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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니니 Mar 30. 2023

365달러짜리입니다

드르륵드르륵... 끼익... 피..... 식.....


모퉁이를 돌아 주차를 하면서 늘 불안했던 그곳을 오늘 기어이 스쳐 지나면서

오른쪽 타이어 쪽에서 살짝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살짝 빠졌나?


오래전 어떤 여사님이 보도블록 근처를 스치다가 타이어가 퍽 터지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그 충격덕에 모퉁이나 보도블록 근처에서는 항상 조심한다. 주차수정을 몇 번이나 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조금 더 가까이 붙여서 주차해 보려는 만용이 있었던가?

'타이어의 공기압이 낮습니다.' 


"여보, 타이어에 바람이 빠진 거 같아. 어쩌지?"

"바람이 빠진 거야? 아니면 펑크가 난 거야?"

"어? 모르겠는데, 차에 타이어의 공기압이 낮다고 불이 깜빡이는데 일단 사진 찍어 보내볼게."


으악, 바람이 빠진 게 아니라 타이어가 찢어졌고 휠에 흠집까지 났고 결과적으로 펑크도 제대로 났다. 

견인차를 불러 정비소까지 차를 모셔가려면 최소 200불은 나올 듯하다. 게다가 문제는 견인차가 언제 올지 모르고, 온다 해도 차를 정비소에 언제 갖다 줄지도 모른단다. 

비상등을 켜고 조심조심 가장 가까운 정비소로 차를 몰고 갔고, 견적은 365불이다. 

'타이어 4개 다 아니고 하나만인데요?'라고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견적서에 하나라고 쓰여있으니까...



그렇게 정비소에 차를 맡겼고 내일 찾으러 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365달러짜리 글감이다.' 




"여보, 나 돈이 너무 아까워서 며칠 잠 못 잘 거 같아. 근데 미안해."

... 남편이 아무 말이 없다. 

그래서 내가 또 말한다.

"여보 괜찮다고 말해야지.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말해야지." 

그제야 남편은 

"그렇지. 어 괜찮아. 안 다치고 그만해서 다행이지."

내가 입력하기 전에 출력 안되나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원죄가 있는 관계로 좀 자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글은 한편 세상에 나왔지만 속은 많이 쓰리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내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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