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원은 말이야.
짙은 어둠을 밝히는 촛불 앞에 서서
차근히 두 손을 모으고
누군가 듣고는 채갈까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이름 모를 하늘에
간절히 소망했던,
그날의 내 소원은 말이지.
나의 계절이 또 돌아오면,
우리 그 계절에
우리 그 여름에
다시 함께 이 소원을 빌게 해 달라는 거였어.
하늘에게 소원을 소원 빌었지.
그런데,
하늘에게 소원을 소원빌 수는 없나 봐.
하늘은 그게 잘 안되나 봐.
차라리 네가
내 여름을 떠나가지 않도록
내가 보여준 그 계절의 햇살을 네가 영원히 사랑할 수 있도록,
나를 더 깊이 사랑하게 해달라고
하늘에게 빌걸 그랬어.
너를,
너를 말이야.
내 안에서 살아갈
너의 영원을
간절히 빌걸 그랬어.
초라해진
나의 계절
나의 여름
나의 촛불
나의 소원.
그날의 하늘은
너에게서 어떤 소원을 들었을까.
너도,
나와 같은 사랑이었을까.
<소원> By초록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