송이다. 그 결과 저널리즘은 쇼가 되거나, 희화화하고 있다."라고 비판했고, 진중권 교수는 "김어준 씨는 걸어 다니는 음모론이고 원래 음모론자들은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실이 아니라 상상의 왕국에 거주하는 자들이고, 상상력에 죄를 물을 수는 없다. 그저 그 황당한 판타지를 진지하게 믿어주는 바보들이 안됐다. 방송사에서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돈, 청취율 아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 허지웅은 "김어준의 문장은 선과 악이 대립하다가 결국 대체 왜 믿지 못하느냐라는 타박으로 끝을 맺는다. 여기에는 명백히 종교적인 선동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저항할 최소한의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시민의 힘 운운하는 건 당신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그러니까 '빠'가 되는 지름길이다."라며 비판했다. 한때 진보 스피커, 정치업자였던 주진우 기자도 "세상은 선악의 대결로 그려지는 만화도 게임도 아닙니다."라며 비판했다.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는 이러한 악마화를 비롯한 문재인 정권의 '아와 피아'를 가르는 정치, '운동론적 민주주의관'이 정권 교체의 주요한 이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분명히 있다. 민주당의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레거시 미디어에 출연하는 민주당 관련 인사들, 지식인들은 분명히 무엇이 잘못인지 안다. 그리고 때로는 비판을 가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주류는 이미 김어준을 비롯한 '진보 스피커'와 동일체가 되어버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총선이라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대표가 유튜브에 나와 욕설을 서슴치 않고, 이들이 찍은 사람들이 민주당의 대표부터 최고위원들까지 석권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1명을 뺀 모든 최고위원과 당대표가 '진보 뉴미디어'가 찍은 사람이 되었다. 민주당에서 강한 발언, 악마론에 근거한 강경적인 스탠스를 보이는 인사가 이런 '진보 뉴미디어'에 출연해 강경한 발언을 하고, '진보 뉴미디어'가 이들을 밀면 민주당에서 공천이 되고, 당의 높은 위치에 가게 된다. 강준만 교수는 이를 두고 "김어준은 그 자신이 정치평론가인 동시에 자신이 주도하는 무대의 '분위기'와 '맥락'을 통해 다른 출연자들의 발언에 영향을 미치는 독특한 플랫폼 사업자이기도 했다. 민주당 진영의 팬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주요 인물들의 강성, 과격 발언이 주로 김어준과의 대담 형식을 통해 나오는 것은 바로 그런 메커니즘 때문일 게다. 이른바 '팬덤 정치'에 강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김어준은 '팬덤 정치'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과 무언의 동맹관계를 유지했다."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결국, 민주당의 대부분의 당원들과 강성 지지층이 이제 '진보 뉴미디어'를 종교시하고, 실제 투표행위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도중 "윤석열, 한동훈 청담동 술자리"라는 조금만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주장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청와대의 대변인이었고, 현재 민주당의 대변인이다. 강준만 교수와 진중권 교수가 김어준을 각각 "증오, 혐오 본능에 불을 지름으로써 정치를 선악의 대결 구도로 몰아간 방화범"이며 "정치적 대무당"으로 설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분명히 "노무현 트라우마"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내가 2009년 5월 23일이 대한민국 정치에 참사와 같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이들이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고, 믿고, 악마화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이고, 일종의 범죄 행위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치 체제는 끊임없이 악순환을 낳는다는 것이다. 극단은 극단을 낳고, 보수 정당도 동시에 극단적으로 변하게 된다. 대한민국 정치 세력은 서로 "친일파"와 "주사파"라는 허상의 악마들과 싸우는 집단이 되어 버린다. 이미 어느 정도 그 단계까지 온 듯하다. 민주당의 지난 몇 차례의 전당대회를 보면 최소한 당원 및 지지층 투표의 절반 이상은 직/간접적으로 '악마론'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정치의 양극화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시민들은 선동을 당하던 당하지 않던 간에 점점 정치 세력 간의 다툼에만 집중하게 되고, 점점 민생과는 동떨어진 초현실적 정치 지형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정치가 누가누가 더 선동을 잘하는가를 따지는 스포츠의 영역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된다.
