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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케이 Jan 22. 2024

유학일기 #5:
JP 모건 뉴욕 본사 정직원 취업 썰

인턴에서 정직원이 되는 가슴 졸리는 과정

2022년 여름방학 3개월 동안 뉴욕 맨해튼 JP모건 본사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인턴이 끝난 바로 다음날, 나를 처음에 인턴으로 뽑아주셨던 부서에서 전화가 와서,

JP모건에서 풀타임으로 일하지 않겠냐는 일종의 합격증을 받았다. 

다른 회사와 연락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제안을 수락했다.


인턴쉽 막바지에 우리 학년의 인턴 동기들이 하나 둘 제안을 못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왔을 때,

너무 마음이 불안했고, 나도 못 받게 되어서 다시 취업을 시작해야 하면 어쩌나.

취업이 안되면 대학원 지원도 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불안한 마음이 생각보다 컸던 모양인지,

인턴쉽의 마지막 2주 동안은 급성후두염에 걸려 밥도 잘 못 먹고

심지어는 물도 잘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아프다는 이유로 내가 할 일을 잘하지 못하면

나도 제안을 못 받을까 봐 아픈 몸을 이끌고 2주 동안 회사를 나갔다.

목이 너무 부어서 결국에는 주삿바늘을 넣어 고름을 다 빼내야 하는 상황까지 치닫았지만,

나에게는 인턴쉽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게 더 중요했다. 


학생 건강보험이 활성화가 되지 않아서 병원에 가질 못했다.

 그래서 편의점에 있는 목캔디와 목 안을 잠시동안만 마비시킬 수 있는 스프레이를 샀다.

  누가 볼까 봐 소매 안으로 스프레이를 넣고 30분마다 

화장실로 달려가 목 안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별일 없다는 듯이 자리로 돌아와 멀쩡하게 일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짠하다.


아무튼,

결과적으론 정직원으로 합격이 되었으니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혼자서 고생한 보람도 너무 크다.


인턴쉽 총평을 하자면, 만족 그 자체였다.

좋은 또래 친구들도 많이 만들었고, 

'뉴요커는 이렇게 살겠지'라고 상상만 했던 삶을 실제로 살게 되었고,

JP 모건이라는 군함 같은 회사 속에 각기 다른 연령과 경험치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나는 어떤 커리어를 펼치고 싶은가에 대한 계획을 더 확실히 세울 수 있었다.


인턴쉽 첫날, 정말 잊을 수 없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 사진은 바로 그날 찍은 사진이다.)


한 여성 상급 간부의 연설을 듣게 되었는데,

그 연설을 관통하는 질문이 바로 '나의 브랜드가 무엇이냐' 이었다.

커리어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나는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동료들이 나에게 언제든지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내가 맡게 되면 일이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스스로를 브랜딩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든 이후로, 내가 하는 모든 말, 행동이 모두 신중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평소에도 꾸준히 내가 표현하고 싶은 브랜드를 체화시켜야 하는 것이었다. 


"동료들에게 상냥하지만 쉽고 만만하게 보이기는 싫고, 

하겠다고 한 일은 끝까지 잘 해내는 책임감 있으면서

내가 맡은 일은 좋은 결과가 있더라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목표를 마음에 늘 간직하며 

스스로가 이 브랜드에 부합하게 살고 있는지를 늘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한 말이 적절했는가', 

'내가 할 수 있는지도 확실히 모르는데 목표를 너무 높이 설정해서 기대를 높인 건가', 

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커리어를 시작하는 내가 이 연설을 들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나는 흰 도화지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아직 아무도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어떻게 일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다.


인턴쉽 내내 나는 앞서 세운 목표뿐만 아니라


"인턴이지만 그들과 함께 오랫동안 일했던 동료인 것처럼, 

나와 일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easy 하게 느껴지도록,

마치 내가 이미 정직원인 것 같은 이미지"


를 추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정직원이 되는 게 간절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끔, 뭔가 모를 자연스러움으로 회사에 녹아들고 싶었다.


인턴쉽은 장기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3개월 동안 이력서나 인터뷰에서 보이는 내 모습 이외에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일을 어떻게 하고, 실제로 업무를 하는 실력이 어떻게 되는지,

팀과 회사 문화에 잘 적응할 것 같은지를 평가하는 시간이다.


나는 크게 두 가지 프로젝트를 했는데,

조금 자랑을 하자면 우리 층에 있는 직급이 높고, 좋은 평가를 주는 게 드문 분에게 칭찬을 받았고,

그 소식이 내 상사의 상사의 귀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내가 프로젝트로 만든 결과물이 우리 층에 있는 많은 분들이 매일 쓸 도구로 쓰이게 되었다.


나는 프로젝트를 받는 순간, 나는 인턴이 아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세뇌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인턴이라서 상사에게 받은 게 아니라, 

내가 이 프로젝트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만큼 이 프로젝트를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내가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자꾸만 불어넣었다.

그래서인지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하신 분들도

내가 도출한 결과물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하면 모두 귀를 기울여 주셨고,

내가 하는 말이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해주셨다.

이렇게 했던 게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이 아니었나 싶다.


 올해 여름에 정직원으로의 삶을 시작하게 되는데

인턴생활을 했던 팀에 다시 돌아가서 시작을 하게 되었다.

우리 팀은 총 세명인데,

상사는 정말 아빠 같은 따뜻하신 분이고,

내 옆자리에 앉는 언니는 한국인이기도 하고 나에게 이것저것 도움을 많이 줘서

참 고마운 언니다. 

그 두 분과 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최근에 공맵이라는 교육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 제작 문의가 왔다. 

유학생활, 그리고 인턴생활에 대해서 조언을 하는 선배토크 영상을 제작하게 됐는데,

이 영상에서 인턴쉽에 대한 내용도 다룬다.


⬇️⬇️ 아래 영상을 클릭하면 바로 인턴쉽 관련 내용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

⬇️⬇️ 이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꼭 한번 시청해주세요 :) ⬇️⬇️

출처: 공맵 | 국제학교 프리미엄 교육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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