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장발달 중 24개월부터 언어발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를 언어폭발기라 한다. 이때 아이가 표현을 하기도 전에 눈빛만으로도 물을 대령하고, 모든 음식을 먹여주고 칭얼거림과 제스처만으로도 원하는 것이 해소될 때 아이의 언어표현 및 자조능력이 후천적으로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내 아이는 그렇지 않았지만 항상 선택의 기로에서 허락받고 물어보고 도움받기를 유아기 동안 내내 해왔다. 언제나 안정적 결과만 취하고 선택실패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결국 다 늦어 초등입학 이후 스스로 양말 선택부터 시작했다. 사실 정답도 없다. 깔끔하게 옷장문을 닫지 않거나 정돈된 옷들을 엉클어 놓는 경우가 많다. 우린 항상 바쁘고 깔끔하다. 결벽증도 아니고 집구석에 먼지하나 없는 것도 아니면서 정리해둔걸 아이가 흐트러 놓는걸 참 못 참는 나였기에 생각보다 순간순간의 인내가 필요했다. 그런 아이는 그 핑계로 아무것도 안 하고 못하는 아이로 크다가 나중엔 안 해준다고 되려 화를 낸다. 왜 자기 일을 자기가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이거 입으면 돼요? 화장실에 똥 누러 가도 돼요? 이거 먹어도 돼요?"
자신의 그날 입을 옷 선택과 벗은 옷 빨래통에 넣기뿐 아니라 오늘 할 일이 무엇인지 묻지 않고 알아서 하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리고 이것이 나중에 그 중요한 자기 주도성과도 연결됨을 알게 되었다.
모든 선택의 시점에서 아이들은 엄마에게 의지하고 대답을 들을 수 없다. 그러므로 아이는 그동안의 경험치와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으로 그때그때 작은 결정들을 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딱 아이만 한 실수와 실패의 경험도 하면서.
다섯째, 돈개념, 경제개념은 언제부터?
솔직히 이건 크면서 그냥 알아서 생기는 건 줄 알았다. 경제 관련 책을 읽어주거나 사탕, 과자를 몇 번 현금으로 사보게 하거나하면.
아니었다. 자기돈 아니라고 개념 없이 펑펑 쓴다.
초2부터 집안일과 심부름, 예의 있는 행동 하나마다 목록을 의논해서 용돈을 매기고 그것이 모이면 자기 통장에 넣거나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게 했다. 단 정해진 금액(5000원 내, 한 달에 한번)과 횟수로. 생각보다 제한점이 많은데도 좋아했다. 물론 어른 눈엔 정말 쓸데없는 것을 산다. 이것이 유지되기 위해선 반드시 눈질근 감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도록 너그럽게 허용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 현실감 없던 물건 가격에 대한 기본 개념이 생겼고, 엄마돈보다 자기돈 몇백 원을 더 아껴 쓰게 되었다.
여섯째,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서 매끼 해주면 다 잘 먹을 줄 알았다.
셰프처럼 삘받아 재료사서 나름 열심히 만들었는데 맛있게 안 먹거나 먹다 말면 내 아이지만 진심 화가 난다. 입에 안 맞으면 솔직히 나도 먹기 싫으면서.
그냥 좀 쉽게 가자. 우린 1, 2년으로 끝나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가 아니지 않은가.때론 시켜 먹고 사 먹고반조리 음식으로 조금만 더 보태서 만들어 무조건 아이가 잘 먹는 걸로 그냥 가자.
일곱째, 아이에게 좋은 옷, 비싼 식탁과 소파, 집의 나무바닥은 필요 없다.
정말 순식간에 성장한다. 특히 6세부터 초등저학년 시기의 남자아이 또는 남자아이 같은 여자아이는 한 달에 한 번씩 바지무릎에 구멍이 난다. 좋은 브랜드 옷도 수선하면 귀찮고 정말 이상해진다.
새집으로 이사했다고 나름 오래오래 쓸 비싼 소파, 좋은 원목식탁을 샀었다. 결국 흠집 날까 봐 망가질까 봐 잔뜩 잔소리만 늘어놓고 있던 나. 결국 시간 가니 흠집만 한가득 남았다. 무엇이 중한가. 평화롭고 사이좋은 내 자식과의 관계가 더 중한 것을.
여덟째, 엄마의 시간, 돈, 노력에 그냥은 고마운 줄 절대 모른다.
자기가 가진걸 당연한 것이 아님을, 감사함을 가르쳐야 하고 알게 되면 행복한 아이로 성장한다. 항상 내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결과에 감사하고, 부모가 고마움의 표현을 보여주고 말로 하는 것을 가르치는 건 당연한 기본값. 아이의 자발성이 1도 없는, 즉 영혼 없는 고마움의 표현이더라도 잦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지금은 40대가 된 남매가 같은 부모아래 19세까지 똑같이 그렇게 훈련받으며 커봤다.
성공 결과는 50프로.
안 하면 0프로.
아홉째, 내 아이를 믿어주자.
애들은 부모의 생각보다 밖에서 사실 훨씬 더 잘한다. 또한 세상에 누구도 아이를 믿지 못한다고 돌아서더라도 부모는 유일하게 믿어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옮바른 것에 대한 판단과 비난, 벌은 타인과 법에 맡기고.
엄마는 언제나 아이에 대한 걱정이 한 트럭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하지만 혹시나 일어날까 봐 미리 전전긍긍. 걱정투성이다. 그것은 불안감만 키우는 어리석은 것임을 알자.
누구나 쉬운 길로 가고 싶다. 나도 그랬다.
결국 아이를 키우며 여러 가지 가졌던 계획들은 목표달성에 가까이 도달은커녕 처절한 실패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왔었다. 그래서 처음엔 들인 시간이 아까웠고 또 좌절했다. 하지만 곧 그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설정과 목표였음을 깨닫고 툴툴 털고 일어나 다시 시작했다.
난 엄마니까.
이 모든 일엔 공통적인 특징이자 절대적인 단점이 있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 6개월은 어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