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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킴 Dec 01. 2022

"셋이 동시에 말해"

아들 셋이면 초능력이 생긴다

물론. ‘한 명씩 차례차례 천천히 이야기해야지’가 정답이겠다. 하지만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붉으락푸르락 터져 나올 것 같은 아이의 눈 코 입을 보고 있자면, 누가 먼저냐고 순서를 정해 주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고 물을 테니까, 이유를 설명해야 하니까. 이 깜찍한 아이들 수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초능력을 쓰기로 했다. 인간의 감각은 쓸수록 발달하는 거라던가.      


‘해보자’ 

    

재밌게도 아이들은 ‘동시에 말하라’는 지시에 이제야 좀 공평해졌다는 듯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 정말로 동시에 ‘다다다다’ 말을 쏟는다. 말뿐 아니라 아이들이 풍선처럼 부풀어 내게 쏟아지듯 내린다.

엄마 되기 쉬운 거 아니다. 우리 엄마는 ‘나를 거저 키웠다’고 하셨다. 하지만 엄마가 모르는 게 있다. 나는 그래서 힘들었었다.

그러니까 더 힘을 내본다. 초인이 되어보자고. 될 수 있다고.     


‘들린다’      


양자컴퓨터라도 된 듯이. 쏟아지는 말속에서 키워드를 찾아 연결시킨다. 다 못 들었어도 괜찮다. 흐름을 읽고 포인트를 짚어내라. 그것도 어려우면 빨리 공감할 준비를 하고 엄지를 들어 ‘최고’라고 말하라. 그게 아들들이 바라는 궁극적인 엔딩이다.

차례차례 눈을 맞추고, 한 단어씩 꺼내 안긴다.      


“오 선생님이”

“아하 승현이가”

“아 속상했겠다.”     


의외로 아이들은 만족해했다. 엄마의 반응에. 속도에. 대답에.

나는 이제 ‘시끄럽다’, ‘조용히 해봐’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언제든 말해. 엄마가 모기 잡듯이 순식간에 너의 말을 포착할 테니.      

다만 엄마가 가끔 못 알아들어도, 네가 원하는 대답을 주지 않아도 이해해야 해. 최선을 다해도 안 될 때가 있거든. 네가 꼭 받아쓰기를 하나씩 틀리고 오는 것처럼 말이야.     

“어 맞아, 그래도 난 최선을 다했어. 아쉽게 틀린 것뿐이야. 엄마도 그럴 수 있지”라며 받아치는 둘째. 

이어 첫째가 말을 보탠다. 

“엄마는 항상 얼굴에 팩 하면서 청소하고 밥도 하잖아. 여러 가지 한 번에 잘해.”

누가 누굴 어르고 달래는지 모호해지는 순간. 막내도 거든다. 

“그런데 엄마 아까 아빠 말은 왜 못 들었어?” 

형아가 동생의 입을 가린다. 

“야 그건 못 들은 척한 거잖아. 눈치 챙겨야지"

와 이럴 땐 순서대로 착착 ‘환상의 호흡’이다.

어쨌든 동시에 말하기도 순서대로 말하기도 성공했다. 내일은 어떤 초능력을 발휘해볼까. 어쨌든 오늘의 육아도 임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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