'악마론'과 함께 진보 스피커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지키자' 담론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의 트라우마가 짙게 깔려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시작으로 주변 인사들, 그리고 마침내 민주당 내의 강성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민주당의 지난 대선의 명백한 패배 이유로 지적 되고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그 대표 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 문화는 '팬덤 정치'의 고착화이다. 2002년 대선과 노무현 대통령이 '팬덤 정치'의 탄생이었다면, 2007, 2012년 대선은 그렇지 않았지만, 진보 정치업자 스피커들과 뉴미디어의 확산이 본격적으로 마무리된 2017년 대선에서 '팬덤 정치'는 부활하여 이전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고, 대한민국 정치에서 아마 없어지지 않을 문화가 되어버렸다. 민주당에서 '강경 개혁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마치 아이돌을 응원하는 것처럼 응원하고,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의 부정부패, 정책 실패까지 싸고 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과 '당내 강성파'들이 민주 진영 내부에서 절대적인 선으로 받아들여지고, 민주 진영의 분열이 노무현 정권의 실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까지 이어졌다는 과거로 인해, 민주 진영의 자성(自省)이 분열로 이어지고, 그것이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트라우마가 대부분의 다른 목소리의 침묵으로 이여졌고, '절대 선'은 종교화되고 말았다. 또한, 그 결과 '강성 지지층'은 같은 민주당 사람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른바 '수박론'(겉은 민주당이고 속은 보수정당이다)을 내걸며, '우리 안의 적이다'라는 논리로 입을 막아버리고 있다. 동시에 절대 다수의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당론으로 추진했다.(당론으로 처리하면, 선당후사라는 논리가 작동해 의원들의 반대를 정당 내 다수가 찍어누르는 경우가 많다.) 지도부의 강경함과 민주당의 단결성을 강성 지지층에게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겠지만, 이는 동시에 '다수당의 횡포', '다른 목소리의 부족'을 외부에 노출하고 말았다. 강성 지지층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는 행위는 이미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도덕성에 문제가 생겼다. 민주당은 "개혁 세력"이다. 1960년대, 70년대, 80년대 군사정부 시절부터, 2010년대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까지, 민주당은 항상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으며, 상류층의 부정부패와 신자유주의 체제 하의 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지적하며 대한민국의 차별 해소, 자유 인권, 권력 구조 개편, 포용 국가를 외치며 개혁을 외쳤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은 항상 '도덕적 우위론'을 내세웠다. 본인들은 부패하지 않았고, 다른 권력과 유착되지 않고 그 권력들과 싸우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미투 사태'에서의 민주당 정치인들의 잇다른 범법 행위 폭로, '조국 일가'의 범법 행위와 그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을 보면서 이른바 '내로남불'론이 대두되었다. 특히 '조국 사태'는 민주당의 정치인들이 이미 상류층이 되었고, 그들이 그토록 비난한 개혁 대상들, 그들이 악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나쁜 짓, 범법 행위들을 하면서 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위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민주당 지지층에게는 아주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었다. 조국일가의 입시 비리는 민주당 지지층이 아닌 그냥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국민 법감정과 크게 동떨어진 중대한 입시 비리이자, 범죄 행위이다. 여기서 민주당은 이른바 '진보 스피커'들에 기댔다. 그리고, '진보 스피커'들은 민주당 지지층들이 듣고 싶은 말들을, 음모론을 적절히 섞어가며 쏟아냈다. 민주당과 '진보 스피커'들은 여기서 "조국의 강"이라는 "팬덤 정치"의 극치에 빠지고 말았고, 여전히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에 대해 개인의 입시 비리를 진보적 가치를 위해 싸워야 하는 것으로 둔갑했으며, 모든 부모가 다 그런 식으로 했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여기서 민주당 지지층들이 만들어낸 신조어가 바로 '내가 조국이다'였다. 본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이라도 하는 것인가. 이렇듯 상류층의 탈법적 입시비리를 옹호하는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선하게 되었다. 