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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Jan 02. 2025

허기 /초록慧


내 어리고 여린 망설임은 늘 배가 고파서,


지나치게 커져버린 몸집으로


흔들리는 걸음 앞 낡은 하수구에 떨어진

그 작은 마음들을 주워


품으려 해요.




내 어리고 여린 망설임은


그대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늘 사랑이 고파서,


잠깐 스치는 아무개에게

자신의 사랑이 되어줄 수 있냐고 물어요.




나의 망설임이라는 건


마음이 내게 그대를 묻는 것이 분명함에도,


나는 그저 배고픈 마음부터 채우려 해요.


그대를 두고 도망치려 아무개를 사랑해요.




그렇게 버려지고 또 버려지면


다시 내 몸은

그대 주위를 맴돌며,


다시 내 눈은

그대만을 바라보며,


아무개에게

갈구해요.


헛된 그 마음을 갈구해요.




내 어리고 여린 망설임은 잘 지내는 법이 없어요.


사랑하는 법이 아니라

버려지는 법을 배웠으니 말이죠.


버려질까 시작된 마음들은

결국,


나를 버렸으니 말이죠.




<허기> By초록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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