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하는 어디까지일까.
아이의 행복을 위한답시고 사실은 나의 욕심을 아이에게 쑤셔 넣고 있었다.
성실히 공부하되 잘해야 하고 그러려면 지금의 양과 질이 얼마나 부족한지
아이에게 계속 화를 내고 지적을 한다.
공부할 양을 못하는 날에는 다 못했다고 혼내고, 해냈는데 집중 않고 오래 하면 집중 안 했다고 또 혼내고 있다. 그럼 빨리 해내면 어떨까? 그럼 대충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박우란 정신분석가 유튜브가 추천으로 떴다. '1만여 상담으로 찾은 여자의 내밀한 속마음'
히스테리 구조는 끊임없이 불안과 걱정을 찾아다니고 어느 것이 해결된다고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 또 다른 불만, 불안, 걱정을 소환하고 이렇게 부정적인 형태로 계속해서 나름의 의사소통을 해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이다.
그래 좋다. 그럼 나는 왜 이럴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예전에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왜 엄마는 맨날 불만일까? 내가 공부도 잘하고 한번 말하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데도 불만이네.
커서는 매사 집안일이며 모든 게 본인 뜻대로 본인이 바라는 대로 안되면 나한테 지적이네.'
육아를 도와주는 엄마가 반대급부로 정당하게 내게 늘 지적해 온 그래서 지금까지 느꼈던 감정이다.
내가 지금 어리고 작고 약한 내 아이에게 더 발전된 형태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
'난 이럴 수밖에 없어. 난 피해자니까 내가 원하는 걸 모두 들어줘야 해.' 하면서 내부의 욕망이나 감정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다 표현하면 끔찍한 괴물이 되고 말 것이다(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p146)
유튜브는 정말 천재적이다. 오늘 아침 추천 유튜브는 '아이에게 소리 질러서 강제로 공부시키면 사춘기에는 스스로 공부하지 않을 거다. 애가 조금만 잘못해도 소리를 지르면 혹여 치명적 잘못을 해도 혼낼 수단이 없어질 수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좋게 혼내도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라고 경고하는 이은경 선생님의 방송을 추천해 줬다. 지금 나의 반성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기를 ...
지난 한 주 치열하게 노력했었다. 아이에게 소리를 안 지르고 화를 안 내고 부정적 피드백을 안 주기 위해 순간마다 노력했다. 그리고 일주일간은 해냈다.
아이 입장에서 아이의 마음에 집중해 보았다. 아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대체 왜 저러나?'가 아니라
'하기 싫을 수 있겠구나. 놀고 싶겠구나. 귀찮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하루를 보내고 나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 눈을 가리고, 아이가 오늘 성취해 낸 부분에 대해 칭찬의 멘트를 해주면서 잠자리에 들기를 5번 했다.
토요일 아침 아이가 간지럼 태우기를 하다 말고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리고는 말한다.
"엄마, 내가 엄마에게 이런 compliment가 생각났어. 엄마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는 진주 같아. 너무 예쁜 진주알 같아. 그 눈동자 안에 내 모습이 보여."
"어떻게 보여?."
"엄마랑 행복하게 웃고 있지."
그리고 다음 날 밤에는
"엄마가 1주일 동안 소리 안 지르고 내 마음 읽어주려고 노력해 줘서 나 너무 행복했고 안정감이 느껴졌어."라고 말해주었다.
화를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참기 싫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책임지지도 않고 아이 탓만 했다.
하지만 아이는 나를 바라보고 나를 기다려 주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성을 찾을 때까지 혼자 숨죽여 힘들어하고 있었다.
신이시여.
당신께서 다 행할 수 없어서 저 같은 엄마를 보내셨으니 부족한 저이지만 부디 저와 아이의 관계가 사랑과 믿음으로 단단하게 회복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우리 아이가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 사진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