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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ul 15. 2024

브롤, 너에게 결국 무릎을 꿇다.

이게 최선인가.

지금껏 정말 다양한 방법을 써본 것 같다.

몇 년 동안 아들램은 꾸준히 핸드폰 게임을 열망해 왔다.

그 고비 때마다 여러 방향으로 아들과 함께 우리 부부는 똘똘 뭉쳐 매년 매 순간 그 산을 그래도 잘 넘어왔다고 자부했!






라운드 원.

4년 전, 아홉 살 아들의 덥디더운 2020년의 여름,

사고력 수학학원을 마치고 나온 아들은 길바닥에서 자신도 친구들처럼 게임을 하고 싶다며 그동안 말 못 하고 담아 온 본심을 결심한 듯 당당히 보여줬다.

그 순간,

항상 지나다니며 화려한 간판에 눈길이 갔던 옛날 오락실이 마침 눈에 딱 들어왔고 난 아들의 손을 잡고 대각선 횡단보도를 건너 ㅉ오락실의 자동문의 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날 이후 핸드폰 게임 대신 오락실로 정기 출퇴근을  3년 6개월간을 하게 될 줄은, 그땐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주 3회. 집에서 차로 오락실까지의 거리는 10분. 

항상 옆동네까지 운전해 주차하고 오락실로 걸어가 동전을 잔뜩 바꿔서 1시간 동안 아들과 함께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건 오락에 큰 애정이 없던 나로선 결코 절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부러 언제 어느 때나 쉽게 하지 못하도록 굳이 집에서도 멀고 돈도 들고 부모의 차량지원이 없으면 갈 수도, 할 수도 없는 옛날 오락실을 핸드폰 게임의 대처물로 고른 건 나름의 계산된 우리의 방법이었다.

가끔은 아빠의 퇴근루트가 집이 아닌 오락실이 먼저 되기도 했고 아빠가 먼저 도착해 신난 얼굴로 오락에 열중한 모습을 보기도 했다.

재밌었던 일은 2년이 넘어가면서 택견(오락일 게임 중 하나) 게임의 동네 고수들을 제법 알게 된 것. 아들도 그 정도하니 손에 꼽을 정도의 고수가 되어있었고 이 동네 나름 챔피언들과 붙게 된 것이다. 실력자들은 나이와 외모에 상관없이 어린아이부터 아저씨까지 다양했지만 하나같이 진지했고 손이 무척 빨랐단 공통점이 있었다!





라운드 투.

어느새 열한 살이 된 아들램.

2022년 추웠던 겨울의 어느 날.

아들은 친구 따라 우연히 바둑학원에 입문하게 된다.

가기 전 시큰둥하던 모습은 첫날 몽땅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을 알았다는 듯 바둑의 세계에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너무나 재밌다며 엄마아빠를 수강생으로 자신이 배운 것을 집에서 바둑 학원을 차려 교제까지 사달라고 구비해 열렬히 가르쳤고, 급기야 시험문제를 내서 쪽지 시험까지 봤다! 부모(바둑은 오목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가 어느 순간 너무 어렵다고 나가떨어지자 학교로 간 아들은 자신의 5학년 교실로 그 무대를 옮겨 수준별 남학생반, 여학생반을 나눠 바둑교실을 여는 대단한 열정까지 보였다.(대략 10명 남짓의 수강생이 있는 나름 알찬 동아리 활동이었다. 당시  담임샘의 배려도 한몫했다. 지금도 아이의 바둑사랑에 호응해 주신 샘께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몇 달 뒤 반에선 작은 바둑대회까지 열어 1,2등에겐 소정의 상품까지 자신의 용돈을 털어 증정하며 즐겁고 진지한 초등5학년 추억의 한 획을 그었다.

틈틈이 주말엔 바둑대회까지 나가며 핸드폰 오락을 하고 싶다는 고비가 올 때마다 취미생활인 바둑을 지원해 주고 바둑온라인 게임까지 영역을 확장해서 허락해 줬다.






라운드 쓰리.

각종보드게임.

