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여간 우리의 순간은
더 이상 견디지를 못하고 무너지려 하니
내 마음 얹어 그의 결을 쓸어내리다 그만
그 하루들에 서린 달빛의 기억이 너무도 찬란하여
나 두 눈을 제법 질끈 감았다.
손끝에 닿은 그날의 짓궂은 밤공기가
이내 서러워진 마음을 괴롭히다가
아찔한 듯 저려오는 내 붉은 것은
서운하리 나의 살갗을 타고
마구 흘러내리었다.
그러나 나는 이마저도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기에
내게 남기고 간 이 흔적마저도
나는 지독히 껴안아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끝이 없는 새벽,
손 끝을 향해 흐르는 붉은 한 점의 이별을
나는 마주하고 또 마주했다.
잔인하고도 찬란한 그 여름날의 달음,
아득하고도 아찔했던
그 숱한 열병의 시작들은 모두
그저 자그맣던 나의 지친 소나기였다.
<미련의 밤> By초록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