동시에 이런 주장을 끝까지 믿고, 검찰과 법원의 검찰개혁에 대한 보복이라고 끊임없이 주장하면서 "내가 조국이다"를 여전히 외치고 있는 '진보 스피커'와 그런 민주당을 60%가 넘게 지지하는 '4050'들은 다른 세대에게 전혀 공감대를 얻지 못했고, 이 세대의 이미지는 "자신의 범죄, 비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운동권 세대", "위선적 기득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현재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자, 강성지지층은 '진보 스피커'들의 지키자와 악마론에 기초하여 조국에서부터 시작해서 박원순, 추미애, 최강욱, 이재명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억빠"를 하고 있다. 정치적, 도덕적 흠결이 있는 민주 진영 인사에 대한 무분별한 지지를 보내며 검찰개혁, 언론 개혁을 주도하는 민주세력이 검찰과 언론에 의해 이른바 '먼지털이'를 당해 없는 죄를 뒤집어쓰거나 조그마한 죄가 크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사실을 보지 않았다. 한 발자국만 떨어져서 보면 너무나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명백했는데, 그것을 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들이 원하는 소설을 써내려갔다. 결론이 궁금한가?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15개 혐의 중 12개에서 유죄를 받고 징역 4년형을 받고 구속되었고, 조국 전 장관도 1심에서 징역 3년이 구형되었다. 민주당 강성지지층들의 반응은 어떨까? 안 봐도 비디오다. "표창장 하나 가지고 어떻게 징역 4년이냐", "검찰이랑 법원이 짜고 쳤다."였다. 참담할 뿐이다.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민주당과 '진보 스피커'들은 '지키자'담론을 확립하기 위해 새로운 매커니즘을 완성했다. "도덕적 우위 균열 -> 진보적 가치 왜곡을 통한 정당화 -> 팬덤을 중심으로 한 과잉방어"의 반복이다. 특히, 피의사실을 부정하고, 수사기관, 피해자, 비판자들을 매도하고 공격하는 잘못된 강령을 계속해서 재생산하고 있다. 민주당의 팬덤 정치는 비민주적이다. 추앙과 추종이 가득하고, 절대선과 절대악이 존재한다. 민주당의 강성 개혁파들이 원하는 개혁에 브레이크를 걸거나,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당 내 민주주의가 없어졌고, 더 이상 민주당은 자유주의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워졌다. 당부터 개인을 허용하지 않는데, 사회 정책에서 어떻게 개인을 인정할 것인가. 여기서 민주당의 완전히 잘못된 실패들까지도 '억빠'한다. 적절한 합의가 없었던 검수완박, 그 과정에서의 위장 탈당, 비례 위성 정당, 실패한 부동산 및 경제 정책, 각종 범죄 행위들과 도덕성 리스크까지. 모두 검찰과 레거시 미디어, 기득권 세력들이 '메이킹'한 것으로 주장하면서. 개혁 인사이면 개혁인사일수록, 민주당 강성지지층은 빌런들과 싸우는 어벤져스의 슈퍼히어로로 만들어버린다. 그 슈퍼히어로들, 어떻게 되었는가. 맨날 억울하다, 검찰이 '메이킹'했다, 물증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밖에서 그렇게 당당한 민주화 투사같은 모습은 뒤로 한 채 검찰에 출석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재판에 가서 물증이 나와서 다 구속당했다.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 이후에는 더욱 심각해지고 말았다. 음주운전, 사적채용, 법인카드 유용 등 명백히 부도덕한 행위가 드러나 있는 상황임에도, 이를 싸고 돌려고 하는 움직임이 너무나 거세다. "일만 잘하면 됐지 뭐"라는 반응이 어떻게 민주당에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아는 민주당이 아닌 듯하다. 민주당은 이제 공개적으로도 더 이상 도덕적 우위를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반대 진영에서도 너무나 공격하기 편하게 되었고, 당대표가 '피의자'로 6건이나 수사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강성지지층과 진보 정치업자들은 여전히 '검찰과 언론이 메이킹했다.', '정적 제거다', '검찰공화국이다'라는 프레임으로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 누가 봐도 범법인 행위를, 법적으로 싸우지 못하니 정치적으로 싸우고 있는 상황이 비통할 뿐이다. "손가락 혁명군"부터 "개딸과 양아들"까지의 이재명의 민주당의 팬덤은 이전의 팬덤에서 가장 진화되고 가장 극단적이며 가장 폭력적이고 '반지성주의'만이 쏟아지는 팬덤이다. 민주당 강성지지층과 이재명 팬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최강욱 의원의 이른바 "짤짤이" 논란을 조금만 찾아보기를 바란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싸고 돌고 있다. 민주당 강성개혁파 '처럼회'와 바깥의 '진보스피커'들의 합작이다. 바로 저런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이 민주당을 이렇게 망친 이유다. 그리고, 이제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에까지 나오는 '처럼회'들의 한동훈 인사청문회에서의 만행들까지도 싸고 돌려고 한다. '악당론'과 '지키자'라는 뇌 구조 속에서 그 악당을 만나면 딱 저렇게 나오는 거다. '한국3M', '이모'의 김남국 의원부터 시작해서 이수진 의원의 술에 취한 듯한 질의 태도, 싸우려고 나온 듯한 최강욱 의원까지 보면 명백하다. 마치 "범죄와의 전쟁"에서 경찰들이 피의자 취조하듯이 호통 치고, '진보 스피커'들이 말하는 악당론을 국정감사나 청문회에서 주장하면, '진보 스피커'들이 그들의 방송에 불러주고, 한 마디씩 툭툭 던져주면서, 다시금 강성 발언들을 이어가게 되고, 이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의 지지로 이어져 결국 의원들이 그토록 원하는 공천과 가까워지게 된다.