우리 집의 방중 한방은 일명 보드게임방이라 명명한 곳이 있다. 아이를 키우며 발달 연령별 보드게임류를 차곡차곡 구비했고 가족이 함께하는 놀이시간을 그렇게 채웠다. 어느 순간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선물도 보드게임이 되었다. 승부욕을 불태우는 시기를 지나 이기고 지는 것에 조금은 무뎌지며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경지에 오르자 아이는 스토리가 복잡하고 다양한, 그래서 한판을 해도 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기는 보드게임을 찾게 되었다.

올해엔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이란 보드게임을 구매하곤 너무나 어려운 난이도에 우리 가족 모두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부를 여러 번 한끝에야 비로소 게임을 이해하곤 시작할 수 있었고, 하루에 승부를 끝내지도 못한 채 거실바닥에 그대로 펼쳐두고 이틀간을 이어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엔 아빠, 엄마, 아들 보드게임 고수대회를 열고 저녁마다 나름 치열한 게임에 몰입 중으로 1차 아들승리, 2차 아빠승리로 3차까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마지막 대망의 라운드 포.

볼링이다.

작년 12월.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 날. 5학년 같은 반 친구를 따라 우연히 빅ㅂ볼링장을 방문한 아들. 그날 볼링이란 분야의 신세계를 경험하며 대망의 볼링시대가 막을 열게 된다.

그때 친구에게 처참히 패배를 맛본 아들은 이후 독학으로 유튜브를 참고해 나름의 자세를 갖추고 볼링에 진지하게 몰입하기 시작했고 1월 방학시간을 이용해 프로샘께 강습을 받기에 이른다.

볼링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주 4회 볼링장을 출근하시며 최고점수 245점. 9개의 연속 스트라이크 기록.

지금은 어디를 가나 자신의 볼링공을 담은 볼링케리어와 한 몸으로 움직이며 볼링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설날이 다가와 부산 외가댁을 갔다.

나이가 비슷한 또래 친척들은 죄다 방과 거실에서 언제, 어디서건 자유롭게 핸드폰 게임에 열중하는 분위기. 그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광경은 아니었지만 이날 유독 불씨를 댕긴 건 바로 외삼촌의 한마디였다!

"삼촌이 여기 네가 할머니집에 놀러 올 때마다 할 수 있게 할머니 패드에 게임을 깔아줄 테니 하고 싶은 만큼 해!"

 엄마아빠의 눈치를 살피던 아들은 급기야 그 패드를 사랑한다는 듯 가슴에 꼭 껴안고 아예 자기가 갖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하는 게 아닌가.

점점 올 것이 드디어 오는구나란 생각이 강하게 드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3월이 되어 어느덧 마지막 초등학년인 6학년이 된 아들. 우리 부부는 조용히 다양한 교육영상과 자료, 책을 통해 핸드폰 게임을 시키면 언제, 어디서, 얼마나 할 것인지

, 어떤 약속을 통해 아이의 게임 통제와 조절을 적절히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 고민하고 의논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학년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봄이 지나가던 5월의 어느 날, 드디어 아들은 다시한번 진지하게  친구들이 하는 그 게임, 브롤스타즈를 자신도 너무나 하고 싶다고 고백해 왔다.


그래. 아들아.

너도 이젠 게임을 해보자!

그 핸드폰 게임이 뭐라고.

너에게 내가 이젠 두손을 들었다. 졌다고. 브롤!

하지만 그냥 순순이 질 순 없지!


우리의 게임 계약서는 이랬다.

1. 주말(토,일) 1시간 동안 한다. 나눠하는 건 자유.

2. 엄마의 핸드폰으로 거실에서만 한다.

3. 그날의 모든 일정(공부, 숙제, 청소, 독서)을 반드시 끝내고 한다.

4. 이 항목 중 하나라도 어길 시 핸드폰 게임은 그다음 일주일간 할 수 없다.

 엄빠. 아들 싸인 꽝꽝꽝!!!


이 계약서는 우리 집 식탁 앞 냉장고에 떡 붙여진지 현재 한달반째. 그리고 아직은 이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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