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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Nov 01. 2024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안타까운 너에게

아들 귀를 좀 파줄까.

아들의 귀가 이상해졌다.

난 분명 말을 하고 있는데,  아들은 전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새다.


"싫어, 안 해, 다음에 할 거야, 내가 알아서 할께 "

를 넘어서 이젠 묻는 말에 대답조차 듣기 힘든 요즘.


가을이 깊어지는 11월의 코앞에 아침 등굣길부터 반바지에 반팔을 입겠다고 꺼내온 아들램.

그래. 벌거벗고 가겠단 것도 아니고, 한겨울도 아니니 너의 패션을 말리진 않으마.

다만 뒤돌아서서 요즘 너의 코가 맹맹한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란 말은 조용히 삼킬 뿐. 한숨이 잠깐 스쳐간다.






아들은 최근 예비중등을 코앞에 두고 중등수학을 한창 배우고 있다. 역시 초등수학과는 차원이 다르게 어렵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간 배운 내용으로 학원시험을 보고 온 날.

묻지도 않았지만 어땠는지 궁금함이 내 얼굴 가득 묻어 있었나 보다. 말도 못 하게 어려웠다며 내 입을 원천봉쇄 막아버리며 다음시험은 잘 봐야겠다는 다짐까지 한꺼번에 스스로 해주고 있는 아들램.


며칠뒤 시험결과를 학원샘과의 통화로 이야기 나누는데, 똑같은 서로의 대화내용에 그만 우린 화들짝 놀라버렸다.

시험공부는 새로운 문제를 더 풀지 말고, 그동안 배우고 풀었던 문제 중 틀린 걸 오답하는 게 중요하니 꼭 그렇게 공부해란 말은 아들의 귀까지 도달하지 않고 튕겨져 나왔다.

선생님도 엄마(나)도  강조강조해서 그렇게 여러 번 어르고 달래고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해주었건만.


오늘은 난이도가 높지 않은 걸로 새 문제집을  또 사달라는 아들.  지금 배우는 학원교재를 한 번 더 보려 하지 않는 너.

그래. 아들아.

그 길을 가보고 터득한 수학샘과 엄마의 세상 좋다는 공부법은 더 이상 너에게 들리지 않으니 어쩌겠니.

뻔히 보이는 지름길을 두고 멀리멀리 한참을 돌아가든 똥밭으로 가든 그렇게 하겠다는데.


그래도 그런 아들인 널 응원하며

오늘도 난 입 닫고 지갑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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