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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Dec 01. 2023

아침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정신병원에도, 나에게도 아침이 와요. 오면 좋겠어요.

항상 어둡지는 않다고, 분명 아침은 온다고, 밝기 전이 제일 어둡다고. 아침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면 아침이 올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드라마에서 나를 만났다.





민서: 김성식 님 이송이 오늘이죠?

다은: 네, 선생님

철우: 임교수님 환자분이요? 그 사회불안장애

민서: 응

다은: 사회 불안 장애는 그럼 사회생활이 어려운 거예요?

철우:그쵸, 일단 다른 사람들이랑 상호작용하는 것 자체를 좀 두려워하고 피하니까요. 낯선 사람들이 자기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다은: 자기 얘기할까 봐서 막 신경 쓰이고요?

철우: 그렇죠, 남들이 욕하는 거 평가당하는 거 엄청 두려워해요. 그, 실제로 어떤 느낌일까요? 불안이라는 거.

다은: 마치 투명한 우리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 모두가 날 지켜보고 구경 중인 기분이요. 날 모르는 사람조차도. 긴장되고 압박되고 부끄러웠겠죠.

민서:다은 쌤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다은: 예? 아니, 그냥 그럴 것 같아서요.


민서: 근데 문제는 불안 장애 환자들이 자기한테 병이 있는 줄을 모르고 알아도 병원을 잘 안 온다는 거야.

철우: 예, 맞아요. 그냥 좀 부끄럼 많이 타거나 좀 소심한 성격이거니 해버리죠. 옛날 엄마들 같은 경우에 그런 성격 좀 고치려고 뭐, 웅변 학원 보내고 연기 학원 보내고.

다은: 어? 저도 다녔었는데

철우: 어 그래요? 평소에 걱정이 좀 많은 스타일이에요?

다은: 저요? 어... 조금요?

철우: 불안 장애의 3대 증상 중 하나가 걱정이거든요. 작은 일에도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거죠. 둘째는 그 걱정 때문에 긴장된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거예요. 셋째는 그 긴장 때문에 두통, 흉통, 소화 불량까지 이어지는 거죠.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에서 검사를 했는데 별 이상이 없다고 나온다? 그러면 불안 장애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죠.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중에서)




이어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마도 미움받을 용기일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받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추어 내 영혼에 칼을 들이댄다. 그래서 우린 늘 끊임없이 아프고 불행하다.





걱정이 많다. 혹시 몰라서, ~할까 봐서, ~하면 어쩌나 싶어서. 머리와 마음속에 걱정이 잔뜩 있다. 아이가 생기면서 걱정이 배로 많아졌다. 원랜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분명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고 살았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어디로 가고 겁쟁이만 남았다.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 같고 부족하면 안 될 것 같고. 성향상 계획적이기보다는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인데 아이, 아니 아이들과 살다 보니 변수가 발생하고 그걸 예측해서 대비해 놓아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놓이니 그를 위해 늘 긴장하고 피곤할 수밖에.


분명 어떤 상황에서도 해결책은 있기 마련이라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아이에게 말하던 나는, 사실 그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3월, 병설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며 불안해하는 게 이해가 안 됐는데 그 아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혼자서 씩씩하게 등하교를 하는 아이만 남았다. 아마도 아이가 그만큼 불안했던 건 사실 나로 인해 기인한 건 아니었을까. 지난 1년간 아이는 부지런히 자랐는데 나는 과연 자랐을까. 연말이 다가오고 휴직 연장, 복직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할 때가 오니 가슴이 조여 오는 듯 답답하다. 쿵쾅거린다. 


담당교수님께 이제는 좀 괜찮아진 것 같다고 했는데 왜 또 이러는지. 내가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서 가정 내에서 여러 역할을 맡은 사람으로서, 또 소속교에 피해를 주거나 욕을 먹고 싶지 않아서 이도저도 선택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침이 오려고 어두운 건지. 아니면 아침이 오는 줄도 모르고 아침을 맞을 준비를 안 하고 있는 것인지. 당장이 아니지만 다시 학교에 갈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되어 목과 어깨가 뭉치고 얼굴은 저릿하고 가슴은 벌렁거리고 속은 쓰리는데 도대체 언제쯤 괜찮아질 건지. 아님 이 정도는 누구나 그러는 건지. 혹은 괜찮은 줄로 착각하고, 금방 괜찮아질 것으로 착각하고 스스로 괜찮다 치부하고 넘어가고 있는 건지. 






나에게도 밝게 빛나는 아침 해를 마음 편히 볼 날이 올까.




*사진출처: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포스터.(‘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좋은 작품입니다 [OTT리뷰] (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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