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가족구성
오늘 낳을까?
넷째쯤 되니 출산 날을 남편과 내가 정하기에 이르렀다.
오늘 낳아야 했다. 일요일.
내일은 남편이 출근할 것이고,
갑자기 아기라도 나오면 세 아이는 어찌해야 할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아이가 태어나도 괜찮을 38주였다.
아기 몸무게도 2.8킬로 정도로 괜찮았고, 유도분만을 시도한다면 거뜬할 것 같았다.
이미 세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낳은 전력이 있으므로 출산에는 자신 있었다.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빨리 낳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빠르게 걷기, 아파트 계단 오르기 등 출산에 몸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진통 소식은 없었다. 넷째는 좀 더 일찍 나오지 않을까 갑자기 진통이 오지 않을까 하며 빨리 나오라고 주문을 걸고 있었다.
일단 너무 힘들었다.
요통은 말할 것도 없고, 임신성 비염에 요실금까지 아주 온갖 증상이 있었다.
낳고 나면 개운해질 것 같은 그 느낌.
하, 진짜 얼른 낳고 가벼워지고 싶었다.
당장 아기가 태어나도 괜찮은지, 나의 몸 상태는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40분을 걸어서 산부인과로 갔다.
일요일이었지만 마침 담당의가 진료를 보는 날이라 편하게 진료를 보고 유도분만을 하기로 결정했다.
넷째인 데다가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한 상태니 오늘 밤 12시 전에는 낳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입원하고 준비하라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삼겹살을 먹고 오는 건데!!! (세 아이 모두 삼겹살 먹고 낳았다)
생각보다 진통이 걸리지 않았다. 오전 11시쯤 병원에 왔는데, 시간은 흐르고 흘러 7시쯤이 되어갔다.
이러다 오늘 못 낳는 거 아니냐며 남편과 여유롭게 대화하고 있는데 슬슬 진통이 왔다.
그래 이거다!
오늘 안에 낳겠다는 전문가의 느낌으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어떤 진통 끝에 아기가 나오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바짝 긴장했다.
어느새 시간은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느낌이 온다. 진짜 이제 아기가 나올 것 같다.
진통에 맞춰서 힘주기 돌입.
넷째 활짝이는 11시 45분, 그날을 넘기지 않고 태어났다.
넷째는 벌써 다음달이면 두돌이다.
아들아들 딸딸 낳았으니 평생 내 할 일 다 했다.
더 이상 출산은 없다.
ps. 우리 집엔 모든 혈액형이 있다.
아빠 B, 엄마 A,
첫째 아들 - 셋째 딸 O, 둘째 아들 - 넷째 딸 AB
생긴 것도 저렇게 비슷하다. 아주 짝짜꿍이 잘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