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계약이라고요?

- 변호사 선임을 결심하다

우리 가족은 당황했다. 확약서까지 쓴 마당에 갑자기 무슨 일로 이의제기를 한다는 건지 의아했다. “맨 처음 집 주인하고 아내분께서 계약을 하셨죠? 아, 그런데 그건 무효입니다. 저는 계약서를 다시 써야겠어요.” 말도 안 되는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니, 사장님! 그게 무효고 계약서가 잘못되었으면 처음에 매매계약을 하지 말았어야죠! 1억 1천만 원 매매계약서인데 전세금 1억을 빼고 1천만 원만 겨우 돌려주고, 나중에 사정사정을 해서 겨우 4천만 원 돌려주셨잖아요! 아니 그리고 부동산등기를 다 했으면서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하지만 새로운 집주인은 고집불통이었다. 전혀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또 다른 부동산을 찾아갔다. 전화로 현재 상황을 말씀드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문의를 했다. 부동산에 찾아가는 게 그렇게 싫었던 사람이 간절해지니까 낯선 사람에 대한 부끄러움 따위는 벌써 잊음이 오래였다. 

 “서울에는 시울시청에 전월세지원센터가 있어요. 거기 한번 찾아가 보세요.” 그분이 나에게 큰 힌트를 주셨다. 그래서 하루 연차를 내고 바로 가서 상담을 했다.

 상담한 내용을 아내와 이야기 나눈 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처럼 누군가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문제를 내가 직접 발 벗고 나서서 공부하고 알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마침 아내가 아는 친구 중에 변호사 사무실에 10년 정도 일한 분께 변호사 한 분을 소개받았다. 

 나와 아내는 변호사를 만나서 현재 상황에 대해 상의했다. 이렇게 한 번만 상담을 해도 상담비를 내야 했다. 차라리 변호사 선임을 바로 하고, 선임비를 내고 시작했으면 상담비는 따로 안 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아는 지인이니 잘해주지 않을까 라는 어리석은 기대를 한 것이다. 그래서 그날 바로 변호사선임비를 입금했다. 비용을 내야 변호사선임이 되고 선임이 돼야 서류 및 기타 소송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해주는 것이었다.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계속 기다리기만 하면 우리만 손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전세금을 빨리 돌려받고 싶었다. 그리고 가족과 보낼 소중한 시간도 나에게는 무척 소중했는데, 그 시간까지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엉뚱한 요구를 하는 새 집주인 때문에 그 시간을 모두 날리고 있다는 것이 화가 났다.

 변호사와 상담을 하면서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 변호사를 소개하신 아내의 친구분은 이 분이 일을 엄청 잘하는 분이라고 강조하셨다. 결국, 우리 가족의 운명을 이 변호상에게 맡겼다. 변호사 선임 이후 바로 임차권등기명령과 전세자금반환소송을 동시에 진행했다. 변호가까지 선임했으니, 우리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날만 남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또한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나와 아내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믿고 일을 처리하려 하다 보니 잘 될거라 생각한 것과 달리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제와서 가장 후회되는 점이 누구보다 스스로 알아보고 찾아보고 검증하는 수고로움을 소홀하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위기들이 나로 하여금 경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한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