팬덤 정치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불법 행위가 발견되었다면, 상식적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 범죄지?', '무슨 잘못을 했을까?'가 맞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그렇지 않다. '검찰이 증거를 압수해서 왜곡했다.', '언론이 만든거다.' 라는 말도 안되는 피해망상에 기초한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 주장을 또 그들이 신뢰하는 '진보 스피커'들이 다시금 해준다. 이른바 "사법이 썩었다.", "검찰이 썩었다.", "언론이 썩었다."로 '지키자' 프레임을 완성해낸다. 레거시 미디어는 '사실'을 보도한다. 그런데 그 '사실'에는 구멍이 나 있다. 당연하다.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이 구멍을 자신들이 편한 쪽으로 잇는다. 근거는 없고, 여기에 음모론이 들어가게 된다. 당연한 허구지만, 사람들은 너무나 믿기에 편하기 때문에 이것을 믿어버린다.
이 '지키자'론은 또 다른 완벽한 변형을 만들어냈다. 20대 대선, 민주당은 패배했고, 정권은 교체되었다. 가장 큰 책임은 역시 당연히 출마한 이재명 대표에게 있고, 송영길 당대표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은 이 책임을 자신의 '아이돌'에게 돌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조금만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패배 이유인 '조국 사태 이후의 '악당론'과 '지키자'', '부동산 정책 실패', 그리고 '이재명의 도덕적 리스크와 비호감도'라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이유를 돌고 돌고 돌려서, 결국 말도 안되는 결론에 이르렀다. "민주당의 비주류와 이낙연계가 선거 운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언론이 우리 편이 아니었다.", "악당들을 더 강하게 제어하지 못했다." 등의 이유를 제기했다. 이게 이유일 수는 있겠으나, 과연 저울에 올려놓았을 때 얼마나 큰 이유일까. 전체 이유를 놓고 봤을 때, 세 가지 이유 모두 Top 10에도 들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은 지금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만들었다는 세력이라는 업적을 팔아먹는 정치 장사꾼이 되어버렸지는 않은가. 반성할 때이다. 당 내의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도덕적 우위를 되찾아야 한다. 그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이 왜 포퓰리즘과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팬덤에 빠져 민주주의를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지, 서민과 소수자의 편에 섰던 민주당이 왜 계속해서 '다수의 횡포'를 일삼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이제 '지키자'와 '악당론'에 대한 설명을 멈추겠다. 앞으로도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계속될 것이다. 당 지도부와 지지층 모두가 이미 깊이 잠식당했기 때문이다. 혹시, 아직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면, 앞으로 민주당의 모습을 잘 지켜보길 바란다. 물론, 지금은 야당이기 때문에 여당 시절보다는 덜할 것이다. 민주당은 '필터버블(선택적 정보 노출에 의한 편향)'에 갇혀 있다. 여기에 도취되어 있는 동안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유권자들이 대다수 빠져나갔다. 현재 정부가 지지율이 저렇게 낮은 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으로 이 지지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너무 극단적이었고, '반지성적'이었다. 민주당의 당원, 지지층, 국회의원, 지도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 필터버블 밖으로 빠져 나와야 한다. 민주당은 더이상 독재정권과 싸우는 민주화 투사들이 아니다. 민주당이 아니라고 다 악당도 아니다. 제발 정신 차리자. 세상에 절대악은 없고, 동시에 절대선도 없다.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멈춰라. 본인들의 잘못에 대해 시스템의 잘못으로 둔갑하지 마라. 트라우마와 피해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주의는 비타협으로 수식될 수 없다.
