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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랬구나 Mar 31. 2023

집 정리 이야기_둘째의 옷장

둘째의 옷장을 콕 집어서 정리한 이유는 우리 집 네 명중 옷장이 가장 미어터지는 옷장이라 그렇다.

첫째도 둘째도 옷장을 내가 정리해 주는데 왜 유독 둘째의 옷장이 대혼돈일까.

미안하지만 둘째라서 그렇다.


첫째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라나는 몸에 맞춰 옷을 새로 장만해 준다.

첫째의 옷장에서 낡아진 것은 버리고, 작아진 것은 둘째의 옷장으로 건너간다.

첫째의 옷장에는 늘 새 옷들만 걸려있는데 둘째의 옷장은 출처가 다양한 옷들이 혼재한다.

형에게 물려받은 옷, 형아 친구에게 물려받은 옷, 둘째의 취향에 맞게 새로 산 옷. 더구나 요즘 포동 하게 살이 올라 작아져서 못 입는 옷들까지 아깝다는 이유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겨울방학 동안 살이 혹시나 빠지면 길이가 짧진 않으니 입으면 되겠다는 엄마의 희망사항인지 욕심인지도 한자리 차지하다 보니 둘째의 옷장은 문만 열면 와르르였다.


3월이 오고, 개학을 하고, 우리 둘째는 여전히 포동 하다.

등교할 때마다 옷을 고를 때 입었는데 작아진 옷을 다시 벗고 입고하면서 옷장을 과감히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옷장에 옷은 한가득인데 정작 입을 수 있는 옷은 몇 벌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옷은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추려냈다.

1. 최근에 입었다가 너무 작아 불편해서 벗은 옷

2. 추억이라고 가지고 있던 옷(유치원 원복)

3. 너무 낡은 옷

4. 작아진 양말

그리고 세일 때 미리 사둔 한 치수 큰 속옷은 이제 입어도 될 것 같아서 꺼냈다.



이 사진 속 옷들은 이제 우리 둘째의 옷장에 다시 들어가지 않을 것들이다.(새 속옷 제외)

이 옷들을 커다란 봉지에 담아 집구석 어딘가에 둔다면 정리의 의미가 없다. 옷의 상태와 종류에 따라 의류수거함으로, 쓰레기통으로, 지인에게로  각자의 길을 떠나보냈다.


유치원 원복은 상태가 양호한 것은 유치원으로 보내도 좋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보니 일과 중 옷이 젖거나 용변의 실수가 있는 경우 졸업생 형님들이 기증한 옷으로 갈아입고 올 때가 있었다. 확인하지 않고 보내면 유치원에서도 곤란하니, 유치원 선생님께 여쭤보고 필요하다고 하시면 보내드리려고 상태가 좋은 것들로만 추려놨다.


그리고 정리를 하다 보니 다시는 구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브랜드가 생겼다. 원단의 품질이 너무 안 좋아서 한 두 번 입었을 뿐인데 보풀투성이가 된 옷이 있다. 해당 브랜드는 앞으로 절대 구매 금지다.


또한 둘째의 옷장을 정리하며 뼈저리게 깨달은 것 하나는 '싸다고 사지 말자'이다. 싸다고 산 옷은 잘 입어지지 않는다. 옷은 싸서 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사야겠더라. 필요할 때 필요한 아이템만 구매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며 둘째의 옷장 문을 닫았다.


다음엔 어딜 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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