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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 Jun 30. 2024

의미 II

월요일

오늘도 월요일이 돌아왔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차에 탔다. 역시나 막혔다.

그리고 어김없이 착하게 합류도로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성질을 돋우는 차가 나타났다. 내 앞으로 갑자기 훅하고 들이밀고 들어왔다. 창문밖으로 팔을 뻗어 담배까지 피우고 있었다. 짜증이 확 몰려왔다.

'이걸 확 받아버려?' 하다가 레인지**라서 못 받았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운전대를 잡은 채 가운데 손가락을 얼른 피었다 내렸다. 앞차가 백미러로 보이지 않을 높이이다.

소심한 복수였다. 기분은 여전히 안 좋았다.


회사에 도착했다. 그래도 기운차게 직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역시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동하는 누구 때문에 마음이 안 좋다. 아침부터 기운이 빠진다.


오랜만에 대학원 동기오빠한테 전화가 왔다. 언제나 활기찬 50대 중반 동기오빠는 최근에 배드민턴 치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져서 꼼짝도 못 한다고 한다.

넋두리가 끊이지 않는다. 활동력 최고인 분이 다리를 다쳐서 집에만 있으니 이만저만 우울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안된 마음에 실컷 말씀하시라고 다 들어주었다. 바쁜 월요일이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전화준 동기 오빠가 고마웠다.


주간 미팅 끝난 후 한 달 전에 잡아놓은 점심약속에 나갔다. 동료와의 점심이다.

나는 이분이 좋다. 내가 직장에서 유일하게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터 놓는 분이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아쉬운 점심시간을 마치고 화장실을 잠시 다녀왔는데 이분한테 메일이 와있다. 이메일 가득 나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가 들어있다.

이메일을 읽고 나니 미소가 지어졌다.


나의 월요일은 항상 민감한 상태로 시작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예민해져 있다. 그리고 퇴근 때가 되면 며칠을 일한 것처럼 파김치가 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의 월요일은 시작은 같았어도 포근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만들어준 사람들 때문이다.

반성해 본다.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보았다.

이번주 월요일에 그들에게 따뜻한 월요일을 선물 받았으니 다음 주 월요일에는 내가 선물을 줘봐야겠다.

그러면 나로 하여금 그 사람들의 월요일도 포근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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