민주당은 '자유주의-실용적 중도진보'라는 그 본질적 이념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음모론에 기초한 사고로 정치의 극단화를 기도하기 보다는 전 국민을 포용할 수 있는 대중정당이 되어야 한다. '권력 구조 재편'이나 '기득권과의 전쟁' 같은 운동권적 담론에서 벗어나서,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영국에서 '신노동당', '제3의 길'을 외치며 노동당의 전성 시대를 연 토니 블레어는 사회주의적이고, 극단적이었던 노동당을 복지국가의 개혁을 원하는 중간계급과 연합했으며, 사회적 시장, 이해관계 자본주의, '생산적, 적극적 복지', 규제철폐, 자유무역 확대 등 보수당의 정책 중 필요한 부분을 노동당의 정책과 합쳐 제 3의 길을 열어 10년이나 총리를 지냈다. 환경, 복지국가, 공동체주의 등 진보의 주요 가치도 잡고, 성장이라는 보수당의 가치도 잡는 접근이 국민들에게 통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시기가 분명히 존재했다. DJ 정권에서는, '신중도'라는 정책을 통해 IMF를 극복하기 위해 신자유주의적 접근과 복지 향상을 동시에 이루어냈고, 참여정부에서는 시민사회 강화와 한미 FTA 등 진보 정책과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필요할 때에 혼합해서 썼고, '성찰적 진보'라는 담론으로 항상 대화, 타협, 통합을 중시했다.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는 '대화와 토론'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 상호 혐오의 시대에 이르렀다. 세대 간, 남녀 간의 정치관이 너무나 현저히 다르고, 지지 정당이 다르면 완전히 서로 상대 정당을 악마로 보기 때문에,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보지 못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인플레이션, IRA, 부동산, 탄소중립, 블록 경제,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교육 등등 타협을 하고 여야가 서로 머리를 맞대도 해결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은 문제들이 산적해있는 이 시점에, 정치는 너무나 초현실적인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서로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기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대신 지금 한 푼이라도 더 쥐어주는 포퓰리즘에 힘을 쏟고 있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양대 진영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이재명과 윤석열의 비호감도가 소수점까지 똑같이 62.6%인 것을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이제 국민들은 너무나 이 악마화에 익숙해져서, 무엇을 하던지 "억빠"와 "억까"만 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민주당 지지자는 정부가 무엇을 하던지 간에 비판하고, 국민의 힘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무엇을 하던지 간에 비판한다. 안타까울 뿐이다. 국가가 너무나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렇게 싸울 때가 아니다. 또한, 20대의 절반이 무당층이라는 지표는 이런 정치 체제에 대한 혐오와 어찌 보면 정치에 대한 기대 자체의 실종과 중도층의 정치 포기선언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개헌이나 선거제 개편 같은 정치개혁이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물론, 지금과 같은 정치 지형과 국민들의 정치적 양극화으로는, 무엇을 하던지 간에 안된다.
민주당은 정말이지 제발 이전의 민주당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허상의 괴물과 싸우지 말고, 20~30%의 강성지지층이 아닌 100%의 국민을 바라보기를 바란다. 국민을 위해 대화하고 타협해서 우리 삶을 하나라도 좋게 바꾸어 주기를 바란다. 민주당이 존재하는 이유인 국민들, 그중에서도 특히 서민, 노동자, 소수자, 학생 등 민주당의 주요 정책들이 향했던 사람들은 더욱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통계가 말해주고,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예측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도 위의 사람들 아니겠는가.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과 별개로 종합적으로 정말 살기 힘든 국가라는 점은 '인구학적으로 자연 소멸 단계'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 잘 보여준다. 300년을 일해야 강남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는 흔해진 지 오래다. 이런 문제를 메인 이슈로 만들지도 못하고, 오직 자극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이슈만 찾는 정치권에 대한 조소와 힐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그만 '필터 버블'과 '음모론'에 기초한 왜곡된 사고 체계에서 나와서 '대화와 토론'을 해달라. 말로만 '민생정당'이라고 하고, 정치인들을 위한 이른바 '정치질'만 하지 말고, 진짜 '민생'을 위한 정당에 되었으면 한다. 정말 한때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희망이자, 나의 꿈을 이뤄줄 정당이라고 생각했던 한 사람으로써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