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리고 여린 망설임은 늘 배가 고파서,
지나치게 커져버린 몸집으로
흔들리는 걸음 앞 낡은 하수구에 떨어진
그 작은 마음들을 주워
품으려 해요.
내 어리고 여린 망설임은
그대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늘 사랑이 고파서,
잠깐 스치는 아무개에게
자신의 사랑이 되어줄 수 있냐고 물어요.
나의 망설임이라는 건
마음이 내게 그대를 묻는 것이 분명함에도,
나는 그저 배고픈 마음부터 채우려 해요.
그대를 두고 도망치려 아무개를 사랑해요.
그렇게 버려지고 또 버려지면
다시 내 몸은
그대 주위를 맴돌며,
다시 내 눈은
그대만을 바라보며,
아무개에게
갈구해요.
헛된 그 마음을 갈구해요.
내 어리고 여린 망설임은 잘 지내는 법이 없어요.
사랑하는 법이 아니라
버려지는 법을 배웠으니 말이죠.
버려질까 시작된 마음들은
결국,
나를 버렸으니 말이죠.
<허기> By초록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