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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쓸모 Nov 04. 2023

나이 마흔에 첫 타투

남편과 나의 타투 이야기

남편은 결혼을 하고 타투를 하고 싶어 했다.

타투는 왠지 노는(?) 형님들이나 언니들이 하는 거라는 편견에 가득했던 나는 반대를 외쳤다. 무슨 타투냐고. 하지만 남편은 내 이름을 새기고 싶다고 했다. 아 그래? 그럼 오케이를 쿨하게 외치고는 내심 흐뭇했다. 첫 타투가 내 이름이라니. 남편은 후배가 타투를 시작했다며 팔을 연습용으로 내어주고 내 이름을 새겨왔다. 한자가 복잡하다 보니 그런대로 멋은 있었지만 초보 타투이스트를 만난 덕에 10년이 지난 지금은 망.... 

첫 타투 내 이름

첫아이가 태어나고 아이 이름도 새기고 싶단다. 그러라고 했다. 아들이름 새긴다는데 말릴 필요가 없지.

그렇게 첫째, 둘째, 유산된 아이, 셋째, 넷째까지 하나하나 새겨나갔다. 각기 다른 곳에서 했기에 필체도 굵기도 다른 이름이지만 나름 의미가 있었다. 

왼쪽_ 셋째로 끝날 줄 알았지 / 오른쪽_넷째로 마무리

첫째 아이가 처음으로 "아빠 사랑해"라는 쪽지를 써 주었던 날, 이상하게 쓴 글자도 너무 귀엽다며 꼭 간직할 거라고 하더니 끝내 타투로 남겼다. 큰아이는 5살 때 쓴 그 글이 우스우면서도 아빠가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고 내심 뿌듯해한다. 

사랑해의 '랑해'는 어째서 좌우반전인 건지 역시 5살답다

남편은 점점 과감해졌다. 팔에 그림을 그리고 싶단다. 아 좀 적당히 하라고 말하려는데, 결혼 드레스 입은 내 사진을 본떠 타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또 말이 쏙 들어갔다. 내 모습을 새긴다는데 뭐 또 흐뭇했다. 몇십만 원을 주고 그려온 타투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기대이하여서 남편이 내심 아쉬워했다. 보는 사람마다 부처님 새겼냐고, 이혼하면 어쩌려고 얼굴까지 새기냐며 한소리들 했다. 남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요즘 기술이 좋아서 이혼하면 다른 그림으로 얼굴 덮어버리면 된다고 웃어 넘겼다.

웨딩드레스 입은 11년 전의 나

남편은 10년째 나에게 타투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꼬드겼다. 난 아플 것 같고 타투는 좀 별로라고 계속 거절해 왔다. 남편은 본인 몸에 하는 거니 하든지 말든지 인데, 내 몸에는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게 결혼 10년이 흘러 남편이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꼬시기 시작했다. 커플타투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사진을 보내고 퇴근하고 저녁에 만나면 사진을 또 보여주고 설득했다. 자기 소원인데 한 번만 같이 해주라고.


솔깃했다. 디자인이 심플하면서 예뻤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름에 내 얼굴까지 새긴 사람한테 나도 한번 해주자는 심정으로 오케이를 했고, 그렇게 커플 타투를 하러 갔다.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지만 느낌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싫었다. 날카로운 칼로 살을 쓱 베는 느낌이랄까.... 

치아교정, 아이라인 문신, 레이저 제모, 라섹수술에 아이도 넷이나 낳았지만, 타투의 고통은 또 느끼고 싶지 않을 만큼 정말 써늘했다. 못할 건 없지만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느낌.


그런데, 막상 하고 나서 거울을 보니 아름다울 지경이었다. 마음에 쏙 들었다. 시부모님과 친정엄마는 무슨 타투냐며 혀를 내두르셨지만, 자기만족이니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했는걸 뭐.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 대부분 "와~ 커플타투 심플하고 예쁘다~"의 반응이었다. 진짜 찐사랑이라고 손뼉 치며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서로를 연결한 선이 각자의 등으로 가서 서로의 이름으로


나이 마흔에 타투라니. 내가 타투를 하다니. 


그렇게 남편과 나는 커플타투로 묶여 찐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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