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련의 밤 /초록慧

by 초록



겹겹이 쌓여간 우리의 순간은

더 이상 견디지를 못하고 무너지려 하니



내 마음 얹어 그의 결을 쓸어내리다 그만



그 하루들에 서린 달빛의 기억이 너무도 찬란하여

나 두 눈을 제법 질끈 감았다.



손끝에 닿은 그날의 짓궂은 밤공기가

이내 서러워진 마음을 괴롭히다가



아찔한 듯 저려오는 내 붉은 것은



서운하리 나의 살갗을 타고

마구 흘러내리었다.



그러나 나는 이마저도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기에



내게 남기고 간 이 흔적마저도



나는 지독히 껴안아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끝이 없는 새벽,

손 끝을 향해 흐르는 붉은 한 점의 이별을



나는 마주하고 또 마주했다.



잔인하고도 찬란한 그 여름날의 달음,



아득하고도 아찔했던

그 숱한 열병의 시작들은 모두



그저 자그맣던 나의 지친 소나기였다.




<미련의 밤> By초록慧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